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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강경기조 전환'은 섣부른 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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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강경기조 전환'은 섣부른 예단

[기자의 눈] 비대위 체제는 노선전환 힘든 구조

민주노총이 21일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파문 이후 불거진 민주노총의 내부갈등을 수습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외부에서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강경파가 민주노총을 주도하게 되면서 앞으로 노사정 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같은 시각은 이수호 전 위원장 등 기존 지도부가 사퇴하게 된 배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사퇴한 이수호 지도부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국민파'였다. 반면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파문을 계기로 이수호 지도부로 하여금 사퇴하도록 압박해 온 세력은 강경파인 '중앙파'와 '현장파'다. 요컨대 강경파가 온건파를 물러나게 했으니 이제부터는 강경파가 민주노총을 주도하게 됧 것이고,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대화가 아닌 투쟁 일변도로 치달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예단에 불과하거나 부분적으로만 타당한 시각이다.

***비대위 체제, 강경파가 주도하기 힘든 구조**

우선, 이번 비대위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듯이 민주노총은 특정 세력이 조직 전체에 전일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힘든 구조다.

비대위 위원장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중앙파'의 전재환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이 맡았지만, 집행위원장은 이수호 지도부와 맥이 닿는 '국민파'의 배강욱 화학섬유연맹 위원장이 맡았다. 비대위 위원 9명을 정파 별로 분류하면 국민파가 6명이고 중앙파 또는 현장파가 3명이다. 온건파가 훨씬 많은 것이다. 따라서 전재환 비대위 위원장과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등 강경파가 비대위 운영에서 주도적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렵게 돼있다.

이런 점은 21일 비대위 구성 직후 비대위 위원들이 하반기 투쟁계획에 대해 논의를 벌이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논의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투쟁전술과 관련해 이수호 집행부의 기존 방침보다 더 강경한 주장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내부에선 "현상유지에 초점" 전망**

외부의 시각과 달리 민주노총 내부의 시각은 내년 초로 예정된 지도부 선거 전까지는 비대위가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쪽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가 길어야 2~3개월인데, 그 사이에 사업기조를 강경하게 몰고 가기는 힘들다"면서 "민주노총이 강경하게 돌변할 것이라는 사회 일각의 시각은 민주노총의 내부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노총의 또다른 관계자는 "11월 총파업 및 파업 찬반투표 등 이미 계획된 사업도 힘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조만간 사업수위를 낮추자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산별연맹들이 연내에 치러야 할 자체 사업이 많다는 점도 비대위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연맹 등 주요 산별연맹과 민주노총 내 단위노조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노조 등이 11~12월에 지도부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할 수 있는 내부동력이 그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소문 단계인 추가 비리연루설도 변수**

민주노총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주요 간부들의 비리 연루설도 변수다. 아직은 '설'에 불과한 소문이지만 이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비대위 체제 자체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내부고발센터에는 상당한 파문을 야기할 수도 있는 비리 고발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내부의 이런저런 사정을 두루 살펴보면, 민주노총이 강경파에 의해 주도되면서 강경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사회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같은 사회 일각의 주장은 민주노총을 '말이 안 통하는 강경세력'으로 매도해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그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민주노총의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이같은 사실들이 왜 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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