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김근태 고문을 비롯해 '민주연대' 인사들이 정 대표를 지지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단식은 과거 권위주의에 저항하던 방식이었는데, 정권이 과거로 돌아가 공안통치를 하다보니 야당 대표도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반대 의사는 물론 "국회에 경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국회 안으로 수시로 불러들이면서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용산참사 6개월이 지났는데 장례도 못 치르게 정권이 그대로 방치하는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문제도 무능하기 짝이 없다. 방치하다가 어제 노조 간부 아내가 자살했다", "인권위원장 취임식이 가관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인권위원장은 있으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현 정국에 총체적 불만을 토로했다.
김 고문은 정 대표의 손을 꼭 쥐며 "언론악법은 MB악법 중에서도 묵과할 수 없는 가장 중대한 문제"라며 "반드시 저지해야 하고 역사는 우리 편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하고, 정 대표도 그런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격려했고, 정 대표도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화답했다. 김 고문은 "소금을 챙겨 먹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단식은 야권에서는 호응이 좋은 편이다. 정 대표는 평소 단식 등의 시위방식에 긍정적이지 않았던 인물이기 때문에 정 대표의 단식이 더욱 큰 '집안 결속'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 고문과 함께 지지방문한 설훈 전 의원은 "정 대표는 스타일이 온유한데 대단한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지지방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날엔 미디어 관련법 외곽 투쟁을 책임지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격려 방문을 했고, '공천 갈등'으로 소원해졌던 정동영 의원도 지지방문해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눴다.
당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20일 열린 '언론악법 저지 결의대회'에는 민주당이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연 집회 중 가장 많은 원외 위원장들이 참석했고, 이들은 천막을 치고 국회 밖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 보좌진들이 당 대표실과 대표실 밖에서 동시에 지지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당 내에는 언론악법이 도대체 왜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의원들 중에는 '조중동'에 찍히는 것이 무서워 나서기 저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정 대표의 단속은 이들에게 절박함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프레시안 |
이밖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정 대표를 방문하는 등 미디어법 공조를 연출하고 있는 보수 정당들도 정 대표의 단식이 적지않게 신경 쓰이는 눈치다.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는 미디어법 국면 뒤에 있다. 만약 미디어법을 막아내면 정 대표의 입지는 우뚝 서겠지만, 강행처리되면 단식 효과는 하루아침에 날아갈 수도 있다. 또한 미디어법이 처리된 이후 청와대와 여권이 그리는 정국 반전 구상에 민주당이 마땅히 대응할 길도 현재로선 변변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이 자꾸 오른쪽으로 가면서 정 대표를 자꾸 왼쪽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 대표의 정치 생명을 건 단식이 어떤 결과를 보게 될지 조만간 판가름날 '미디어법 승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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