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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형' 경기회복 한다면서 웬 '100만 실업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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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형' 경기회복 한다면서 웬 '100만 실업대란'?

정부-보수언론-재계가 퍼트리는 '7월 위기설'

'9월 위기설', '3월 위기설' 등 한국경제를 괴롭히던 각종 '위기설'들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이제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다시 '7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홍콩과 중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영국과 동유럽 국가들의 복합적 금융부실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면서 한국 경제가 7월에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증권가의 위기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7월 위기설'은 그간 각종 위기설에 대해서는 '낭설'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던 정부와 재계, 보수언론 모두 시인하고 있다. 아니, 이 위기설을 만들고 유포시키는 주범들이다. 노동부 장관이 '100만 실업대란'을 주장하고 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는 최소 20만 명의 이상의 대량실업을 예고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도 앞다퉈 대량실업의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재계, 보수언론은 일제히 "비정규직법 개정으로 6월말로 만료되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7월 비정규직 절반 이상이 해고되는 대량실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V자형' 경기회복과 '7월 위기설'을 동시에 주장하는 이들

현 한국경제는 두 개의 흐름이 따로 가고 있다. 주가와 부동산 시장 등 금융지표는 위기 전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10개의 지표 중 7개가 모두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는 정부 발표도 8일 있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실업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한국경제가 'V자형'으로 빠른 경제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실업대란'도 예고하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100만 실업대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비정규직 채용 기업 24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규직법 개정 방향에 대한 업계 의견'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5.3%가 "비정규직 고용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절반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응답은 29.9%, 전환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는 기업은 14.8%였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도 8일 사설에서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다뤘다. <동아일보>는 이날 '여야, 3주 뒤 비정규직 해고 태풍 닥쳐도 좋은가'라는 사설에서 "고용불안에 노출된 비정규직이 70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경기 침체기에 비정규직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하면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공포감 조성에 앞장섰다. 이 신문은 "대량 해고사태를 피하면서 법 개정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일단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려놓고 추후 논의하는 방안이 차선책"이라면서 "정규직 전환 주장만 계속하는 야당은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야당 사람들이 기업 경영자라도 그런 소리를 하겠느냐"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기업 입장을 두둔했다.

<서울경제>도 이날 사설을 통해 "(비정규직) 70만 명 가운데 30%만 실업자로 전락한다고 해도 전체 실업자 수가 95만 명에서 115만 명으로 증가한다"며 정부의 '100만 실업대란' 주장에 적극 동조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실업대란'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빠른 경제 회복은 불가능하다. 세계적 차원의 현 경제위기를 궁극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열쇠'가 소비의 회복이라는 점은 경제전문가들이 모두 지적하고 있는 사실이다. 실업자가 늘어나면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고용기간 때문인가"

노동계는 정부-재계-보수언론 합작의 '100만 실업대란설'에 대해 '과장'이라고 반박한다.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100만 실업대란을 얘기하는데 현재 2년이라는 고용기간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0-30% 정도"라면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부 해고 위기에 처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는 지금까지 계속된 문제다.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프레시안

그는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는 지금까지 계속돼온 문제"라면서 이 문제가 비정규직법 때문에 최근에야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결국 기업들이 어떤 인력정책을 쓰고 있느냐의 문제인데,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할 고용의 문제를 비정규직법의 문제로 돌려서 자신들이 원했던 비정규직법의 완화를 추진하는 잇속챙기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평균근속년수가 4년"이라면서 "4년으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렸을 경우, 비정규직을 정규직처럼 활용해서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대형금융기관과 유통업체 등 비정규직법 취지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흐름도 끊길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이 최근 계약직 직원 430명 가운데 100명을 사실상의 정규직인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고, 하나, 신한, 우리은행 등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도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을 하고 있다.

"결국 대가는 정부와 기업이 감당해야"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현 상황에서 이미 소비는 '바닥' 상태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안한데 소비를 늘리기는 어렵다. 주가, 부동산 등 금융지표와 달리 실물경제가 'L자형'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기업들 입장에서야 당장 인건비를 줄이고 해고가 자유로운 비정규직을 늘리는 게 좋겠지만, 이는 결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다. 고용불안은 소비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이 상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고용불안은 노동의 질을 떨어뜨려 생산성 저하와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재계-보수언론은 '노동 유연성'을 말한다. 재계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의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정규직 해고가 용이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희 소장은 "정규직 해고를 용이하게 하자는 것은 모두를 비정규직화하자는 얘기"라면서 "이는 고용불안정과 생활불안정 문제를 사회전반으로 확산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노동시장처럼 분산된 노동시장, 양극화된 노동시장으로 가자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현재도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데 이를 더 강화하자는 것이 적용가능한지, 지속가능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 전반의 빈곤화의 대가는 결국 정부와 기업들이 감당해야 한다"며 "미국의 현 경제위기가 이를 잘 보여주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법 개정이 '2년'과 '4년'이라는 고용기간의 문제를 놓고 '숫자 싸움'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 집권정당일 때 원죄가 있어 '2년'을 갖고 '4년'을 막는 것은 큰 의미로 없고 설득력도 없다"며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고용기간 제한이라는 것 자체의 한계"라고 주장했다. 고용기간 제한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정규직법 자체의 취약성에 대해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고용불안에 대해 정말 걱정하고 있다면 정책을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쓰는 게 기업들 입장에서 이익인 현재의 법과 제도의 문제를 기간 연장을 통해 해결 자체를 뒤로 미룰 게 아니라 비정규직을 쓰는 게 손해인 상태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제일 먼저 '100만 실업대란설'을 퍼트리면서 '공포감 조성'에 나선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이런 의지를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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