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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걱정 때문에 아침에 날씨부터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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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걱정 때문에 아침에 날씨부터 확인한다"

[현장] "물 끊긴지 11일, 비라도 내렸으면"…경찰, 이날도 식수반입 저지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 이정아 대표가 집회 무대에 오르자 다섯 살짜리 꼬마가 울면서 그를 따라 올라갔다. 아이는 이정아 대표의 왼쪽 다리를 두 손으로 껴안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둘러보았다. 이 대표의 아들이었다.

이정아 대표는 "예전엔 유치원도 잘 다니고, 엄마 없이 혼자 놀이터도 잘 다녔는데 지금은 엄마가 조금만 떨어지면 이렇게 울면서 매달린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파업 후 공장에서 경찰, 사측 관리자가 소리치는 모습을 본 뒤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엄마가 잠시라도 없으면 경찰에 잡혀간 줄 알고 이런다"고 안타까워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옥쇄 파업 70일째이자 공장 내에 식수와 가스가 끊긴지 11일 째인 지난 29일, 민주노총은 경기도 평택시 평택법원삼거리에서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조속히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현재 반입이 차단돼 있는 식수와 의약품 등을 하루빨리 공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옥쇄 파업 70일째이자 공장 내에 식수와 가스가 끊긴지 11일 째인 지난 29일, 민주노총은 또다시 경기도 평택시 평택법원삼거리에서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프레시안

"공장 안에 물도 없는데 '걱정말라'니…"

이정아 대표는 무엇보다 식수 반입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답답해했다. 그는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공장 안으로 물을 넣어달라고 사측에 부탁하고, 우리 엄마들도 함께 하소연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회사는 '걱정 말라'며 '알아서 하겠다'고 돌아가라는 소리만을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무엇을 알아서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날씨"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더위가 심해져 비가 오지 않는다"며 "물이 부족한 남편을 위해서라도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도 "도장 공장 안에는 2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당장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병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에게 의약품 공급은 고사하고 물조차 반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이 정권과 반드시 싸워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시 저지된 식수 반입…경찰, 헬기콥터, 최루액 물대포 동원해 행진 막아

하지만 이날도 식수 반입은 저지됐다.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행진을 통해 쌍용차 평택 공장에 식수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은 이를 막고 나섰다. 불법집회라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집회 참가자 머리 위로 헬리콥터로 낮게 배회하며 끊임없이 이들을 괴롭혔다. 옆 사람과 대화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고 가만히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결국 집회 참가자들은 평택 공장을 500m 앞둔 삼익 아파트 앞 도로에서 주저앉아 "노동자도 사람이다. 물과 의약품을 허용하라"고 외쳤다. 그러자 경찰은 최루액을 섞은 살수차 2대와 경찰 병력을 동원해 이들을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27명이 연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평택법원사거리부터 평택역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한 뒤 자진해산했다.


▲ 경찰은 집회 참가자 머리 위로 헬리콥터로 낮게 배회하며 끊임없이 이들을 괴롭혔다. ⓒ프레시안

▲ 경찰은 최루액을 섞은 살수차 2대와 경찰 병력을 동원해 이들을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27명이 연행됐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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