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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위해 국회에는 메뚜기들이 뛰어다녔다"

[현장]'언론악법, 비정규직악법 저지 촛불문화제'

"아버님, 당신의 어린양, 아니 늙은 쥐가 이 세상을 다 갉아먹고 있습니다."

좌중에서 연신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광주 문화방송에서 국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국악단의 농을 치는 목소리가 좌중을 휘어잡았다.

한나라당이 언론 관련법을 22일 직권상정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하자 언론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직권상정 직후 언론노조가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규탄결의대회를 가진 것에 이어 저녁 8시에는 야4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하지만 촛불문화제는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시종 즐거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힙합듀오 공연에서부터 문화방송 노조 노래패, 가극단의 공연까지 다양한 문화행사가 준비된 것.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500여 명의 시민들은 연신 손에 든 '언론악법 폐기, 직권상정 반대' 등의 피켓을 흔들며 공연에 환호했다.

▲ 22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는 언론 관련법 통과에 따른 규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프레시안

"국회에서는 오늘 메뚜기들이 뛰어다녔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이동우(가명 21) 씨는 "비록 오늘 미디어악법이 통과됐지만 절차상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좀 더 힘을 모아 날치기로 통과된 미디어악법을 저지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기태(39) 씨는 "미디어악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를 찾았다"며 "솔직히 이젠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시민들의 밝은 모습을 보고는 또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시종 즐거운 분위기만 지속된 것은 아니었다.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언론 관련법이 통과된 것을 규탄했다.

SBS 노조 심석태 위원장은 "국회에서 언론 관련법 표결 시간에는 메뚜기가 뛰어다녔다"고 증언했다. 그는 "내 눈으로 분명히 본 것은 한나라당 모 의원의 자리에 찬성 불이 떴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의원이 없었다"며 "이것만 봐도 이날 표결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표결처리를 위해 국회사무처에서는 참가 국회의원수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했는데 알아본 결과 몇 명의 국회의원이 있었는지 이들도 알지 못했다"며 "이게 국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수많은 기자들이 메뚜기 뛰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며 "민주당은 당장 이 영상뿐만아니라 국회 CCTV를 확인해 이 문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화방송 노조 노래패가 몸짓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프레시안

야 4당 "불법성 낱낱이 밝혀내겠다"

야 4당 의원들도 미디어법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사실상 일당 독재선언을 외친 오늘, 민주당이 이를 막아내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하지만 불법성을 낱낱이 밝혀내 오늘 통과된 방송법의 문제점을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국회에서 오늘 저지른 불법과 만행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국회라는 곳이 초등학교 회의하는 곳도 아니다"라며 "이젠 정말 이명박을 끌어내려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 자리에 설 면목이 없다"며 "하지만 오늘이 끝이 아니기에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법 절차를 어기고 통과시킨 언론 관련법에 대해 23일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앞으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밤 10시경 문화제를 마친 시민들 중 약 200여 명은 '직권 상정 원천 무효, 한나라당은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나라당 당사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병력을 동원해 한나라당사로 가는 길을 봉쇄했다. 이에 시민들은 경찰과 충돌없이 이후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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