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가 휴식의 계절, 페스티벌의 계절 여름을 맞아 특별한 여행을 떠납니다. 최근 세계 클럽음악을 견인하고 있는 프랑스를 거쳐 미국과 함께 대중음악의 양대 산맥으로 우뚝 솟은 영국 각 도시를 구석구석 돌아다닙니다. 한국의 양대(가 돼 버린) 록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지산밸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후지 록 페스티벌의 열기 또한 생생히 느끼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프레시안>은 김작가의 좌충우돌 음악 기행기를 여름이 더 뜨거워지도록 독자 여러분께 전달해 드립니다. |
아시아를 벗어난 것은 처음입니다. 출국 직전까지 온갖 잡무를 처리하느라 비행기를 타기 전만 해도 군대를 다시 가는 싸이의 기분이었는데, 그래도 격려해주시고 신경 써 주신 많은 분들 덕에 파리의 새벽공기를 맡는 지금은 뭔가 상병휴가 정도 나온 기분입니다(감정이입 불가능한 여성분 및 면제자 및 공익들께는 죄송).
이제서야 이런 경험을 하게 되다니. 뭔가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역으로 좀 더 젊어질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걷고 많이 부딪히는 한달여가 될 겁니다. 통장을 탈탈 턴 만큼 확실히 뭔가 뽑아내야겠지요.
인생의 리셋버튼을 누른 셈입니다(미노루 후루야와 노이즈가든에게, 고맙습니다). 시작과 끝은 록 페스티벌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아주 특별한 여름이 시작됐습니다(뭐 지난해도 한 여름에 뜨듯한 촛불 들고 돌아다니다가 경찰서 들락거리는, 나름 특별한 여름이었습니다만).
파리를 들렀다가 영국을 헤집고 일본으로 날아갑니다.
음악 여행이라고 해서 클럽이나 공연장만 주야장천 다니는 건 물론 아니고요. 이곳저곳 다 돌아다니면서 사람 냄새, 발냄새 물씬 맡을 겁니다. 아마, 미친듯이 고생하며 좌충우돌하는 여름맞이 블록버스터급 모험담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께 이곳에서 벌어지는 이러저러한 일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물론 일정은 마구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상 19일 새벽 2시, 프랑스 파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비틀즈의 나라로 갑니다. 팝음악을 세계 음악으로 만든 곳이요. ⓒ애플 레코드 |
파리
한국 밴드인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매년 6월 열리는 '여름이 열리는 날'이라는 행사에 초청받아서 파리에서 공연을 합니다. 굉장히 큰 페스티벌이라고 합니다. 파리에서 며칠 머물며 세계 일렉트로니카를 주도하고 있는 파리 클럽 씬, 젊은이들의 음악 문화 등을 둘러보려 합니다. '파리하면 샹송'이라는 고리짝 이미지는 사실과 다릅니다.
글래스톤베리 록 페스티벌
잉글랜드의 성지 아발론에서 열리는 글래스톤베리에 프레스를 받아서 가게 됐어요. 이 페스티벌에 대해서 쓴 글이 있는데, 그걸 옮기는 걸로 설명을 대신하지요.
매년 6월 마지막 금토일, 글래스톤베리 인근의 농장에서 열리는, 영국을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이다. 공식 명칭은 '글래스톤베리 공연 예술 페스티벌'. 6월 초에야 라인업이 발표되는데 4월 초에 티켓이 오픈된다. 그런데 오픈과 동시에 15만 장의 티켓이 몽땅 팔려 나간다. 누가 나오는 지도 모르는데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다. 이건 뭐, 선지원 후시험이었던 학력고사도 아니고. 이런 '묻지 마' 페스티벌이 가능한 건 1970년에 마이클 이비스가 자신의 농장을 하룻동안 개방하며 시작된 이 페스티벌이 영국 음악의 현주소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글래스톤베리>에서도 알 수 있듯 80년대의 스미스(The Smiths)와 뉴 오더(New Order), 90년대의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펄프(Pulp) 등이 수많은 전설적 순간을 만들어냈다. 특히 1995년 참가한 펄프의 'Common People'을 15만 관객이 떼창하는 모습은 90년대 브릿팝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글래스톤베리는 머드 페스티벌로도 악명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일년 내내 농장으로 쓰이는 곳에 6월 마지막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5만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든다. 게다가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영국의 날씨이다보니 비라도 한번 내리면 농장은 거대한 진흙밭이 된다. 그러니 장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목인 셈이다. 또한 비가 안내려도 도처에 뒹구는 소똥의 향연에 시크한 스니커즈 따위는 단숨에 폐품이 될 수밖에 없다. 소똥만 있으면 차라리 다행인데, 인분도 만만치 않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다보니 매일 청소하는 화장실은 청소가 끝나고 곧 청소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변한다. 뭐랄까, 문명과 비문명을 가르는 잣대인 화장실의 존재가 유명무실한 것이다. 그래서다. 글래스톤베리는 음악 축제라기보다는 일종의 야생으로 돌아가는 기간이다. 도시의 쾌적함 따위는 안드로메다의 사물함에 잠시 보관된다. 라인업과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6월 27일부터 3일간 열리는 올해 페스티벌은 블러의 재결성 첫 공연(아싸!),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닐 영(Neil Young), 프란츠 퍼디넌드(Franz Ferdinand) 등 어느 때 보다 쟁쟁한 라인업으로 열린다. 제이-지가 참가, '록페스티벌에 웬 힙합?'이라는 비아냥을 자아냈던 지난해의 오명을 말끔히 씻을만 하다. |
런던
뉴욕과 더불어 세계 음악의 수도인 런던은 당연히 들어가야겠지요. 아마 가장 오랫동안 머물지 않을까 합니다. 소호, 캠든 타운, (비틀즈가 녹음해서 유명한) 애비 로드 스튜디오 외에 런던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Rock N' Roll Legendary Place'에 나오는 장소들 중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곳을 훑어보려 합니다.
맨체스터
박지성 때문에 유명해진 맨체스터가 사실 80년대 후반부터 영국 음악의 주요 도시였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영화 <24시간 파티 피플>의 무대가 된 곳으로서 전설적인 클럽 하시엔다가 있습니다. 쇠락한 공업 도시였던 맨체스터가 어떻게 갑자기 음악 혁명을 이뤄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브리스톨
아마 대중음악 역사상, 그토록 어두운 음악으로 세계를 강타한 장르는 90년대 중후반의 트립합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쇠락해가는 도시답게 쇠락의 아우라가 물씬 풍기는 음악으로 음악사를 새로 썼습니다. 브리스톨은 뒷골목이 많기로 유명하고 영국에 대한 소속감이 별로 없다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밤'의 느낌으로 브리스톨을 다뤄볼까 합니다.
리버풀
비틀즈(Beatles)의 땅, 리버풀은 설명이 필요없겠지요? 마침 올해 비틀즈의 음원이 1987년 CD포맷으로 발매된 이래 처음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되어 재발매 및 온라인 유통을 시작합니다. 아마 가을 이후 다시 한 번 비틀즈 열풍이 불겠지요.
글래스고, 애딘버러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글래스고의 아름다운 환경은 참 많은 아름다운 음악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동네는 생활형 뮤지션이 많기로도 유명하지요. 그리고 동네가 좁은 건지 어떤건지 이 사람이 저 사람이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들이라는 게 그 동안 만난 이 동네 뮤지션들의 전언입니다. 아울러 프린지 페스티벌로 명성을 얻고 있는 애딘버러도 함께 들리려고 합니다.
더블린
요즘은 IT를 바탕으로 잘사는 동네가 되었습니다만,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빼고 영국 음악을 얘기한다는 건 어불성설일 겁니다. 유투(U2), 크랜베리스(Cranberries) 등 이 동네 출신 뮤지션은 서구뿐 아니라 국내 정서에도 잘 맞습니다. 한 때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는 게릴라가 되거나 뮤지션이 되는 길 밖에 없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유럽의 흑인 취급을 받았던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찾아서 그곳에 녹아있는 음악과 사람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후지 록 페스티벌
펜타포트, 지산과 동시에 개최되는 후지 록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는 펜타포트와, 올해부터는 지산과의 제휴로 만들어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이지요. 후쿠오카 인근의 나에바 열리는 본격 캠핑형 페스티벌에서 한국 록 페스티벌이나 음악 수용의 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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