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상율은 외환위기 때의 인상율 2.7%보다 0.5% 오른 것으로 역대 최저임금 사상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이는 경영계가 29일 밤 자정까지 숫자만 바꿀 뿐 '마이너스'를 포기하지 않는 등 강한 삭감 의지를 보였던 탓이 컸다.
경영계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삭감을 주장하면서 예년에 비해 주목을 받았던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는 끝내 공익위원의 중재안 표결 처리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총 27명 가운데 공익위원 중재안에 대한 찬성은 23표, 반대는 4표였다.
최저임금위원장도, 노동계도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길을 멀고도 험했다.
문형남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종 합의안을 발표한 뒤 "경영계는 세계적 경제 불황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하고 노동계는 불황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더 어려우니 이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노사의 대립이 심각했다"며 "13차례 수정안을 내놓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마지막에 공익위원이 안을 제시했다"며 마라톤 협상 과정의 어려움을 밝혔다.
노동계도 마찬가지였다.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매년 최저임금 전원회의에 참석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 30일 오전 5시께 최저임금에 관련한 최종합의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문형남 최저임금위원장. 그는 자신도 회의가 이렇게 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노동계 13%→12%→9% vs. 경영계 -1.5%→-0.5%→-0.25%
합의가 어려웠던 것은 경영계가 삭감 주장을 꺾지 않았기 때문이다. 29일 회의 직전까지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13%와 -1.5%를 주장했었다. 이는 각각 애초 요구안에서 13%를 낮추고 4.3%를 올린 것이었다.
29일 저녁 7시 다시 회의가 열린 이후 노동계는 한 번 수정안을 낼 때마다, 최소 1% 수준씩 낮췄지만, 같은 시간 경영계는 고작 0.25% 씩 올리고 있었다. 노동계의 요구안은 13%에서 12%로, 9.75%에서 다시 9%로 줄어들었고, 그 시간 경영계는 -1.5%에서 -0.5%로 다시 -0.25%로 올리고 있었다.
끝내 밤 10시 30분 경 노동자 위원들은 "-0.25% 이상의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다시 속개된 회의에서 노동계는 7%,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경영계가 삭감 고집을 꺾고 0%를 내놓으면서 공익위원들도 0.4%~4.6% 인상이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 회의 결과에 대해 양 측 모두 불만은 있지만 노동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입장을, 경영계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프레시안 |
계속되는 기싸움…새벽 5시 경 중재안 표결처리
공익위원 중재안이 나온 후 오히려 양측은 더 신중해 졌다. 2시간의 장고 끝에 노동계는 3.9%, 경영계는 1.125%를 내놓았다. 경영계는 소수점 세자리까지 제시하며 신경전을 벌였고, 노사 간 이견은 거기서 좁혀질 줄을 몰랐다.
끝내 새벽 5시, 공익위원들이 낸 중재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문형남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가 여기까지 올 줄은 정말 몰랐다"며 어느 해보다 팽팽했던 노사 간 줄다리기 싸움을 언급했다.
회의 결과에 대해 양 측 모두 불만은 있지만 노동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입장을, 경영계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헌기 사무총장은 "최종 결과로는 IMF 때보다 0.5% 더 오른 인상률을 얻어냈다"며 "경제 위기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소 동결을 원했지만 노동계에서 노동자들의 어려운 점을 호소했다"며 "결국 노동계와 합의하겠다는 생각으로 동결 대신 공익위원안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이날 결정된 최저임금안은 노동부 장관이 노사단체의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90일 이내에 확정 고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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