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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영화의 본질은 공동체적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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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영화의 본질은 공동체적 경험"

[Film Festival]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 기자회견서 밝혀

<21그램>, <바벨>을 만든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로 한국을 찾았다.

'육체, 정신, 영혼(Flesh, Mind and Spirit)'이라는 부제를 달고 내일(27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되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서울 경희궁 앞에서 6개월간 진행하는 설치 프로젝트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이벤트 중 하나다. 패션, 영화, 미술, 프라다의 문화 전반을 주제로 한 이벤트 중 두 번째로 열리는 문화행사인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에서 이냐리투 감독은 뉴욕타임즈 영화평론가 출신의 엘비스 미첼과 함께 이 영화제의 큐레이팅을 맡아 14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 오늘(26일) 오전 11시, 경희궁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장에서 영화제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바벨>, <21그램> 등을 만든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큐레이터로 참가해 내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세바스찬 술 프라다 아시아태평양 담당 CEO, 알렉산더 라이하르트 OMA 건축가, 제로마노 첼란트 프라다 재단 예술총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엘비스 미첼 평론가.ⓒ프레시안

25일 오전 11시 경희궁 프라다 트랜스포머 행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냐리투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14편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제의 의미로 '복원'뿐 아니라 '관객에게 직접 상영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전세계의 영화적 경향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알렉산더 라이하르트, 제르마노 첼란트 등과 기술과 예술, 공간과 영화 등에 대한 심오한 주제로 열정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라이하르트는 이번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물을 건축한, 렘 쿨하스가 이끄는 OMA(Office of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건축가이며, 제르마노 첼란트는 프라다재단의 예술총감독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번 14편 상영작에 대해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밝히면서, 첫째로 가족을 주제로 한다는 점을 들었다.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족 이야기야말로 모든 드라마의 기초라는 것. 두 번째는 격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인물이 감정을 겪어도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전달해주지 못한다면 예술로서는 실패한 것"이라 견해를 밝히면서, 이번 14편의 상영작이 격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선사하는 예술의 가장 기초적인 발언에 성공하고 있는 작품이라 말했다. 세 번째 공통점은 '휴머니티'를 다룬다는 것. 이냐리투 감독은 "최근 인류는 경제적, 정치적 위기뿐 아니라 영적, 심리적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곧 희망의 위기이기도 하다"며 휴머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에만 열중하고 영화사에서는 영웅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만 천착하고 있다며, 요즘의 영화들이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번 상영작 14편 중에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포함돼 있다. <놈놈놈>은 공동 큐레이터인 엘비스 미첼의 추천에 의해 선정된 작품. 이냐리투 감독은 최근의 한국영화들이 과감성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며 높이 사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영화'로 각광받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자신을 포함해 일군의 멕시코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 세계 시장이 '뉴 멕시칸 웨이브'라며 환호했던 현상과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각광이 비슷하다고 말하면서, 이를 '고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표현했다. 'new(새로운)'라는 말의 유효가치는 고작 2, 3년에 불과하며, new는 갑작스럽게 old(낡은)가 되기 쉽다는 것. '뉴 코리안 시네마'라는 세계시장의 각광도 또 하나의 타자화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러한 '뉴 웨이브' 현상에 대해 "원래 탁월한 여러 명의 감독이 갑자기 전세계에 나타나 영화사 전체를 뒤엎는 딥 임팩트를 선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영화와 아르헨티나 영화가 이러한 딥 임팩트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박찬욱, 이창동, 김기덕, 김지운 등의 감독 이름의 그의 입에서 술술 불려나왔다. 그러나 그는 "이런 현상은 대체로 일종의 민족주의의 틀에 갇히기 쉽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러한 '뉴 웨이브'는 재능 넘치는 개인인 감독들이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것임에도 정부가 문화적 정책의 성공의 결과로 치부하며 일종의 '정치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 기자회견에서 열정적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사진제공_에델만 코리아)

이냐리투 감독은 이번 영화제의 의미로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핸드폰 단말기를 통해 영화를 보는 세상이지만, 영화의 본질은 '공동체적 경험'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뤽 고다르 감독이 "TV에서 내 영화가 방영됐는데 그 영화는 내 영화가 아니었다"고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영화 관람이란 필연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마약 경험'에 비유하면서, "롤링 스톤즈의 공연을 집에서 DVD로 보는 것과 라이브 공연에 가서 보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서울에 온 것의 의미를 "단순히 잊혀져가는 영화를 복원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에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최근 자신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경험을 전하면서 영화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최근 <밀양>이 바르셀로나의 예술극장에서 개봉하면서 최고의 호평과 찬사를 받았으나, 정작 아내와 함께 극장을 찾았을 때 관객이 자기들밖에 없어 상영이 취소될 뻔했다는 것. 그는 전세계 영화시장을 고작 4, 5개의 대형 배급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최근의 영화들이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종종 내용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관객들 역시 감정을 다루는 영화는 보지 않으려 하고, 영화사들도 영웅 이야기에만 골몰한다는 것. 그는 미래에 대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면서, 함께 저항운동이라도 펼쳐야 한다는 진지한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과 공간의 변화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냐리투 감독은 "기술이 이미 많은 것을 바꾸었다"며, "3, 4년 후엔 필름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무조건 반감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는 "3D야말로 인간이 시각을 통해 경험하는 방식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크레인 대신 핸드헬드를 사용하는 것도 '너무 새로운 것 아니냐'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야말로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에 가장 비슷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뒤엔 안경이 없이도 3D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인간의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기술이 아무리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그리스의 비극이 지금과 형식은 달랐어도 인간의 감정을 다뤘던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비롯한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 관계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프레시안

이번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에서는 먼저 '육체' 부문으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과 함께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호주머니 속의 손>,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감독의 <사계>, 찰스 버넷 감독의 <킬러 오브 쉽>, 그리고 타비아니 형제의 <빠드레 빠드로네>와 세리프 괴렌, 일마즈 귀니 감독의 <욜> 등 7편이 상영된다. <아귀레, 신의 분노>나 <빠드레 빠드로네>는 국내에서도 정식 극장개봉을 한 바 있지만 DVD로 쉽게 찾아보기는 힘든 영화들이다. 무성영화 스타일로 만들어진 아르메니아 영화 <사계> 역시 평론가들의 추천작. <욜>은 국내에서 정식 개봉은 하지 못하고 비디오로 출시됐으나 지금은 정식 경로로는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다.

'마음' 부문에서는 알랭 레네 감독의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와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소이 쿠바>,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의 <늪>, 로이 앤더슨 감독의 <유 더 리빙> 등 네 편이 상영된다. '영횬' 부문의 상영작으로는 칼 테오도어 드라이어 감독의 <오데트>,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어머니와 아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의 <침묵의 빛> 등 세 편이 선정됐다.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는 누벨바그의 대표작으로 이름이 높고 <오데트>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작품이지만 <소이 쿠바>나 <늪>, <유 더 리빙>, <침묵의 빛> 등의 작품은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영화들은 하루에 한 편씩 하루 세 번 경희궁 프라다 트랜스포머 행사장에서 상영된다. 27일 토요일 12시에는 이냐리투 감독의 마스터클래스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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