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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나간 노동부…대한통운,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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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나간 노동부…대한통운,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살인 방조 회사에 세무조사 유예, 금리 혜택"…"당장 취소해야"

대한통운이 올해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통운은 올해 초 78명의 택배기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고, 이 문제로 운수노조 화물연대 박종태 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던 사업장이다.

그런 대한통운이 "노사 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우수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우수기업이 되면, 정기적인 근로 감독을 면제해주고, 세무조사를 1년 간 유예해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금융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번 선정되면 3년 동안 특혜는 상당한 데 반해, 심사위원 7명도, 심사 결과도 모두 비공개여서 논란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과 같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기업 뿐 아니라 정부가 특정 기업을 임의로 지원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는 9일 성명을 내고 "노사문화 우수기업이 정부의 노조탄압 정책을 앞장서 수행한 기업에 대한 보상이냐"며 "노동부는 제정신이냐"고 맹비난했다.

대한통운 "5회 연속 우수기업에 선정"…올해 147개 응모해 98개 선정

▲ 대한통운이 올해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프레시안
대한통운은 9일 "노동부로부터 '2009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수기업 선정을 담당하는 노사발전재단은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지만, 대한통운이 먼저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대한통운은 1996년, 1999년, 2002년, 2006년까지 네 차례나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한 번 선정되면 2년이 지나야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까지 총 5회 연속으로 선정된 것이다.

지난 1996년 처음 시작된 이 사업은 "상생 협력의 노사문화 확산을 위해" 시작된 것이다. 노동부가 주관하던 이 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노사발전재단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노사가 공동 명의로 신청하면 관련 심사위원회가 현지 실사, 서류 심사, 사례 발표 등을 거쳐 최종 선발하게 된다. 다만 △최근 2년 이내 불법 노사분규가 발생했거나 △노사문화 우수기업·대상으로 선정된 후 2년 내에는 신청할 수 없다.

심사위원은 각 지방노동청이 추천하는 전문가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심사위원들은 △노사관계 △노사문화 실천요소 △노사의 사회적 의무 △노사문화 특징 등 총 4개 항목에 따라 1차 심사를 하고, 다시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7개 항목을 놓고 사례 발표 및 질의 응답을 통해 점수를 매긴다.

올해에는 대한통운 외에도 삼성테스코, 한국수력원자력, 서울도시철도공사, 근로복지공단, 농심, 웅진씽크빅, 동부제철, 신세계이마트 중동점 및 성서점·서면점 등 총 98개 기업이 선정됐다. 올해 우수기업 선정에 지원한 기업은 모두 147개였다.

선정만 되면? 근로감독 면제·입찰 시 가산점·세무조사 유예 "혜택이 쏟아진다"

기업들이 이 우수기업 선정에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혜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가 직접 인증서를 수여하고 3년 동안 △정기근로감독을 면제해 주고 △군수물품 조달이나 용역 입찰에 응할 경우 가산점이 부여되며 △근로자 학자금 대출금리 혜택을 준다. 또 1년에 한해 세무조사도 유예해 준다.

금융상의 혜택도 있다. 신용보증이나 신용평가를 할 때 우대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금리도 우대 혜택을 받는다.

대한통운 "창사 이후 무쟁의"?…'사회적 약자' 특고노동자와는 2달 동안 갈등

문제는 올해 다시 선정된 대한통운의 경우 지난 봄부터 두 달 가까이 갈등을 일으킨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대한통운은 지난 3월 운송료 건당 30원 인상을 요구하는 78명의 택배기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고, 이에 4월 30일 이들을 돕던 박종태 화물연대 지회장이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야산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화물연대는 이 문제를 놓고 총파업까지 벌였고, 지난 6월 15일에야 "78명의 복직"에 합의할 수 있었다.

▲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싸움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현실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끝내 화물차 노동자들의 노조인 '화물연대'와는 합의할 수 없다고 버텨 "화물연대" 이름을 합의서에서 빼고 서명했다. ⓒ프레시안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싸움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현실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끝내 화물차 노동자들의 노조인 '화물연대'와는 합의할 수 없다고 버텨 "화물연대" 이름을 합의서에서 빼고 서명했다.

물론 대한통운은 스스로 밝힌 대로 "1930년 창사 이래 79년 간, 1961년 노조설립 이래 48년 간 무쟁의·무분규 사업장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 소속인 정규직노조와의 관계는 원만했지만,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극단적 갈등을 빚었던 점은 분명하다.

민주노총 "노조탄압에 앞장서면 상 주나?…선정 취소하라"

민주노총은 당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상반기를 뒤흔든 최대 노동쟁의 사업장이 우수기업이 되다니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노조탄압에 앞장서면 상을 주는 나나라 됐냐"고 개탄했다.

민주노총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 탄압의 특공대 역할을 하며 한 노동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회사를 우수기업으로 선정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 일이냐"며 "그러고도 노동부 명패를 달고 있는 것을 보면 수치심마저 잃었나보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에 "지금이라도 대한통운 선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혜택은 퍼주면서 선정 이유는 '비공개'…'우수기업 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대한통운의 선정을 계기로 다양한 혜택을 기업에 주는 노사문화 우수기업 사업 자체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한통운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서울노동청 관계자는 "심사 위원들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각 항목별로 대한통운이 받은 점수도, 총점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비공개 원칙의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한통운 측에 선정된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낫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노사발전재단 관계자도 "재단은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를 통계내는 등의 행정 절차만 할 뿐 선정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발을 뺐다. 노동부, 국방부, 국세청, 조달청, 근로복지공단까지 정부부처 및 기관이 총 동원돼 혜택을 퍼주면서 어느 기업이 어느 항목에서 점수를 많이 받아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심사 결과는 비공개인데다, 7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5명이 지방노동청이 추천하는 전문가로 사실상 노동부의 추천 인사고 지방노동청장 및 노사발전재단 책임자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노동 탄압' 정책을 앞서 실천한 데 대한 보상 아니냐"는 민주노총의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00년에도 '무노조 경영'의 원칙으로 노동자의 노조 설립을 각종 방법으로 가로 막았던 삼성 SDI가 노동부의 '신(新) 노사문화 대상'에 선정돼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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