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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실패 입증된 'GE모델'에 환호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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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실패 입증된 'GE모델'에 환호하는 이유는?

금산분리완화, 진짜 위험은 '재벌의 금융화'

22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재계에서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비은행(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 이 법안에 재계는 "이로써 제너럴 일렉트릭(GE)처럼 금융과 제조업이 하나의 그룹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델이 국내에서도 가능해졌다"고 환호했다.

작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미국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한때 '새로운 경영 모델'로 극찬을 받았던 잭 웰치 회장의 'GE 모델'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GE와 GE캐피털, 제조업과 금융의 동거는 금융회사의 부실이 제조업으로 전이되면서 제조업과 금융 사이의 '방화벽'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GE-GM의 몰락, 제조업을 잡아먹은 금융업

▲ GE의 '금융자본화'를 이끌었던 잭 웰치 전 회장. 그는 그러나 자신이 앞장섰던 '주주가치 경영'에 대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
현재 GE의 주가는 10달러 대. 작년 4월1일 38.43달러였던 주가가 올해 들어 무려 60%가 빠지면서 한때 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가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GE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 2분기 결산 결과 순이익이 28억7000만 달러, 주당 26센트로 1년 전에 비해 47%나 줄어들었다.

GE가 이처럼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은 금융자회사 GE캐피털 때문이다. 작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 신용카드 등이 급격히 부실화되면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제2의 위기'로 신용카드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GE캐피털의 손실 규모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GE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지 않았던 GE캐피털은 잭 웰치 회장 취임 후 급성장해, 90년대 이후 전체 GE 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커졌다. 따라서 GE캐피털의 부실은 그룹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제조업과 금융이 한 그룹 안에 동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101년의 역사를 끝으로 몰락한 제너럴 모터스(GM)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세계1등 자동차 기업'이었던 GM의 몰락은 과거 성공모델에 안주하는 안이한 경영방식, 경영위기를 도외시한 노조 등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금융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2일 발표한 '100년 기업 GM 몰락의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부문의 고성과로 인한 착시현상"은 GM 몰락 원인 중 하나다. 보고서는 자동차 할부 금융을 공급하는 금융계열사인 GMAC의 고성과에 대해 "금융사업의 고성과는 제조부문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슨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런 착시현상으로 본업인 자동차 부문의 혁신에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경영진이 단기실적주의에 빠지면서 본업보다는 금융부문 수익을 중시했다"며 "2000년대 이후 자동차부문을 토대로 금융사업의 장기적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정도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몰락 직전의 CEO인 릭 왜고너는 '先 할부금융사업 흑자, 後 자동차사업 균형'의 사업모델을 목표로 해서 업계에서는 GM을 '자동차를 만드는 은행'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출혈' 없는 지주사 전환…총수 일가의 안정적 지배 체제

▲ GM 역시 할부금융사업에 집중하면서 몰락을 재촉했다. ⓒ연합
제조업과 금융업이 한 그룹 내에 병존했던 것이 GM과 GE라는 두 '1등 기업' 쇠락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잭 웰치에 이후 GE 회장이 된 제프리 이멜트는 지난 15일 "기업들은 금융업에서 벗어나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에 눈을 돌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멜트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다시는 금융 서비스 산업에 과도하게 투자해 데이고 싶지 않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중심이 복잡한 금융상품보다 눈에 보이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업과 제조업 사이 뿐 아니라 금융업과 금융업 사이의 '방화벽'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이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자국의 경제정책을 이런 쪽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은행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지난 22일 금융지주회사법까지 통과시켜 대기업들에게 '금산분리 완화' 약속을 지켰다. 대기업이 은행업에 실질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재벌들도 'GE 모델'을 따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증권, 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제조업 계열사가 뒤얽혀 있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를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자회사로 보유한 채 지주사 전환이 가능해졌다. 보유사 주식 매각 등 '출혈' 없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총수 일가의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가 가능해졌다.

'GE모델', 공적자금 유입되지만 감시는 덜 받아

대기업 입장에서 제조업과 금융업을 아우르는 'GE모델'의 또 하나의 숨겨진 장점이 있다. 미국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9일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GE가 미국 정부의 은행 지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GE가 금융회사로서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거대 금융기관에 가해지는 엄격한 감독에선 예외가 됐다는 것. GE는 이번 금융위기 국면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한시적 유동성 보장프로그램(TLGP)을 통해 85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 등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스트레스테스트는 받지 않았다. 또 재무부의 '부실채권구제프로그램(TARP)'을 받은 대형 금융기관들은 임원진의 보수 제한조치 등 규제를 받았지만 GE는 여기에서도 제외됐다. 이처럼 GE는 제조업과 금융업 사이를 오가면서 정부의 지원은 지원대로 챙기고, 규제는 빠져나가는 교묘한 '줄타기'를 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금산분리 완화도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금산 복합체인 대기업이 경영에 실패하면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들어간다. 이 돈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성과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오너들의 지배구조를 공공히 하는데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이런 대기업의 '금융화'는 국가경제에는 분명 '재앙'이다. 권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등 대기업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의 대가로 요구하는 투자와 고용도 금산분리 완화시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E 역시 GE캐피털로 그룹 투자와 역량이 집중되면서 설비투자나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도 지난 4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재벌의 '금융화'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폐해에 대해 "재벌들까지 금융자본화 되면 게임은 끝나버린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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