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 예정보다 빠른 속도로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하반기 동안 정부가 쓸 돈은 줄어들게 돼 경제회복 속도가 느려질 경우 정책 공백이 우려된다.
17일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집행관리 대상 257조7000억 원 중 132조9000억 원을 집행했다. 집행율은 당초 계획(119조7000억 원) 대비 111.0%를 기록했다.
상반기 SOC 투자 집중 지출… "경기하락 방어용"
이에 따라 집행 연간 진도율은 51.6%로 당초 5월말 계획(46.4%)보다 5.1%포인트 초과했다. 당초 상반기 말 목표였던 60.6% 달성에는 9%포인트가 남았다. 정부가 당초 계획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면 6월 한달 동안 쓸 수 있는 돈이 28조 원가량 남은 셈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상반기 동안 본예산 156조1000억 원, 추가경정예산 4조7000억 원 등 총 160조8000억 원을 집행키로 했다. 지난해 상반기 집행금액 109조 원보다 무려 51조9000억 원(47.5%)이 많다.
특히 정부가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4대 중점관리분야'로 꼽은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등 부문에는 43조 원을 집행, 122.9%의 집행율을 기록했다. 당초 계획보다 8조 원을 더 썼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났다. 총 1170개의 SOC 사업 집행 실적은 24조 원으로 당초 계획(17조4000억 원)보다 거의 7조 원 정도 많았다. 민생안정사업 집행 예산은 계획보다 1조2000억 원이 초과 집행된 12조5000억 원이었다. 일자리 사업(2조7000억 원)에는 2000억 원이 초과 투입됐다.
이처럼 상반기 중 많은 예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경기가 워낙 하강하다보니 변동성을 줄이는 게 주요 포커스였다"며 "나름대로 디펜스를 잘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쓸 돈 줄어
이와 관련,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제1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세계은행(WB)이 금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했고 국내 고용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며 하반기에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윤 장관은 특히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추세적 성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확장적 정책기조를 견지할 것"이라며 여전히 재정정책이 경제회복의 중요한 요소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가 상반기 중 계획보다 많은 돈을 풀면서 그만큼 하반기 재정운용 탄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상반기 집행 실적이 당초 계획보다 많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정부는 본예산 101조6000억 원, 추경예산 10조4000억 등 총 111조9000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2조9000억 원 많으나 상반기에 비교하면 대폭 줄어들었다. 그만큼 재정투입에 따른 경기부양효과가 상반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반기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면 문제가 없으나 침체 기조를 이어갈 경우 대응할 힘이 떨어지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민간분야에서 하반기 성장을 주도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음달 초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제3차 기업환경 개선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의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경기 전망이 어두운 데다 오히려 구조조정 압력에 노출된 마당이라 투자확대에 선 뜻 나서줄 지는 의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펌핑 해놓은 예산이 한 바퀴를 돌면서 하반기에는 효과가 더 나타날 것"이라며 "상반기보다 하반기 집행 예산이 적다고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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