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퇴계와 건륭제가 장수를 누린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기록을 살피면, 그들이 비슷한 양생법으로 건강을 유지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은 바로 이 양생법을 같이 살펴보자. 오늘 소개하는 양생법을 잘 실천하면 우리도 퇴계와 건륭제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면서 천수도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건륭제는 새벽에 일어나면 양쪽 어금니를 마주쳐서 이하선을 자극해 침을 분비하게 했다. 그 침으로 잇몸을 적신 다음 천천히 삼키면서 장을 적신다. 새벽에 일어나 입속 침으로 양치를 해서 삼키면 나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해서 정기가 자연히 몸에 충족된다는 이론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동의보감>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어떤 사람이 침 뱉기를 좋아하니 진액이 마르고 신체가 야위었다. 지인을 만나 침을 삼키는 방법을 배우니 몸이 다시 윤기 있게 변했다." 필자도 같은 경험을 했다. 늘 가래침을 뱉는 환자에게 '침을 삼키라'고 했더니, 그는 얼마 안가 놀랄 만큼 살이 붙고 건강해졌다.
옛 사람은 이런 침을 이용한 양생법을 '고치법'으로 부르며 장수를 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여겼다. <동의보감>의 예는 이런 옛 사람의 지혜를 한의학에서 응용한 것이다. 현대 과학을 통해서 습득한 지식을 염두에 두면 이런 고치법은 몸의 생리 현상을 염두에 둔 양생법이다.
▲ 퇴계 이황은 복통과 같은 위장 질환으로 평생 고생했지만 일흔 살까지 천수를 누렸다. 그 비결은 바로 '침'에 있다. ⓒ프레시안 |
우리 몸이 외부 물질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항체가 담긴 점액이다. 이런 점액을 '분비형 면역계'라고 부르는데, 눈물, 콧물, 생식기의 분비액, 소화관액 등이 모두 다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점액 중에서 끊임없이 몸속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입에서 분비되는 타액, 즉 침이다.
타액은 하루에 약 1500밀리리터(㎖)가 분비된다. 4분의 3은 악하선(턱밑샘)과 설하선(혀밑샘)에서, 4분의 1은 이하선(귀밑샘)에서 만든다. 타액 속에는 전분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 바이러스·세균으로부터 신체를 방어하는 면역글로블린(항체),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타액선 호르몬 등이 포함돼 있다.
양생과 노화를 예방하는 타액선 호르몬은 주로 이하선에서 분비된다. 이하선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씹을 때 반드시 입술을 다물고 천천히 오래 씹어야 한다. 음식물을 잘 씹으면 타액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려면 음식물을 꼭꼭 잘 씹어서 넘기라는 말은 바로 이하선 자극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런 타액을 새벽에 일어나 분비하면 입에서 소화기에 이르는 긴 관에서 윤활유로 작용해 내면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침부터 외부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첫 번째 방어벽인 침이 구강에서 항문에 이르는 긴 관 곳곳에 퍼지도록 하는 양생법, 이게 바로 '고치법'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침이 마를 때는 매실을 사용한다. 겨울에 눈을 흡수해 스스로를 적셔서 봄이 오기 전에 꽃을 피우는 매실의 식생과, 매실 얘기만 들어도 침이 분비되는 경험을 응용한 것이다. 매실은 오매, 백매 두 종류로 나뉜다. 오매는 매실이 씨를 만들 때 따서 쪄 말린 것이고, 백매는 소금에 절인 것이다. 침이 마를 때는 주로 백매를 사용한다.
경상북도 북부 지역 예천(醴泉)은 한의학적으로 해석하면 타액(唾液)에 해당한다. 단물이 흐르는 샘이라는 뜻인데 화지(華池), 옥천(玉泉)과도 같다. 옥천은 구슬이 흐르는 샘이라는 뜻으로 타액을 극찬하는 말이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침은 순환을 시키면 시킬수록 몸에 생기를 불어 넣는 보약이다. 침을 삼켜서 오장의 기운을 보양하는 것이다.
침은 건강유지에 필요한 것으로 입안의 보약이나 몸 밖으로 뱉어내고 나면 더러운 '침'이 되어 버린다. 늘 함께 있어 소중함을 잊고 있는 공기처럼 천연 보약으로서의 타액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