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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정 악화, '잃어버린 10년' 일본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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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정 악화, '잃어버린 10년' 일본 답습"

현대경제연구소 "국가채무 급증 ·감세 등 닮은 꼴"

90년대 10년간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국가 채무가 GDP가 대비 148%에 이르러 주요 선진국 중 '최악의 재정 상태'에 놓여 있는 일본을 한국이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소는 26일 '일본 국가재정 악화의 교훈 : 한일간 유사점과 대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은 장기불황 결과 재정적자가 10년간 4.5배 이상 확대돼 2009년 3월말 현재 국가 채무가 778조 엔으로 GDP 대비 148%에 이른다"며 "일본의 국가 재정 악화 과정을 한국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 재정을 한국이 닮아가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감세로 인한 세수 축소 등 여섯 가지다. 특히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10년 간의 장기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대규모 토목건설 등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정부 재정을 투입해 불필요한 사업을 벌일 경우, 정부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뿐 경기부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가 약 30조 원을 투입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벌이겠다는 점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경고를 떠올리게 만든다.

닮은 꼴 1 : 국가채무의 급증

일본은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빈번한 재정동원으로 재정적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재정적자는 90년 9.2조 엔에서 99년 41.82조 엔으로 4.5배 이상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2008년 말 현재 일본의 국가 채무는 GDP 대비 172.1%로, 미국(71.1%), 한국(25.2%), 영국(57.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일본 국가 채무 잔고 778조 엔을 일본 총인구로 나누면 일본 국민 1인당 국가 채무는 609.3만 엔으로 1년 이상 근속 근로자의 평균 연소득(2006년 기준) 435만 엔의 1.4배나 돼, 재정의 장기 유지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의 국가 채무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 채무는 97년 60조 원에서 2009년 366조 원(추정치)으로 6배 이상 급증했고, GDP 대비 비율은 12.3%에서 35.6%로 급증했다.

닮은 꼴 2 : 급격한 감세로 인한 세수 위축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일본은 90년대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94년과 98년 각각 소득세에 대한 특별감세조치, 99년 소득세의 정률감세 조치가 이뤄졌다. 또 98년에는 법인세율을 37.5%에서 34.5%로 인하했고, 99년 다시 30.0%까지 인하했다. 이에 따라 세수가 크게 줄었다. 91년 26.7조 엔에 달하던 소득세는 99년 15.4조엔 까지 감소했고, 89년 19조 엔인 법인세는 2003년 9.8조 엔으로 하락했다.

이명박 정부도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출범 이후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쓰고 있다. 현행 6-35%인 소득세율을 6-33%로 낮추고, 법인세율은 11-22%에서 10-20%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9년 11.2조 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닮은 꼴 3 : 국채발행 누증에 따른 금융불안

대대적인 감세로 인한 급격한 세수 위축은 국채발행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경우 세수 부족분인 국채발행 수입은 91년 GDP 대비 9.5%에서 99년 43.4%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국채가 늘어날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르는 다량의 국채를 보유한 금융기관의 자산 손실 우려가 크다. 보고서는 "일본 국채 잔고 중 일본 금융기관의 보유액은 2008년 말 현재 500조 엔으로 78.4%에 달한다. 장기금리가 4% 전후로 상승하면 일본 금융기관은 약 10조 엔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도 2009년 적자국채 순발행액은 33.5조 원으로 사상 최대액이고, 적자국채 발행 잔액은 98.5조 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2009년 상반기 한국 국채의 투자자별 순매수 비중은 금융기관이 53.2%, 연기금/공제회가 33.8%를 점하고 있다.

닮은 꼴 4 : 지방재정 악화

일본의 지방재정은 세출이 세수보다 많아 중앙 정부의 지방교부세, 지방양도세, 지방특별교부세 등에 의존하는 구조다. 따라서 국가 재정의 악화는 곧 지방 재정 파탄으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경상수지비율은 90년 최빈치가 70-74%인데 반해 2003년에는 85-89%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마찬가지.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로 인해 지방교부세가 줄어들어면서 지방재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 재정자립도는 2004년 57.2%에서 2009년 53.6%로 하락했다"며 "지방재정 자립도가 하락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자립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92.0%에 달하나 전라남도는 19.4%에 불과하는 등 지역간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닮은 꼴 5 : 재정 지출의 경기부양 효과 감소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경기부양책이 정치적 고려 등으로 주로 공공투자에 많이 배분됐다"며 "재정지출의 효율적 투자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비효율적 국책사업으로 혼슈와 시코쿠 두 섬을 잇는 연육교 사업, 니카타현의 포장도로 사업 등을 지적했다.

또 재정 정책이 소비지출로 이어지지 않는 '리카도 등가원리'(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영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장차 세금이 인상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현재 재정적자분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을 늘린다는 것), 재정 지출 증가에 따른 구축효과로 인해 설비투자의 위축으로 재정승수가 하락하는 '멘델플레밍 효과'(금융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재정정책을 사용할 경우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재정 지출 효과가 감소하는 것) 등도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 역시 재정에 기초한 경기 부양책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전체 계획 대비 재정지출 규모의 65% 가까이를 쏟아부었다. 덕분에 2분기 실질 GDP가 1년 전에 비해 2.3% 증가했지만, 정부 재정지출이 크게 감소하는 하반기(7~12월)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 비해 사회복지비 지출 규모는 작지만 고령화 사회의 급진전으로 지출 규모의 급증이 에상된다"며 사회복지비 증가도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중장기적 재정운용 목표 설정해야"

보고서는 따라서 한국 정부도 더 늦게 전에 재정 건전성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국가 채무 수준 관리를 위해 목표치를 설정하여 운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가 채무의 규모와 관련된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

보고서는 또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는 등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늘리고 국내 경제의 20%에 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지하경제에 대한 세원 확보 노력 등 세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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