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과 정부, 사측은 20일을 넘겨 장기화되고 있는 노조의 파업을 비난하고 있지만, 회사가 어려운데 파업을 하는 노조의 책임을 지적한 국민은 17%에 불과했다. 이 같은 여론은 "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8일 한길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가 직접 노동조합과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다시 촉구했다.
'쌍용차 법정관리' 누구 책임? 40%는 정부, 20%는 상하이차
▲정부가 방관 속에 노사 갈등만 장기화되고 있는 쌍용차 사태에 대해 국민의 70%가 정부 책임을 지적했다. ⓒ프레시안 |
비록 노무현 정부의 결정이긴 하지만, 정부가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했던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1.2%가 잘못이라고 답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15.4%에 불과했다.
상하이차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 책임이 제일 크다는 응답이 전체의 40.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19.9%가 상하이차의 책임을 지적했고, 노동조합에게 화살을 돌린 사람은 13.2%였다.
정부와 상하이차의 책임을 물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60%라는 점에서, 노조의 주장과 국민들의 인식이 비슷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대와 20대에서 각각 46.8%, 44.7%가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고, 직업별로는 생산직이 50.5%가 정부 책임을 물어 가장 많았다.
또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 어느 주장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0.0%가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한 정부 책임"이라고 답했고, "회사가 어려울 때 파업을 하는 노동자"라는 대답은 17.6%에 불과했다.
인력 감축 63%가 반대…공권력 투입도 79%가 반대
해법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노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2600명 정리해고안을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력 감축에 대해 국민의 63.1%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매우 반대한다는 의견이 23.5%, 다소 반대한다는 의견이 39.6%였다. 반면 찬성한다는 대답은 31.1%였다.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옥쇄 파업'이 30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평택 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전체 응답자의 79.0%가 반대했고 찬성한다는 대답은 17.0%였다.
다만,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기업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찬성 45.3%, 반대 42.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대책위 "국민의 뜻은 정부가 나서라는 것"
범국민대책위는 "이런 국민 여론을 수용하는 길은 정부가 채권단이나 법원의 결정 뒤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 쌍용차 문제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국민들은 정리해고가 중심이 되는 구조조정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며 "차제에 구조조정 관련법과 제도를 바꾸고,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주주의 권리를 인정하는 기업호생 관련 법률도 개정해 대주주의 책임을 먼저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범국민대책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이런 국민 여론을 수용하는 길은 정부가 채권단이나 법원의 결정 뒤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 쌍용차 문제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프레시안 |
쌍용차 노사, 보름 여 만에 다시 대화 재개
한편, 쌍용차 노사는 지난 8일 정리해고 효력 발생일 이후 처음으로 이날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5일 이후 처음 열리는 이날 노사협의에서 평행선을 달려 왔던 양 측의 입장이 좁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지난 16일 '공장 진입'을 시도했던 사측이 노조와 대화 국면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대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총파업은 이날로 29일째, 공장 문을 봉쇄한 옥쇄 파업은 28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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