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앨범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린 노래는 '비트 잇'과 '빌리 진'이다. 나도 두 노래를 그야말로 지겹게 들으며 10대 말을 보냈다. 특히 '빌리 진'의 춤에서 보여준 이른바 '문 워크', 즉 앞으로 가는 듯하면서 뒤로 가는 춤은 세계를 매료시켰다. '스릴러'는 '비트 잇'과 '빌리 진'보다 덜 인기를 누렸지만 14분이 넘는 그 뮤직 비디오는 영화의 수준으로 만들어져서 '듣는 음악'을 '보는 음악'으로 만든 마이클 잭슨의 능력을 한껏 과시했다. 어둠이 깔린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좀비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어쩌면 마이클 잭슨은 인종 차별과 계층 차별을 당연시한 로널드 레이건이 1981년에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이 '스릴러 공화국'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무서운 '스릴러'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지금 이 나라가 어느덧 '스릴러 공화국'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강부자'로 대표되는 부유층은 이 나라가 바야흐로 '낙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을 완화해서 '부자 감세'를 감행하고, 두부세와 전세세와 죄악세 등의 '서민 증세'를 강행하겠다니, 이명박 대통령은 '강부자'답게 정말 부유층을 지극히 위하고 있지 않는가? 이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돌연 '서민 중시'를 외치더니 결국 '재산 기부'를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불에 타죽은 용산의 철거민들은 여전히 냉장고 속에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산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독재의 폭압에 맞서서 인권과 민주의 시대를 열기 위해 애써온 천주고 정의구현사제단이 7월 6일 마산의 상남성당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생명수호를 위한 시국미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상원 신부는 '철사 둥지'에 빗대어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 대해 강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사탄'으로 여기는 엉터리 목사들의 엉터리 설교가 아니라 진정한 하나님의 사도가 전하는 절절한 강론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상원 신부의 강론은 그대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곧 썩어 없어질 것들에 민감하고 참으로 소중한 것에는 눈 감고 문외한인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깨닫고 인정하길 기도드린다.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론이라는 껍데기뿐인 구호로 깜짝쇼를 하는 가벼운 인간성에서 벗어나 인간이 누려야 할 진정한 존엄성과 행복이 어떤 것인지 깨닫고, 도덕 철학 가치관 인격의 성숙도 등 모든 면에서 새롭게 거듭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마음까지도 보살피고 헤아리는 인간적 대통령이 될 수 있길 기도 드려본다.
모래 위에 집을 짓지 말고 반석 위에 지어라. 환상적인 인더스트리아의 꿈을 향해 구호 정치, 현혹 정치, 패거리 정치, 무지 정치로 일관하는 무리들은 바로 자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그 꿈의 희생자가 될 것임을 반드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근사하게 보이는 철사 둥지에서 폼나게 살 것처럼 기대하지만 실은 삐뚤어진 욕망과 명예의 철사 줄에 휘감기고 찔려 스스로 비참해진 자신들의 모습과 인격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윤성효, <오마이뉴스>, 2009년 7월 6일)."
▲ 이명박 정부가 저지르는 많은 잘못 중 가장 큰 잘못은 바로 '4대강 죽이기'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저지르고 있는 많은 잘못들 중에서 가장 큰 잘못이 '4대강 죽이기'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서민 증세'와 비정규직 연장도 너무나 큰 잘못이고, 허위 자료에 기초하고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미디어악법 강행도 너무나 큰 잘못이다. 그러나 '4대강 죽이기'는 우리의 식수원을 모두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그 연장선에서 지리산까지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4대강의 바닥과 주변에 산재한 수많은 문화재들을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후진적인 토건경제에 몰두해서 경제마저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4대강 죽이기'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역사상 최악의 파괴 사업인 것이다. 토건족과 투기꾼은 좋아서 날뛰고 있지만 '4대강 죽이기'가 강행되면 이 나라에는 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모든 강들이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좀비들이 설치는 것보다 강이 죽는 것이 더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강이 살아 있어야 좀비들에게도 맞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은 생명의 원천이다. 강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강이 죽으면 좀비들만 신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4대강 죽이기'는 '토건 좀비'와 '투기 좀비'가 지배하는 끔찍한 '스릴러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해외자문위원'이었던 한병훈 비엔나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며칠 전 한 인터뷰에서 곽승준의 '대운하 대박론'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4대강 살리기 임기 내 추진론'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가 끝나는 2012년까지 마치기 위해서는 4대강 준설을 흡입식 방식으로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키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홍준철, '대운하 해외 자문위원 한병훈 부소장 직격 인터뷰 : "4대강 살리기 임기내 완공 후폭풍 분다"', <일요서울>, 2009년 7월 7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금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토건정치', '투기정치'를 강행하고 있다. '4대강 죽이기'의 핵심은 대규모 준설과 대형보의 건설이다. 두 가지는 '대운하 1단계'가 아니라면 전혀 불필요한 사업이다. 한병훈 부소장의 지적대로 대규모 준설은 사실상 준설이 아니라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대대적인 파괴와 굴착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대형보는 강을 거대한 저수지로 만들어서 소중한 상수원을 모두 급속히 썩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하회 마을과 병산서원 등의 귀중한 문화재들이 치명적으로 훼손되고 말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부자'를 위한 '토건정치', '투기정치'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결코 참담한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최소한 대규모 준설과 대형보의 건설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 하회 마을은 낙동강이 빚어낸 아름다운 자연 마을이자 조선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깊은 역사 마을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눈에는 저 아름다운 하회 마을의 모래밭이 그저 '골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강의 모래는 우리 강을 식수원으로 만들어주는 자연의 여과기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미 경제와 관련해서 큰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컨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에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올해 경제성장률이 4%가 되어 돈이 남을 것이기 때문에 '부자 감세'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때 이미 강만수 전 장관은 -2%성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했다고 한다(박상주, '거짓말하는 MB정권', <미디어오늘> 2009년 7월 7일). '한반도 대운하'보다 작은 사업이지만 예산은 '한반도 대운하'보다 거의 50%나 증액된 '4대강 죽이기'에서도 지독한 거짓말의 냄새가 풍긴다. 애초에 4개로 예정되었던 대형보가 갑자기 16개로 늘어나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무려 4개나 숨겼다가 발각되고 말았다. 혹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거짓말 중독증인가?
능소화, 접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7월이다. 봉숭아, 참나리, 호박꽃도 정겹다. 그런데 가장 흔한 것은 개망초인 듯하다. 이 작고 하얀 꽃을 보며 우리 민중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꽃은 100년쯤 전에 미국에서 들어온 외래종이고, 조선이 망하던 무렵에 창궐해서 개망초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한다. 개망초는 강력한 생명력으로 고유종을 몰아내는 것이 베스와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죽이기'에 대해서 '개망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이 '4대강 죽이기'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개망초의 문제도, '4대강 죽이기'의 문제도 이미 아주 잘 알고 있다. 목월이 노래했던 아름다운 우리의 강을 지키자.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