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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대통령은 파리 다섯 마리가 죽은 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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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대통령은 파리 다섯 마리가 죽은 줄 아는가"

[현장] 용산참사 유가족 폭우 속 삼보일배…경찰 인도에서 행진 막아

용산 참사로 희생된 고 윤용헌 씨 부인 유영숙 씨의 뺨에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붙었다. 검은 상복 치맛자락에서 끊임없이 빗물이 흘러내렸다. 깁스를 한 오른팔 때문에 땅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깁스는 지난 주말 집회에서 경찰과의 몸싸움 탓이다.

18일 서울에 100밀리미터 가까운 비가 내렸다. 걸을 때마다 신발에서 물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연신 내리는 비로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하지만 유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묵묵히 굳어진 얼굴로 한 발, 두 발, 세 발, 발걸음을 내딛은 뒤 청와대를 향해 절을 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은 검찰에 수사 기록 3000쪽 공개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지난 17일 삼보일배를 했다. 이들은 18일 오후 5시부터 시민 100여 명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폭우 속에서 삼보일배를 강행했다.

청와대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삼보일배를 시작하자마자 내리기 시작한 폭우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경찰도 삼보일배를 막고 나섰다. 청와대까지 가려던 유가족은 결국 경찰 방패 앞에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서울광장을 한 바퀴 돈 뒤 인도를 이용해 삼보일배를 진행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100미터도 채 못가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50여 명의 병력으로 인도를 막고 청와대 방향으로 가는 길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미 차도 방향에는 경찰버스로 차벽이 세워져 있었다.

유영숙 씨는 "왜 인도를 막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경찰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길을 막고 있다"고 분노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도 "대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자신 앞에 서 있는 경찰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 18일 오후5시부터 용산 참사 유가족과 시민 100여 명은 폭우 속에서 서울광장부터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강행했다. ⓒ프레시안

경찰에 의해 막힌 삼보일배, 유가족 "억울해서 못 살겠다"

결국 삼보일배를 진행하던 시민들은 그 자리에 연좌를 하고 경찰이 병력을 철수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해산하라"는 경찰의 명령이었다.

문정현 신부는 "무조건 막아놓고 집시법 위반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며 연신 지팡이로 땅바닥을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전종권 위원장도 "이것이 2009년도 공권력의 현실"이라며 분노했다. 그는 "자신의 의사를 가장 평화롭게 표현하는 삼보일배조차도 경찰이 폭력적으로 막고 있다"며 "이것마저 막는다면 결국 우리보고 화염병을 들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경찰은 1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이들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해산하지 않을시 강제 연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전재숙 씨는 문정현 신부를 붙잡고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그는 "억울하고 분해서 못살겠다"며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삼보일배는 그렇게 유가족들의 눈물로 끝났다.

▲ 삼보일배를 진행하던 시민들은 그 자리에 연좌를 하고 경찰이 병력을 철수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경찰의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해산하라"는 명령이었다. ⓒ프레시안

"고인 다섯 분의 목숨을 마치 파리 5마리의 목숨으로 안다"

한편, 삼보일배를 시작하기 앞서 '이명박정권살인진압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참사 해결에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됐지만 마치 파리 5마리가 죽은 것처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진정으로 서민 행보를 하려고 한다면 당장 이 자리로 달려와 유가족 앞에 엎드려 사죄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용산 참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노 대표는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되어서야 야당과 서울시가 이에 관련한 대화를 시작했다"며 "그렇지만 오 시장은 문제에 대한 대책을 진정성 있게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모른척 한다고 용산 참사 비극은 덮어지지 않는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불의를 누르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행진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재숙 씨도 6개월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는 정부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6개월 동안 고인들이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 있다"며 "이 나라, 이 정부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말 청와대를 가서 대통령에게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해서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면서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대통령이 사과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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