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사퇴는 사실상의 '철회'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엉망이었고, 이 사실을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은 명확하게 밝혀주었다.
만일 박지원 의원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천성관 씨를 결국 검찰총장에 임명했을지도 모른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 전, 이미 천 씨의 문제는 낱낱이 드러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철회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고, 한나라당은 천 씨는 훌륭한 사람이라며 감쌌다.
그들은 왜 그를 그토록 지키고자 했을까? 일단 잘못된 인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무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므로. 그러나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애초에 천성관 씨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소문난 '공안통'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들은 천 씨를 검찰총장에 임명해서 확실한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싶었기에 그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공안'을 위한다면서 그야말로 '수사 대상'이어야 할 인물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안'을 위협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공안'을 내걸고 '공안'을 위협하는 잘못을 저질렀던 것이다. '공안'은 '공공 안녕'의 준말이다. 그러므로 '공안'은 사실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공안'은 그렇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독재가 모두 '공안'을 내세운 독재, 말하자면 '공안 독재'였기 때문이다. '공안'이 본래의 뜻대로 좋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독재의 유산부터 철저히 청산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안'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반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천성관 사건'은 대단히 중요하다.
▲ 자신의 문제를 거짓말로 덮으려던 천성관을 진짜로 닮은 사람은 누구일까? ⓒ프레시안 |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거짓말을 해서 부시 전 대통령마저 크게 놀랐던 적이 있지 않은가? '천성관 사건'을 통해 천성관 씨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가 다시금 명확히 확인된 셈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일관되게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계속해 오셨는데 그 철학적 바탕은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며 천성관 씨의 사퇴를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설명을 옹호했다.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기는커녕 또 다시 '서민'을 이용해서 자신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어떤 기독교 기도회에서 그는 아예 서민을 돌보라는 소명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자랑스레 말하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일찍이 20대 후반부터 최상층에 속해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0.001%에 속하는 초특부층의 사람이면서 서민을 잘 알고 있으며 위하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가?
0.001%의 초특부층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서민을 모르고 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을 잘 알고 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는 서민을 '능력과 노력이 부족해서 어렵게 사는 존재'로 잘 알고 있으며, 그러므로 자신과 같은 부자들이 더욱 더 많은 돈을 벌어서 쓰도록 하는 것이 서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로 대표되는 '부자 감세'를 강행하고 두부세와 '죄악세' 등의 '서민 감세'를 추진하면서도 시종 서민을 위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서민을 내세우고 '반서민 정책'을 강행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행태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무엇보다 서민의 위기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들은 이미 너무나 많다. 경찰과 검찰의 문제도 이미 너무나 명확히 드러나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이미 분명히 밝혔듯이 심지어 국가정보원이 나서서 시대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부자'로 불리는 최상층 부유층의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정책들이 강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허태열 의원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듯이 야당마저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색깔론'이 횡행하고 있다. '빨갱이병'을 애용하는 보수 세력이 영구집권을 위해 '빨갱이병 바이러스'를 적극 유포하며 극히 후진적인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3대 망국 정책'이 큰 문제이다. 첫째, 매체 장악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른바 '신문-방송 겸영'을 내걸고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 '신문-방송 겸영'은 언론의 다양성을 해치고 방송의 공공성을 파괴할 크나큰 위험을 안고 있다. 그것은 사실상 보수신문에게 방송을 주려는 것일 뿐이다.
둘째, 비정규직 연장 정책이다. 비정규직법의 실행을 거부하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그야말로 반노동부 장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연장 정책은 사실상 비정규직의 양산과 영구화를 획책하는 것일 뿐이다.
셋째, '4대강 죽이기' 정책이다. 이것은 막대한 혈세를 '강부자'로 대표되는 토건족과 투기뿐에게 퍼주고 소중한 국토를 완전히 파괴하는 망국의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하는 매체 장악 정책, 비정규직 연장 정책, '4대강 죽이기' 정책은 '좋은 사회'를 향한 민주주의의 이상을 훼손하는 것이면서, 민생을 적극 돌보는 복지국가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열심히 살고자 하는 서민의 꿈을 무시하는 것이다.
'4대강 죽이기'의 이름으로 토건족과 투기꾼에게 막대한 혈세를 퍼주지 말라. 그 돈은 '반값 등록금'이나 '반값 아파트'와 같은 서민 정책에 써야 한다. 비정규직법을 즉각 실행하라.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서민 정책의 기본이다. 매체 장악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강부자'와 조중동이 방송을 장악한다면, 서민의 실상 자체가 은폐되고 왜곡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단지 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생생한 생활의 위기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생활의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강부자'로 대표되는 최상층 부유층, 그 핵심인 토건족과 투기꾼은 오히려 엄청난 기회를 맞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함께 갈수록 커다란 생활의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은 바로 서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여러 '반서민 정책'을 계속 강행하면서 서민을 계속 강조하고 나서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화의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영속적 민주화를 추구하기 위한 서민의 각성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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