국내에서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자가 처음 나왔다.
하지만 이 사망자는 감염 증세가 치명적 상태에 들어간 6일 뒤에야 신종플루 감염자로 판정돼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 보건당국, 진료기관의 환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경남에 거주하는 56세 남성 환자가 타이 여행 후 신종인플루엔자A(H1N1) 감염과 관련해 발생한 급성폐렴, 패혈증으로 15일 오전 8시 30분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종구 질별관리본부장은 "이 환자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직장 동료들과 태국 여행을 다녀온 뒤 발열 등 감염 증세가 나타났고 평소 건강했다는 주위의 말을 종합, 신종플루가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일 멕시코로 봉사 활동을 다녀온 50대 수녀가 첫 감염자로 확인된 뒤 국내에서 신종플루로 사망자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환자는 귀국 사흘 뒤인 8일 발열 증상으로 보건소를 방문했고, 이후 9일부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 14일에서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보건소는 환자의 체온이 37.7도(℃)로 신종플루 의심 기준점 이하인데다 호흡기 증상이 없어 진행 경과를 관찰키로 하고 보건 교육을 한 뒤 N95 마스크, 항균 비누를 지급해 귀가시켰다.
그러나 9일부터 환자는 증세가 발열, 호흡 곤란, 전신통 증상으로 발전해 지역 병원 응급실을 통해 세균성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해왔으며, 10일에는 증세가 더욱 악화,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중증 세균성 폐렴 진단 아래 중환자실에서 기계호흡 및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그럼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12일 의료기관이 원인 규명을 위해 검체를 채취, 검사한 결과 인플루엔자 A형 양성 반응을 보여 타미플루 투약이 시작됐다. 최종 신종플루 확진 판정은 15일 이뤄졌다.
결국 항바이러스제 투여에도 불구, 환자는 15일 아침 폐렴 및 패혈 증세를 보인 끝에 숨졌다. 보건당국은 사망자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유족들의 반대로 부검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보건소의 미온적인 대응과 병원의 오진 가능성에 대해 "보건소가 초기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단해 제대로 처방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정확한 내용은 모든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을 같이 여행한 동료와 환자 가족에게 감염 증세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접촉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예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발열 감시 중이다.
대책본부는 이번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신종플루 의심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지역거점 병원과 거점 약국을 통해 국가 비축 항바이러스제를 공급할 예정이다.
한편, 15일 현재 국내 신종플루 환자는 2000명 선을 돌파한 총 2032명이며 이 중 402명이 자택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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