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29일 13개 공공기관 450명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금 등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적 차별의 대명사인 '비정규직' 중에서도 여성 비정규직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조사였던 만큼 그 파장이 관심을 모은다.
민주노동당이 만난 여성 비정규직은 대다수가 상시 업무를 하고 있었고, 동시에 '비정규직 여성'이란 이유로 추가적인 차별을 감내하고 있었다. 여기에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생리휴가 등 여성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여성 비정규직 57%, "같은 일 하는 정규직 있다" 응답**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여성 비정규직 중 57%가 자신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 중 39%는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자신이 아무 차이없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계약 반복갱신 등을 통해 근속기간이 3년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63.9%가 동종 유사업무를 보는 정규직이 있다고 답변을 해 근속기간이 길수록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임금-고용 문제가 가장 골치"…"비정규직은 덫"**
역시 여성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비교할 때 임금과 고용 문제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정규직과 비교할 때 가장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항목으로 금전적 보상(89.3%)과 고용조정 및 해고에서의 차별(40%)를 꼽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규직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81.4%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변해 사실상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으면서도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것과 동시에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회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성봉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이에 대해 "현재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규직으로서의 가교 역할이 아니라 비정규직에 고착되는 덫으로 구조화되어 있음을 당사자들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성 43.7%, 비정규직으로 사회 생활 첫 발 내딛어**
한편 연령별에 따라 구분해 보면 몇 가지 유의미한 사실도 발견된다.
이번 조사에 응한 20대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 43.7%가 직장 경험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반면 30대의 경우는 62.3%가 동일하거나 다른 직종의 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으로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 중 여성 노동자가 우선 해고된 뒤 동일 직종 혹은 다른 직종에서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출산휴가는 꿈도 못 꿔"**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성 비정규직 대다수가 산전후 휴가, 생리휴가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출산 자체까지 기피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실태조사에서 향후 출산 계획이 없다고 밝힌 여성 비정규직은 그 이유로 △현재의 소득으로 자녀양육이 부담스럽고(33.6%) △출산을 하게 되면 직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서(25%)라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힘들 것 같아서(10.9%)라고 응답했다.
윤성봉 연구원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및 권리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저출산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무 중 임신·출산 경험자 중에서 43%가 산전후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고, 97.8%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출산을 기피하는지를 알 수 있는 또다른 근거다.
***"적절한 임금과 고용만 보장된다면…"**
한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중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임금 차별 해소(86.9%) △정규직 전환 및 고용보장(77.3%) 등을 꼽아 임금과 고용 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에 대한 차별 중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는 △생리휴가 사용(29.2%) △모성보호권 확보(28.4%) △남녀 간 임금차별의 개선(27.5%)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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