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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규제 강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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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IT규제 강국, 대한민국"

[인권오름] '언소주' 온라인 카페 개설자 이태봉 씨

"저희 재판은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소비자운동에 대한 잣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재판은 현재의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사회에 대한 재판입니다. 우리는 무죄입니다. 단지 그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죠. 역사가 판결할 것입니다."

작년 3월 보수언론의 왜곡보도에 따른 네티즌들의 불만이 아고라로 터져 나왔고, 5월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하는 촛불정국에서 탄력을 받아 만들어진 카페다.

올해 초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이하 언소주, http://cafe.daum.net/stopcjd) 회원 24명에 대한 전원 '유죄'라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이에 24명은 즉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분들 중에 카페의 개설자이자 운영자이기도 했던 이태봉 씨를 만났다.

일단 지우고 본다

2008년 촛불 시위 과정에서, 조선, 동아, 중앙 등 보수 신문들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촛불 시위에 대한 왜곡보고'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언소주 회원들은 이들 신문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에게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매일 이들 신문에 실린 광고주 목록을 인터넷을 통해 올리고, 광고주들에게 왜곡언론에 광고를 싣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소비자의견을 전화로 전달하는 언론소비자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하였다.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Daum(다음)에 삭제요청을 했더라고요. 다음 측에서는 임시폐쇄를 시키고, 이게 굉장히 이슈가 된 사항이니 다음이 임의로 정하진 못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뢰를 했어요. 그리고 6월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을 하기로 했는데 그 자리에서 결정을 못했었어요. 다시 연기를 해, 7월1일 삭제가 결정이 내려진 거죠. 그래서 다음 측에서 삭제를 했어요. 더 문제는 58개 해당 글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사례 글은 심의사례에 따라 삭제를 하라고 한 것이죠. 유사사례로 삭제된 글 수가 600여 건이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음 측에서는 방통위에 의뢰를 할 필요도 없이 요청이 들어오면 이 글이 기존에 삭제된 글하고 동일한 맥락이 있느냐 없느냐 요거만 보고 그냥 삭제하는 거죠. 또 조중동 관계자들이 상주하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게시글 삭제요청을 하니 실시간으로 삭제되죠. 최근에도 이명박이 "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2000년 광운대 CEO강연 동영상은 '저작권법으로 삭제 되었습니다'라는 문구만 뜨고 본인에게 통보도 없이 삭제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현재 정보통신망법은 삭제·시정요청이 들어오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예를 들면 Daum)는 해당 게시물을 최장 30일 임시폐쇄를 한다. 이 기간 동안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게시물을 심의하여 삭제 혹은 시정에 대한 판결문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판결문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게시물은 복구 되어야 하는데 다음의 경우는 복구시켜주는 반면 네이버의 경우는 요청하지 않으면 복구되지가 않는다.

인터넷 공간이라는 성격상 30일 동안 임시폐쇄를 한다는 것은 후에 그 게시물이 복구된다하여도 삭제된 것과 다름없게 되는 피해를 입지만 이에 관한 조항은 전혀 없다.
▲ 이태봉 씨.

"검찰 수사로 당연히 위축됐죠"

"조선일보가 카페 폐쇄하라고 했을 때는 회원수가 2배로 늘었어요. 하루에 7천명까지 가입할 정도였죠.… 검찰이 출국금지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탄압의 강도가 높아질 때도 많은 회원들이 함께 힘을 보탠다는 뜻으로 가입을 해주셨어요. 그러나 구속 등 탄압의 강도가 더욱 심해지고 언소주 활동이 위축되면서 가입 회원수가 급격히 줄었어요. 일단 가입회원수도 줄고 방문자수도 줄었으니 게시물 수도 줄었겠죠."

2개월간의 구속된 24명 중에는 안팎으로 퇴사의 압력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 직업이 공무원인 사람은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날 경우 공무원직을 박탈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고,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 또한 피해를 적지 않게 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걱정이 가장 컸다.

"검찰 수사 받으면서 생각했던 게 저희도 인터넷, 핸드폰으로 편하게 생활하잖아요. 그 사람들도 책상에 앉아서 다 편하게 수사해요. 압수수색 영장 한 장이면 언제 어디에 갔고 누구랑 통화했고 , IP 주소하나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다 나와요. 이메일도 압수수색하면 무슨 일 하는지 다 나오고..."

이태봉 씨는 검찰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황당했던 일을 여담으로 이야기했다. 바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 배후세력을 염두에 두고 미리 설계를 한 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조사를 받은 다른 피고인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유도 질문을 많이 했어요. 처음부터 운동가로서 활동했다라고 하면 멋있겠죠. 하지만 나는 운동가는 아니거든요."

"고치다 고치다 화가 나서 지워버려요"

게시물 삭제와 두 달간의 구속을 통해 인터넷 사용에 있어 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을 거의 바로 쳐서 올리잖아요. 나중에 수정을 해도요. 그런데 이젠 그렇게 안 되는 거죠. 글을 다 입력했다가도 등록하기 전에 다시 보고 수정을 하게 되요.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짜증이 나요.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그래서 글을 아예 안 올리게 되요. 화가 나는 거죠. 나에 대해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요즘 언소주 카페에는 글을 거의 안올린다. 그냥 새로 가입한 회원들에게 간단한 인사정도만 한다. 검찰이 언제 증거자료로 제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 수사에서는 관련 시기에 올린 게시물이 아닌데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하지만 판사가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검찰의 이러한 행위는 네티즌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보고 있어요. 보고 있어요."

소소한 일상을 담는 개인적인 커뮤니티도 있지만 이제는 그 곳에 무언가를 올리는 것까지도 불안하다. 상시 감시당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 같았다.

IT규제강국 되었어요

"저작권법 개정안을 보면 문화관광부 장관이 인터넷 게시판 폐쇄권을 가져요. 또 삭제요청 3회 이상 될 경우에는 6개월 계정 폐쇄권도 가져요. 기존의 저작권법으로는 사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현 정권은 이런 절차가 걸리적 거린다는 거죠. 지금의 법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데 그 절차를 따르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거죠. 사이버모욕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행 형법으로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한데 말입니다."

"이미 온 오프가 하나의 생활 공간이에요. 온라인상 규제는 오프라인상의 자유나 생활을 규제하는 것과 같아요. 6개월간의 온라인 활동정지는 6개월간 구속되는 것이랑 같습니다. 오프라인 여론은 사실 힘 있는 집단에서 한 방향으로 끌어가기가 쉽잖아요. 신문사나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여론을 움직이죠.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여론의 주체가 딱히 없잖아요. 개개인들이 다 움직이고 그게 어느새 모여 하나의 거대 여론이 되요. 그런 게(파급력이) 두려운 거겠죠. "

"IT강국 대한민국이 어느 새 IT규제강국이 되었어요. 곧 공산권국가나 정치후진국들에서 벤치마킹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사실보도를 안 하는 게 문제

언소주의 큰 활동 목표는 언론 바로 세우기이다. 보수언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 보도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불가분의 관계다. 거대언론사가 국민들의 알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한다. 사실 왜곡·허위보도로 인해 사람들이 어떤 사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때 왜곡되게 한다는 것이죠. 이는 인터넷 게시물이 삭제되는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조·중·동 언론은 보면 거짓말을 해요. 사실을 보도해야하는 언론이 사실을 왜곡, 축소하거나 보도 자체를 아예 하지 않죠. 저희가 재판 중에 하는 얘기도 이런 겁니다. 이와 같은 것들이 논조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헌법적 가치들의 침해

"어떻게 보면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기본권들은 추상적이잖아요. 하위법률들이 더 구체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좀 더 구체적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 더 중시되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헌법상 가치들을 하위법률로 계속 규제하고 인정하지 않죠. 집시법도 그렇고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도 그렇고……."

씁쓸하지만 정부와 검찰의 IT규제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실하게 느끼게 만들고 있다.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 침해받은 권리와 가치를 우리가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일일게다.

(이 글은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http://www.freeuse.or.kr 을 찾아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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