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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비정규직 '오보'…무식하거나 뻔뻔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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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비정규직 '오보'…무식하거나 뻔뻔하거나!

"박사 연구원이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 명백한 오보!

"비정규직법의 불똥이 대덕연구개발 특구에도 튀었다.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무더기로 해고됐다."

2일 저녁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였다. MBC는 이날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해 계약직 연구원 등 94명이 무더기로 해고됐다"며 "이 가운데 석사, 박사급 연구원만 60명으로 관련 법안과 제도가 큰 폭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대덕 전체가 흔들리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만이 아니었다. <동아일보>도 3일 "대덕연구단지도 149명이 해고되는 등 해고가 줄을 잇고 있는데도 노동계와 민주당은 '해고대란이 아니'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문화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이 싸우는 사이에 '고급 인력'마저 연구 단지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그런데 이들 보도는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된 보도'다. 연구단지를 떠나는 사람의 '숫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잘못됐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현행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 대상이다. 즉, 비정규직법과 이번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박사와 같은 '고급 인력'까지도 법 때문에 '억울하게' 연구원을 떠나게 됐다고 보도했으니, 명백한 '오보'다.

현행 비정규직법, 박사급·고령자 등은 2년 이상 사용 가능

▲ 박사 학위 소지자는 현행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대상이다. 즉, 법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사와 같은 '고급 인력'까지도 법 때문에 '억울하게' 연구원을 떠나게 됐다고 보도했으니, 명백한 '오보'다. ⓒ프레시안
언론들이 전한 대덕연구단지의 계약해지자 수는 모두 121명.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연구단지 내 20여 곳의 정부출연연구기관 가운데 12곳에서 이 같은 계약 해지 사례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가장 숫자가 많은 곳은 지난달 30일부로 94명이 계약이 만료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이다. <문화일보>는 "이날 해고 처리된 원자력연구원의 계약직 연구원들은 박사급 7명이 포함된 전원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라고 전했다.

<프레시안> 확인 결과 원자력연구원의 계약해지자 94명은 △박사 후 연수생 4명 △박사 수료 후 연수생 3명 △석사 후 연수생 43명 △위촉연구원 12명 △시설, 장비 등 기능직 32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박사 후 연수생과 위촉연구원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간제법 제4조 제5호, 시행령 제3조 1호를 보면,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2년 이상 '마음껏' 고용이 가능하다. 위촉연구원은 이미 정년 퇴직한 사람들이어서 법 적용의 예외자들이다. 그 인원만 16명이다.

원자력연구원의 서민원 팀장은 "실제 비정규직법 때문에 재계약이 불가능한 사람은 78명"이라며 "그 가운데서도 28명은 도급으로 전환해 계속 연구원에서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박사급이 법 적용 예외자라는 것은 알지만 본인들이 재계약을 거부해 계약이 만료되게 됐다"며 "위촉연구원 12명 가운데서도 6명은 그만두지만, 6명은 도급으로 전환해 계속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보도, 잘 모르거나 알면서 모른 척하거나

그런데 왜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일까?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 역시 "박사급은 법 적용 예외자인데 법 때문이라는 보도가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전체 인원수만 확인했을 뿐 각 계약 해지자들의 해지 사유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가능한 추정은 두 가지다.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척하거나. 비정규직법에 대해 제대로 잘 모르고 보도를 하거나, 아니면 알지만 정부의 '대량 해고' 주장을 뒷받침하고 법 개정을 막고 있는 민주당과 노동계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서인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 안 되면 실업급여 못 받아"?…180일만 일하면 다 받을 수 있다

비정규직법과 관련된 보도 가운데 잘못된 보도의 유형은 또 있다. 실업급여에 관한 것이다.

MBC는 같은 날 '비정규직 해고 사태 이틀째…앞길 막막'이라는 보도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비정규직은 많지 않다"며 그 이유로 "현행법상 180일 이상 근무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비정규직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도 못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MBN도 지난 2일 보도에서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비정규직이 실업급여를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보'다. 현행 고용보험법에서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도 일자리를 잃었을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1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으로 사업주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본인이 180일 이상 일했을 경우 수령이 가능하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사용주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보도가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 대책에 대한 건설적 논의 없이 '100만 해고대란' 설을 주장하며 공포 정치를 폈던 정부를 뒷받침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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