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증권사들의 전망치는 최저 1200, 최고 1600선에 맞춰져 있으나 보고서를 뜯어보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선다. 증권사 전망자료를 볼 때는 제시한 수치보다 문맥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 국내 증권업계의 사정상 분석가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행간에 숨겨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전망이 갈리는 주요 이유는 하반기를 좌우할 주요 경제 변수, 곧 △유동성 △구조조정 △투자자들의 성향 △경기회복 가능성 등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한 곳은 KB투자증권으로,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확연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최대 18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HMC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증시가 2분기 중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진단했고, HMC투자증권은 하반기 증시가 최악의 경우 1150선까지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큰 목소리는 "조정 있지만 지금보단 높아"
현재 하반기 전망치를 발표한 증권사들의 다수 의견은 쉽게 취합하기 힘들다. 지수전망치로는 대강의 범위를 뭉뚱그릴 수 있지만 이를 설명하는 내용은 완전히 갈리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의 상승 추세가 당분간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신·대우·한화·SK증권 등은 지수 상단이 1600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고 현대·KB투자증권은 1700선도 가뿐히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8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사흘 만에 1410선을 회복하는 등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기관의 매물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1390선으로 내려앉았다(1393.30). 장 초반이 하반기 상승론을 입증했다면 후반 장세는 버블론에 힘을 받쳐준 형국이다.
증권사들이 상반기보다 하반기 증시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된 이유는 유동성이다. 실물 경기 회복속도와 관계없이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도 1500선은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지호 한화증권 스트레티지스트는 "1500과 1600선은 유동성의 힘으로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신중한 시각을 보인 윤 스트레티지스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지속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3분기 유동성 랠리의 정점이 나타난 뒤, 4분기부터는 다시 하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승 추세가 앞으로 내내 이어지리라는 기대감은 동양종금증권과 KB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선명히 부각되지 않았다. 지금의 경기회복세가 아직 과거 증시 고성장기와 같은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제시한 지수와 관계없이 각 증권사의 전망자료의 결을 중심으로,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크게 나눠 주요 증권사의 전망내용을 정리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공식 전망치가 아니라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의 의견이다.
▲주요 증권사의 하반기 증시 전망치(각 증권사 제공). ⓒ프레시안 |
현대증권 : 하반기 증시는 6월 중 바닥을 확인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 최대 1700선까지 오를 것이다. 따라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한다.
상반기 극심했던 신용경색은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 하반기에는 기업의 재고쌓기를 통한 산업생산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현 국면은 경기가 최악의 시기를 지나 회복국면으로 진입하는 초입단계이다. 따라서 이익사이클 역시 바닥을 통과한 후 상승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다.
무엇보다 초과유동성이 주가를 밀어 올릴 것이다. 양적완화 정책이 앞으로도 추진되리라고 보는 이유는 물가가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자산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기 때문에 최소한 3분기까지는 물가의 돌발적인 상승 가능성은 낮다.
대우증권 : 하반기 국내 경기는 리플레이션(통화재팽창) 지속으로 'W'자형 모습을 보일 것이다. 2분기의 회복세가 3분기까지도 이어지겠지만 4분기에는 성장속도가 둔화돼, 증시 역시 다중고점을 보일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1200~1600대로 추정한다.
따라서 3분기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 오를 것으로 보더라도 1500선을 넘어서면 '매수'에서 '트레이딩'으로 시장대응 강도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증시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경기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처럼 시중에 풍부하게 풀린 자금이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낮으므로, 이 유동성이 결국 증시로 유입될 것이다. 하반기에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는 이유다. 긍정적 모멘텀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 하반기 코스피지수 밴드는 1350에서 1600 사이다. 3분기에 연중 최고점을 찍을 것이며 그 후에는 조정장세에 돌입할 것이다.
1600선은 따라서 오버슈팅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코스피의 연간 상승률은 42.3%에 달한다. 미국 S&P500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40%를 넘지 않는다.
한국 증시는 자산가치 재평가 시기이던 지난 2005~2007년을 지나 다시 모멘텀 시장으로 되돌아왔다. 단기 이익회복 기대감이 크다는 말이다. 주된 이유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라는 점이다. 특히 4분기에 전년대비 기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선 3분기에 주가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 :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260~ 1690선을 오갈 것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미국의 하반기 국내총생산(GDP)이 서프라이즈를 보일 가능성과 중국의 내수 확대 조치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경기 회복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V자 회복세가 가능할 것이다.
상반기는 글로벌 정책 공조화와 팽창된 유동성에 따라 증시 랠리가 이어졌다면, 하반기에는 본격화되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증시가 움직일 것이다. 다만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속도와 실적, 국제 유가와 달러가치 변화는 주목할 만한 변수이다.
KB투자증권 : 코스피 목표지수를 1500에서 1800으로 상향 조정한다. 하반기 한국경제가 V자 회복 패턴을 보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V자형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세계 경기침체가 가파르게 진행된 경우 일반적인 경기회복은 V자형으로 진행됐다. 또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고려해야 한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 2월 한국경제는 저점을 확인했고 미국경제도 저점을 통과할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 주식시장의 화두는 경기회복이 아니라 경기회복 '속도'가 될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전년대비 0.2%로 제시한다.
하나대투증권 :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최고 1610선까지 상승할 것이다. 조정은 1350까지 가능하다. 고점은 3분기에 오고 4분기 조정을 받을 것이다.
부동산이 급락하지 않는 한 가계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으며, 부동산 급락 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 장기적으로 내년 경제상황을 체크하면서 우량주를 저가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지금 주가가 과열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지금 상태는 기업 실적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내년 증시는 올해보다 더 좋을 것이다. 다만 유동성이 주가상승을 지지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우려는 상반기보다 높다. 정부 통화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비관론(삼성, HMC투자, 한화)
삼성증권 :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1320에서 1540을 횡보할 것이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지수가 더 추락해 1240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달리 말하면, 코스피지수는 2분기 중에 이미 정점을 찍었다. 3분기부터는 코스피지수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
주된 이유는 앞으로 기업도산이 본격화하리라는 점이다. 설령 하반기 중 부실기업을 안전지대로 구출할 만큼 소비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그 때는 이미 물가상승 부담이 커진 상태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유동성을 환수할 수밖에 없고, 금리 역시 이미 올라 기업가치 상승을 막을 것이다.
이에 더해 하반기 들면서 정부가 대대적으로 내놓은 정책적 지원에 경제주체들이 피로를 느낄 것이며 실업률이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데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굳이 주식을 사려면 구조적으로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종목과 원자재 관련주가 유망하다.
HMC투자증권 : 하반기 국내증시는 1150~1500선 수준으로 전망한다. 구체적으로는 3분기 1150~1450, 4분기 1200~1500으로 제시한다. 다시 말해, 현 지수가 이미 적정 가치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조정은 코스닥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다. 상반기 코스닥지수는 60%가 넘게 급등한 만큼, 위험선호 수준이 지나친 이 시장부터 조정이 이뤄진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상장기업의 2010년 이익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전망치를 보면 내년 예상 순이익은 역사적으로 국내 상장 기업의 실적이 가장 좋았던 지난 2007년(62조2000억 원)보다 더 많다. 내년 세계경제가 완전히 회복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
오히려 3분기 실적쇼크 가능성이 우려된다. 그 동안 한국 기업의 이익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원인은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내년의 낙관적 전망 비중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금년 3분기와 4분기 순이익 전망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시장전망 평균치)는 2007년 3분기 순이익의 70%, 83%에 그칠 것이다.
한화증권 : 하반기 코스피 밴드의 상하단은 1300~1630이다. 하지만 지수 전망치보다 중요한 것은 하반기 증시는 버블이라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투자자들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불안 심리를 잊어버리고 튤립, 곧 버블의 아름다움에 빠질 것이다.
일단 유동성의 힘으로 상반기 전망 당시 넘쳐났던 비관의 장벽, 곧 1500선은 쉽게 돌파할 것이며 1600선도 넘어설 수 있다. 3분기로 예상한다.
그러나 경기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고, 기업 실적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V자형 회복은 지금의 침체가 금융과 실물의 동반 침체인데다 전세계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보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국의 소비자들이 여전히 부채 조정을 끝내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3분기 상승은 지속적 회복이 아니다. 오버슈팅을 대세 상승으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위협이 점차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과잉 유동성은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남에 따라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풀린 유동성이 상품 시장에 유입되면서 경기와 상관없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 전망자료, 리서치센터장 성향 따라가네 증권사들의 하반기 전망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리서치센터장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먼저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삼성증권과 HMC투자증권의 김학주 센터장, 이종우 센터장은 국내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구분된다. 이들 둘은 지난 2007년 증시가 2000선을 넘어선 당시에도 꾸준히 "하락을 준비하라"고 경고했다. 오히려 둘은 지난해 증시가 연일 급락을 지속하면서 '여의도에 강세론자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던 당시 "떨어진 만큼 복원력이 클 것"이라는 말을 해 단기 매수를 권유했다. 이들 둘이 지나친 비관론자라기보다는 시장을 보는 눈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반기 전망에서 매우 신중한 의견을 낸 대우증권은 홍성국 센터장의 성향과 많이 닮았다. 홍 센터장은 최근 큰 폭의 변동성 장세를 보이는 증시를 두고 "1500선에 빠르게 도달하겠지만 지수는 큰 의미가 없다. 경제의 근본적인 회복기를 아직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국내 대표적인 낙관론자 김영익 센터장의 태도가 고스란히 엿보인다. 김 센터장은 올해 증시 상단밴드를 특별히 높게 정하지 않았으나 추가 급락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으며, 거의 유일하게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다고 전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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