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의 점거파업이 7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간간이 흘러나왔던 파산 얘기가 구체적인 날짜까지 지정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산한다 하더라도 도장공장의 파업 노동자가 공장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달라질 것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상태에서든 경찰 병력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낼 계획이 아니라면 유일한 해법은 노정 대화 뿐이라는 분석이다.
협동회 "파산하고 좋은 자산만 남겨 새 법인 설립 요구할 것"
협동회는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시 송탄공단의 한 협력업체에서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다음달 5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 조기파산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쌍용차 회생을 통한 채권회수 계획을 포기하고 차라리 조기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이유다.
다만 협동회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과정과 비슷하게 비교적 좋은 자산만 남겨 가칭 '굿 쌍용'을 설립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할 계획이다. 협동회의 최병훈 사무총장은 "6개월 동안 쌍용차 회생을 위해 각계각층에 읍소하며 노력했는데 파산에 직면하는 상황이 돼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협동회는 "지금이라도 파업 사태가 해결되면 정리해고 인원 전부를 협력업체에 취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 쌍용차 600여 개의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는 29일 "새달 5일 쌍용차를 조기 파산하고 매각해 새 법인을 설립하는 조건부 파산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
"지금 상태로 7월 넘기면 경영 정상화 불가능"
쌍용차가 정말 파산이라는 극단적 결론으로 치닫게 될까?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의 의지"라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 상태로 7월을 넘기면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 사태의 해법은 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내오거나, 강제로 노조의 파업을 해산시키는 것뿐이다. 이 모두 정부나 경찰병력 등 '책임 질 수 있는 외부 세력'의 개입 없이는 난망한 것들이다.
쌍용차와 노조는 각각 '일부라도 정리해고 수용'과 '무급 순환 휴직으로 고용 보장'에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중재도 별 약발이 없는 상태가 이미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한 협력업체의 파산 신청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파산 하든 안 하든 해법은 '강제해산이냐 대화냐' 두 가지 뿐"
▲ 한 마디로, 파산을 하더라도 파업 노동자가 "이대로는 도장공장에서 못 나간다"고 버티면 수가 없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이 부소장은 또 "파산하더라도 노조 등 노동자 대표와 다른 채권단이 함께 마주 앉아 청산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으로 노동자도 금융권, 협력업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법적인 채권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은 "사실 파산은 정리해고자 정리 문제 뿐 아니라 현재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대주주 상하이차 지분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노조와 협의 아래 진행한다면 파산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파산'은 이 부소장의 방향과는 전혀 맥락이 다르다. 상하이차보다는 노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부소장은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정부와 다른 채권단 주도로 파산시키는 것은 현재 쌍용차 문제를 합의로 풀 마음이 전혀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지독한 자기 중심적 사고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소장은 "파산을 하든 안 하든 결국 쌍용차 사태의 해법은 대화 아니면 강제 해산 밖에 없는데 현재 도장공장은 강제 진압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참사가 예상된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운신의 폭이 없는 공동관리인을 내세우지 말고 직접 나서 노조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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