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지금 갈수록 무서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에 이어서 국토마저 대대적으로 죽어나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무서운 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지적하며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이 잇따랐다. 100인의 사회인사들의 시국 선언을 시작으로 서울대 교수들을 비롯한 전국의 교수들과 종교인들이 시국 선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쪽에서는 반성은커녕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송지헌이라는 아나운서가 6월 15일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대담을 하다가 "(시국 선언 인사들이)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안 됐으니까 그러신 것 아닌가요?"라고 말해서 시국 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을 모독하는 황당한 사건마저 일어났다. 나는 100인 시국 선언과 교수 시국 선언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이 사람에게 꼭 묻고 싶다. 송지헌 씨, 댁이야말로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황당한 발언을 한 것 아닌가요? 시국 선언을 한 사람들을 그렇게 모욕하면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갑자기 '중도'를 강조하고 나섰다. 자신을 다시금 '실용적 중도'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권의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우파 색깔론자'가 어떻게 '중도'일 수 있는가? 혹시 이명박 대통령은 '우파 색깔론'을 '중도'라고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벙커 생활을 너무 즐겨서 이렇게 된 것인도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빨리 '광장 공포증'과 '밀실 애호증'을 극복하고 국민과 소통해서 잘못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철두철미하게 망국적인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면서 '실용'을 주장하는 것은 더욱 더 큰 문제이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죽이기'를 '실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제로 '실용적 중도'이고자 한다면, '좌파 정권의 잃어버린 10년' 따위의 색깔론을 즉각 버리고, '4대강 죽이기'와 같은 망국적인 토건사업을 즉각 폐기해야 할 것이다. 라디오를 통해 일방적인 홍보를 강화할수록 불통과 불신의 문제는 커진다. '4대강 죽이기'의 문제는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태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사코 '4대강 살리기'라고 우기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는 명확히 '4대강 죽이기'가 아닐 수 없다. '죽이기'를 아무리 '살리기'라고 우겨도 '죽이기'는 '죽이기'일 뿐이다. 절차와 내용으로 나누어서 잠시 그 실체를 음미해 보자. 왜 '4대강 죽이기 저지 국민대책회의'가 조직되었으며, 왜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회'가 개최되는가에 대해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다. ⓒ프레시안 |
먼저 절차의 문제를 보자. 첫째, '한반도 대운하'와의 연관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자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그 '중단'을 선언하고 관련 부서를 해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반도 대운하' 관련 부서는 은밀히 유지되었으며, 사실상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대운하'는 강행되고 있다.
둘째,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과 관련된 거짓말이다. 이미 이런 심각한 절차의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6월 8일에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여기서 이명박 정부는 낙동강에 8개의 보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나, 6월 22일에 <조선일보>는 사실은 낙동강에 10개의 보가 건설될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 중의 하나인 '하회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하회마을의 바로 아래에 건설될 것이다. 절차를 올바로 지켰다면 결코 입안될 수 없는 황당한 파괴 계획이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관련 절차와 관련된 엄청난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법과 국가재정법을 개악해서 모든 절차를 유명무실하게 하려고 한다. 관련 법들을 개악해서 합법적으로 '4대강 죽이기'를, 아니 아예 '국토 죽이기'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파국은 멀리 있지 않다. 2조8000억원의 보상금을 풀어서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는 것이 바로 파국의 시작이다.
내용의 문제는 절차의 문제보다 좀더 여러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수량의 문제를 보자.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의 수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량은 지금도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수량의 확보를 내걸고 마구 건설된 대형댐과 대형보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대형댐과 대형보를 또 다시 마구 건설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명백히 대대적인 '4대강 죽이기'이다.
둘째, 수질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이 죽었다'고 홍보하는 거짓말 동영상을 유포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를 달리 '거짓말 정부'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강 연구단'이 현장조사를 통해 명확히 입증했듯이 4대강의 수질은 양호하다. 문제는 각종 오폐수가 유입되는 지천에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지천 살리기'이다. '4대강 살리기'는 대형댐과 대형보를 건설해서 물길을 철저히 끊어놓고 물을 썩게 해서 결국 '4대강 죽이기'로 귀결될 것이다.
셋째, 홍수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홍수를 근원적으로 예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대 김정욱 교수는 대형댐 중심의 치수정책을 시행하고 홍수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하천을 직강화하고 강변을 시멘트로 포장하는 '시멘트 직강화'는 강을 죽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홍수를 더욱 증강시키는 것이다. 정말로 홍수를 줄이고자 한다면 '시멘트 직강화'를 해체하고 강을 원래대로 되살려야 한다.
넷째, 생태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대강은 개발독재 이래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구간에서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깊이 6미터, 너비 200미터, 길이 360킬로미터에 걸쳐서 준설과 굴착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천을 완전히 파괴하는 무지막지한 토건사업을 벌이면서 생태하천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모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경제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죽이기'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토건 사업의 산업 유발 효과, 고용 효과, 지역 체류 효과는 결코 크지 않다. 14조 원에서 18조 원으로, 다시 22조 원으로 크게 늘어난 '4대강 죽이기'의 예산은 사실상 그냥 탕진되고 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은 사실상 최소 3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막대한 혈세가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을 살리는 데 탕진되는 것이다.
여섯째, 지역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죽이기'로 지역의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발에 따른 투기이익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경제의 활성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투기의 거품은 곧 꺼질 것이다. 남는 것은 막대한 재정의 탕진과 소중한 하천의 파괴이다. 여주는 콘크리트 옹벽으로 뒤덮이고, 하회는 '하회보'의 썩은 물로 수몰되고, 부산은 낙동강이 썩어서 식수난에 허덕이게 될 것이다.
일곱째, 문화의 문제이다. 4대강 주변에는 수많은 문화재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강변과 바닥에도 수많은 문화재들이 매립되어 있다. '4대강 죽이기'는 마치 군사작전을 벌이듯이 그야말로 삽시간에 4대강의 주변과 바닥을 대규모로 굴착해서 파괴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수많은 문화재들이 대거 영원히 파괴되고 말 것이다. '문화가 처절히 파괴되는 4대강 죽이기'가 자행되는 것이다.
일찍이 소월은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라고 노래했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이렇듯 아름다운 강을 잿빛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겠다는 '4대강 죽이기'이다. '4대강 죽이기'는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의 파괴와 탕진의 사업이다. 이런 사업이 강행되는 까닭은 이 나라가 개발과 투기에 의해 좌우되는 토건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해서 이 나라를 마침내 토건망국의 길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 무서운 상황을 반드시 막고 문제의 원천인 토건국가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6월 27일 토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4대강 죽이기 저지 국민대회'가 열린다.
▲ 온통 녹색으로 치장된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청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 성장'의 실체는 '녹색 사기'다. ⓒ프레시안 |
덧붙여서 6월 23일 오후, 기가 막히게도 외교통상부에서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궁금증 3가지'라는 제목의 홍보 메일을 보냈다. 국토해양부에서 만든 홍보 자료를 외교통상부에서 보내온 것이다. 이 긴박한 '북핵 위기'의 상황에서 외교통상부는 이렇게 한가한가?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가 국토해양부의 '하청부서'로 전락한 모양이다.
첫 번째 궁금증은 대운하의 전단계 사업인가이다. 이에 대해 황당하게도 국토해양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니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말이 사실을 결정하는가? 똥을 밥이라고 말한다고 정말 똥이 밥이 되는가? 낙동강에서는 실제로 거대한 화물선을 띄우겠다고 하지 않는가? 터널과 갑문은 나중에 하면 된다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건의했다고 하지 않는가?
두 번째 궁금증은 어느 지역에 추진되는가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에 건설되는 보는 8개만 제시되어 있고, 가장 큰 문제인 '하회보'는 여전히 쏙 빠져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는 계속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천연덕스레 국민을 속이면서 강행되는 사업에 대해 어떻게 신뢰를 보낼 수 있는가?
세 번째 궁금증은 여러 효과들에 대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여러 효과들을 나열하며 열심히 과시한다. 그러나 '4대강 죽이기'는 총체적인 파괴와 탕진의 사업일 뿐이다. 그 문제는 이미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생명의 강 연구단' 등에 의해 낱낱이 입증되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으며, 홍보물로 진실을 호도할 수는 없다.
이 홍보물의 가장 큰 문제는 제목 아래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온통 녹색으로 치장되어 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거대한 콘크리트 호안과 옹벽, 그리고 콘크리트 대형댐과 대형보를 마구 건설해서 녹색의 강을 마구 파괴하는 것이다. 녹색이 아니라 회색이 '4대강 살리기'의 실체인 것이다. 아무래도 '녹색 성장'의 실체는 '녹색 사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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