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산하기관이 이 정도인데 다른 데는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산업인력공단에서 12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 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 임세병(32) 위원장은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노동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토로했다.
공단 산하 직업전문학교의 비정규직 교사들로 구성된 이 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상시업무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120여 명의 농성자들은 공단 10층 한 강당을 빌려 생활하고 있었다.
'상시업무의 정규직화'란 말의 의미는 '한시적인 업무에 한해 비정규직을 사용해야 한다'는 '당위'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공단이 상시적인 업무에 비정규직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임 위원장에 따르면, 이 노조 조합원들인 직업전문학교 비정규직 교사 중에는 10개월 내지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면서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9년 동안 일해 왔다. 또한 이들의 업무는 정규직 교사들과 그렇게 다른 점도 없다.
요컨대 산업인력공단이 반복 갱신을 통해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해 왔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의 주장은 지난 9월 공단측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다시 확인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21개 직업전문학교에는 기간제 교사가 모두 165명이 있는데 기간제 근로계약 연수로 구분해 보면 7년 이상 근무자가 20명이 넘는다.
<표 1, 2>
예를 들면 직업전문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사로 7년 근무했다는 말은 6차례 근로계약 반복갱신을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동시에 해당 비정규직 교사의 업무는 '상시적 업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세병 위원장은 "상시적인 업무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이같은 '상식'을 노동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임 위원장의 말하는 '상식'을 지켜낼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는 노동부가 지난해 9월 입법예고한 뒤 격렬한 노·사·정 갈등을 낳았던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서 잘 드러난다.
이 법률안에는 기간제 근로 사용기간을 3년으로 한정했을 뿐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별도의 '사유'를 정해놓지 않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노·사·정은 오랜 시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사용에 있어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용자측과 노동부는 기간만 제한하면 비정규직의 남용이 제어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세병 위원장은 19세에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7년 동안 현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다. 그는 27세에 국가기술자격증 중 최고 단계인 '기능장'을 따 직업전문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입사했다. 하지만 '상식'이 외면 받는 부조리한 현실은 임 위원장을 교실이 아닌 농성장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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