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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몸을 던졌다. 민주당은 무엇을 던질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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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몸을 던졌다. 민주당은 무엇을 던질건가?"

'의원직 총사퇴' 여전히 갑론을박…"장고 끝 악수"

"좌고우면(左顧右眄)", "지리멸렬(支離滅裂)", "장고 끝의 악수"

23일 민주당 안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의원직 총사퇴'라는 최고 수준의 결기를 보였지만, 이 카드가 슬그머니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자 "전략적 실책"이라는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이고 큰 불만의 표출은 최문순 의원의 사퇴서 제출이다. 최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하며 당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앞으로도 언론운동은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과 함께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겠다"고 민주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좌고우면'하는 당에 대한 불만을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 ⓒ프레시안

'의원직 총사퇴' 슬그머니

지난 21일 오전 우제창 원내대변인과 노영민 대변인은 잇따라 원내지도부-중진연석회의에서의 '의원직 총사퇴 결의' 소식을 전했다. "다수의 의견"이라는 것은 물론 "의원회관 방을 빼고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까지 해야 한다"는 강성 발언을 전하며 '결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 의원총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예상치 못한 신중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장시간의 논의 끝에 민주당은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한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당 관계자는 "의원직 총사퇴는 최후의 가장 높은 수준의 방법이기 때문에 의원의 만장일치 의견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섣부르게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인사는 "결의를 했으면 일단 당 대표나 원내대표에게 사퇴서를 제출해 협상 테이블에 84장의 사퇴서를 꺼내놓고 협상하게 했어야 했는데, 결국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첫 스텝에서 꼬이기 시작한 '의원직 총사퇴' 카드는 이후 아예 엉켜버렸다. 단식 중인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직권상정 직전 "우리는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고 했지만, '총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던 터라 투톱의 사퇴 카드는 파괴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한 보좌관은 "22일 오전 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 발표가 났을 때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던졌어야 했다"며 "그 때를 놓친 총사퇴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좌고우면하는 모습은 미디어법이 처리된 22일 저녁에도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의 전략적 선택은 방송법 재투표와 대리투표에 포커스를 두고 공세를 이어가는 쪽으로 맞춰졌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대리투표나 재투표 논란은 불법이 명백하기 때문에 언론이 나서서 진실을 밝히게 하고, 민주당은 직권상정 날치기에 대한 정치적 결의와 선택에 집중해야 한다"며 답답해 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직권상정하면 의원직 사퇴하겠다는 것이었지, 대리투표하면 사퇴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공허한 메아리

그러나 "투표 무효화 투쟁"은 민주당 전략의 중심으로 자리잡혔다. 장외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원내 투쟁 사안'을 중심에 둠에 따라 민주당이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실제로 꺼내들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의원직 사퇴를 공언한 이강래 원내대표를 만류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원내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의원직을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에 대해 "방송법 무효나 김 의장 사퇴 주장은 원내지도부나 일부 의원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 84명은 물론 민주당 당직자, 보좌관들이 함께 똘똘 뭉쳐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직 총사퇴는 84명 의원만의 일이 아니라 보좌진을 포함해 600명의 생계를 담보로 한 총사퇴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여전히 "의원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도 여전히 총사퇴 카드를 완전 접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의원직 총사퇴는 최후의 카드이기 때문에 다시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에 시기와 방법을 고려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3일에도 의원직 총사퇴에 대한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다가 실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간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의원직 총사퇴 언급 이후 일련의 과정들이 국민들에게는 좌고우면으로 비칠 수 있고, 이미 사태가 벌어진 뒤에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한두 명씩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해도 지리멸렬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세균 대표에 대해서도 "이번 단식과 의원직 사퇴 천명으로 이전과는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다"면서도 "아직 당을 완전 장악할 수 있는 리더십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언론악법 저지"에 당의 운명을 걸다시피 했던 민주당이지만 실제로 이를 이끌 구심과 계획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장외집회에 막연히 참여하는 정도가 민주당 계획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민주당은 "새로운 싸움"을 선언했지만 국면반전을 주도할만한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 눈치다. 모 의원실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기 목숨을 던졌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과연 무엇을 던져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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