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현 민주노총 지도부의 동반 사퇴가 확실시된다. 이로써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비리 사건으로 격화된 민주노총의 내홍은 결국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지게 됐다.
20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수호 위원장은 19일 내부회의를 거치면서 기존의 입장을 바꿔 조기에 사퇴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에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 올해 하반기에 논의될 주요 노동현안에 대한 투쟁을 수행한 후 내년 1월 경에 총사퇴 및 재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같은 방침이 발표된 직후 민주노총의 내분은 거세지기 시작했다. 한 지역본부장이 즉각 사표를 제출하며 지도부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사무처 직원 상당수가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하며 현 지도부의 즉각적인 총사퇴를 촉구했던 것.
일부 산하 연맹에서도 지도부의 방침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등 지도부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확산되자 현 지도부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총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해 "위원장, 사무총장, 부위원장 모두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며 "더 이상 내분이 격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해 현재 격화 일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지도부의 결단임을 시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중으로 기자회견 혹은 보도자료 형식을 통해 대내외에 지도부 총사퇴 사실을 알릴 예정이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는 향후 비정규법안 처리 등 하반기 주요 노동현안을 둘러싼 노사정 교섭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기간제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 비정규 관련 법안을 두고 노사정은 1년 여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왔다.
또한 향후 노사관계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기대되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로드맵) 역시 이번 정기국회 기간 동안 첨예한 노사정 갈등을 낳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 협상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인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함으로써 노동계는 사실상 무장해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민주노총은 지도부 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해 하반기 투쟁과 교섭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직내분 격화 등으로 비대위가 지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반기 주요 법안 처리는 경영계와 정부 및 정치권이 어떤 판단을 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민주노총은 상당한 시간 동안 내분수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여, 이미 불균형 상태였던 노사정 간 힘의 관계는 더욱 기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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