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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성장, 실물경제에도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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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CMA 성장, 실물경제에도 영향 미칠까

[은행-증권 고금리 경쟁 ①] CMA 늘어나면 경제지표도 영향?

언론만 보면 정확히 '제2의 월급 통장 쟁탈전'이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Cash Management Account)가 이번 달부터 지급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하자 언론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은행과 증권사 간의 서열 지각변동, 증권사들의 채권 투자 행태 변화, 금융시장 안정성 변화 등 CMA의 변신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지난 2004년 CMA 출범 이후 다시 '월급 통장'을 놓고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CMA가 실제 월급 통장의 상당량을 흡수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올까. 채권시장은 물론, 은행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MA의 월급 통장화, 가능?

CMA는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단시일만 맡겨도 일반 은행 수시입출금식 통장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노무현 정부 내내 이어지던 저금리 기조와 투자 활성화 분위기에 힘입어 CMA는 적립식펀드와 함께 '저축 시대' 막을 내리고 '투자 시대'를 연 첨병으로 평가받았다.

여기까지다. 이후 체크카드 기능을 부과하고 각종 서비스 혜택을 늘리면서 증권사들은 CMA로 은행 월급 통장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이어왔으나 이 목표 달성은 어려웠다. 일단 아직은 특별한 변화가 관측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의 '그래도 월급 통장은 (안전한) 은행'이라는 인식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CMA신용카드 모집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데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CMA 총잔액은 38조5000억 원을 기록, 전월말 대비 불과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CMA 관련 총 계좌수는 전월말대비 12만5000좌(1.4%) 증가한 876만5000좌였다.

금감원 발표로 확인 가능한 것은 CMA가 많은 돈을 한꺼번에 넣는 월급 통장으로의 기능을 아직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좌수 증가율보다 잔액 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짐은 곧 CMA 통장이 딱히 돌리기가 마땅찮은 푼돈의 정거장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입증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 대부분이 CMA를 월급 통장으로 활용하기보다 주식 투자 대기자금 보관용으로 쓴다"며 "증권사 직원 외에 월급 통장으로 (CMA를) 활용하려는 사람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실행될 지급 결제 서비스가 상황을 반전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공과금 자동 이체부터 급여 이체, CD기 이용 등의 서비스를 은행 가상계좌 없이도 이용할 수 있게 돼 금융 거래 과정에서 은행 보통예금과 CMA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윤성희 동양종금증권 상무는 "고객 대부분이 상당수의 카드를 이미 갖고 있어 일각에서 거론되는 '머니무브' 수준으로 가입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자산 관리 접근성이 더 높아지면서 CMA를 주거래 통장으로 변환하려는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최근 증권사들은 월급 통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시작했다. ⓒ프레시안

월급이 바로 투자액, 함정은 없나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CMA의 미래를 쉽게 낙관하지 않는다. CMA가 아무리 편의성을 강화했다 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투자 상품'으로서 안정성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승 한화증권 책임연구원은 "CMA가 제공하는 고금리 원천은 결국 증권사가 채권 투자로 얻는 수익"이라며 "CMA 잔액이 늘어날수록 증권사의 채권 투자 노출 위험도 커진다"고 했다.

물론 증권사들은 위험헤지에 나서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고객이 월급 통장으로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인출에 대비해야 할 금액도 커지면서 이에 상당하는 액수만큼은 단기 매매가 가능하도록 헤지 포지션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금리 변동 노출 위험은 커지는 구조다.

실제 최근 채권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2년 미만 단기물 금리가 크게 올랐다. 국고채 1년물 금리는 6월말 현재 2.92%. 지난 4월 중순만 해도 2.3%대에 불과했다. 2년물 역시 지난 4월말 3% 초반대에 머물던 금리가 지난달 말에는 3.9%대까지 뛰었다. 그만큼 채권 가격은 하락해 국고채에 투자한 증권사는 투자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지난 5월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상당수 증권사의 영업수익(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달보다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MA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동양종금증권의 5월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달보다 26.4%, 33.6% 감소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이 동일한 현상을 겪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덩치가 큰 일부 증권사는 거의 5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콜 시장에서 가져와 채권에 투자했다"며 "최근 손실을 본 증권사가 늘어난 이유로 채권 투자액 증가를 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대량 인출이 현실화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망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CMA신용카드가 활성화되는 만큼 위험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은행이 예대마진 사이에서 '균형 맞추기 게임'을 한다면 증권사는 위험자산과 무위험자산 간 '위험 맞추기 게임'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위험을 현명하게 중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원화 예금 증가율은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CMA 증가율은 최근 경제 위기 속에서 급속도로 줄어들었으나 다시 안정세를 찾고 있다. 여전히 원화 예금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프레시안

은행권도 '휘청'?

CMA의 등장이 결과적으로 은행 자산 건전성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증권사와의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은행이 고금리 경쟁에 나설 경우 그만큼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은 물론, 이미 저축은행권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 한달 간 저축은행들은 일제히 예금금리를 0.2~0.5%포인트가량 인상했다.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저축은행도 고객을 붙들기 위해 고금리 경쟁에 뛰어든 탓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율과 자금 중개 기능> 보고서에서 한국 시중 은행의 예금 증가율이 저조하다며 그 원인 중 하나로 CMA를 지목했다. 그는 "7월부터 증권사에서 소액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시중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할 것"이라며 "은행의 예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자금 중개 기능 위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이 예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예대율 축소, 즉 대출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CMA의 성장이 은행 자산 건전성 악화는 물론,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CMA 종류, 어떻게 다를까

CMA는 투자대상에 따라 RP(환매조건부채권)형과 MMF(머니마켓펀드)형, 종금형, MMW(Money Market Wrap)형 등 네 가지로 나뉜다. (비록 확률이 낮다곤 하지만) 채권시장이 급격히 망가질 경우, 투자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RP형은 금융사가 가진 국공채 등을 담보로 발행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약정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변동시킬 때마다 수익률도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MMF형은 이름 그대로 CMA 고객이 유치한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들어 기업어음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투자상품에 투자한 후 얻은 수익을 나눠주는 상품이다. 국공채의 편입률이 높을수록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

MMW형은 가입자의 일임을 받아 가입자 명의의 계좌에서 증권사가 초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이다. 종금형은 유일하게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동양종금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종금업 라이센스를 가진 두 증권사가 종금형 CMA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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