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오후 7시 총리공관에서 만난다. 이번 노정 최고 수뇌들 간의 회동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 악화된 노정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해찬 총리, 양대 노총 위원장과 만난다**
26일 노동계와 노동부에 따르면, 이 총리와 양대 노총 위원장의 회동은 비정규직 관련법안 처리 등 노정간 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견을 교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총리실에서 노동계에 회동을 제안했다"며 이번 회동이 총리실의 제안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 뒤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처리,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 문제 등 노정간 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에는 노동계의 양해로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배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 7월 노동계가 김대환 장관에 대한 퇴진운동을 시작한 이래 3개월 만에 양대노총 위원장과 김 장관의 만남도 성사되는 셈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총리실에서 내각의 주무 장관을 제외하고 만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며 "25일 양 노총 위원장은 이 문제(김 장관 배석)를 두고 논의한 끝에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27일 회동은 총리와 양 노총 위원장 간의 3자회동"이라며 김 장관의 배석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 역시 "장관의 배석 자체만을 이유로 총리의 제안을 거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내부의견이 많았다"며 "장관이 배석하더라도 회동에서 노동계는 현 정부가 그동안 펴 온 노동정책은 물론 장관의 거취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관계 총리 개입, 오래 전부터 추진됐다"**
이번 회동은 그동안 노동계 안팎에서 노정관계 회복의 돌파구로 총리실과 청와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두된 상황에서 성사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노정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이해찬 국무총리 혹은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론을 강하게 제기했었다.
이 위원장은 이 인터뷰에서 "김대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장관이 하는 낮은 수준의 사과 등으로는 노정관계의 변화가 힘들기 때문"이라며 덧붙였었다.
민주노총의 핵심 관계자는 "총리가 주재하는 노정간 회동은 이달 초부터 꾸준히 논의돼 온 것"이라고 밝혀, 이번 회동이 오랜 기간의 상호 의견조율을 거쳐 성사됐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노동계가 김대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실과 청와대의 중재 없이는 노동부와 양대 노총 간의 직접 회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점에서 그동안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정관계의 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총리실이나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회동의 결과는 올해 하반기의 노정 관계 및 비정규직 법안 처리 등 각종 노동현안 처리의 향배를 가늠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 노정관계에서 입지 줄어들 듯**
이번 회동에 김대환 장관이 배석하기로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회동의 주체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양대 노총 위원장이지만, 김대환 장관의 거취가 노정관계 회복에 결정적 열쇠가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회동에서 김 장관이 어떤 견해를 피력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노정관계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게 됨으로써 김대환 장관의 입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내에서도 김대환 장관의 처신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회동의 결과에 따라 김대환 장관의 입지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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