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상조 "기업·은행의 재무정보 불투명성 심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상조 "기업·은행의 재무정보 불투명성 심각"

대기업·은행 부실 놓고 날선 공방…최경환 한나라 "경영 책임 물으면 관치"

채권단 중심의 대기업 구조조정이 서서히 가시화되는 가운데, 기업 정보의 투명성이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는 대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의 재무제표 신뢰도 역시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특히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정무위 수석정조위원장)은 은행 규제를 위해서도 금산분리 완화를 적극 옹호했다.

기업 투명성 떨어져 정확한 현황 진단 불가능

4일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위기국면의 판단과 향후 구조조정 방향' 세미나에서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국내 대기업집단의 부실이 과소평가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7일 경제개혁연대에서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 부채비율 분석' 보고서를 인용하며 "40개 기업집단의 연결합산 부채비율을 자체 계산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달리 23곳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고 이 중 △금호아시아나 △현대중공업 △두산 △한국가스공사 △STX △대우조선해양 △GM대우 △코오롱 △삼성테스코 등 9곳은 400%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 재벌그룹 부채비율 '불건전'…40개 중 23개가 200% 초과)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당시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던 40대 그룹의 연결합산 이자보상배율 계산결과도 공개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지급할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부채를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라면 기업이 번 영업이익 전체로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지난해 40대 그룹의 연결합산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룹이 △한진 △동부 △대한전선 △동양 △삼성테스코 등 다섯 곳이었고, 아예 영업손실을 낸 곳도 △한전 △하이닉스 등 두 곳에 달했다"며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할 때 공정위 발표 자료는 기업집단의 재무위험을 크게 과소평가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무려 전체의 42.3%가 영업으로 번 돈으로 부채도 갚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지난해 말 40대 그룹의 연결합산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김상조 교수 제공). ⓒ프레시안

김 교수는 특히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 기업 선정 과정이 불투명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된 14개 그룹 중 11개 그룹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고, 이 중 9개 그룹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다. 김 교수는 부채비율 400% 초과 그룹 9곳과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그룹 7곳은 모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 기준(부채비율 400%, 이자보상배율 1배)에 모두 해당되는 곳이 외국계 그룹인 삼성테스코뿐"이라며 "최종 선정 결과는 정부·채권단과 대상그룹 간 물밑 협상에 상당부분 좌우될 소지가 큰 대목이다. 구조조정의 투명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 지표 신뢰도도 문제

또 김 교수는 "금감원 공식자료를 보면 한국 은행들은 지난해 3월말 현재 자기자본(BIS)비율(12%)과 기본자본(Tier 1)비율(8%)의 최소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통계기준과 조사대상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기준은 바젤(Basel) 기준을 의미하고 조사대상이란 은행과 금융지주사 간의 문제를 뜻한다.

바젤기준은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위원회가 세운 은행 자산건전성 조사기준이다. 바젤2로 불리는 새 바젤기준은 바젤1에서 감안한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에 더해 은행의 운영위험까지 자산건전성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바젤2에서 은행은 두 가지 자산평가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외부 신용평가기관이 산정한 위험가중치에 따른 표준등급법과 은행 자체의 신용평가 모형을 사용한 내부등급법이 그것이다.

따라서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면 은행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잦아 대체로 표준등급법보다 위험가중치가 낮게 산정돼 BIS 비율이 높아진다. 한국의 은행은 지난해 1분기부터 바젤2 기준이 적용된 BIS비율을 발표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의 BIS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내부등급법을 지난해 허용했다.

김 교수는 "4대 은행의 경영공시와 IR자료를 바탕으로 바젤1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BIS 비율과 Tier 1 비율을 자체 조사한 결과 모든 은행의 바젤2 적용 비율이 바젤1 기준보다 더 높게 나왔다"며 "은행 경영이 바젤2에 순식간에 적응한 것인지 국내 은행들의 내부등급법의 신뢰성이 떨어지는지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김 교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BIS 비율은 바젤2 기준으로 13.16%에 달했으나 바젤1 기준으로는 11.88%에 그쳤다. 바젤2 기준으로 10.29%였던 Tier 1 비율은 바젤1 기준 적용시 9.65%에 그쳤다. 다른 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젤1과 2 기준에 따른 BIS 비율과 Tier 1 비율의 차이. 4대 시중은행에서 일제히 바젤1보다 바젤2 기준이 적용되면서 자본건전성이 올라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김상조 교수 제공). ⓒ프레시안
외국에 비해 국내 시중은행의 경영지표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것으로 나오지만, 개별은행의 실적만을 지표로 활용해 큰 의미가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시중 은행 자본적정성 지표는 개별은행(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의 개별 재무제표를 기초로 한 것인데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모두 금융지주사 체제로 개편돼 개별 은행의 지표는 큰 의미가 없다"며 "금융지주회사의 재무지표를 살펴봐야 그룹 전체의 연결 자본적정성 지표로 건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지주사 지표를 중시하지 않고 개별은행 지표만 보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이처럼 지주사 중심의 재무제표 분석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주회사가 차입금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은행지주회사와 자은행 간의 바젤1 격차가 확대됐다"며 "지주사가 차입금을 동원해 자회사(개별은행)에 출자해 개별은행의 자본적정성은 높아졌으나 지주사는 오히려 나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4대 시중은행은 모두 금감원이 제시한 자본건전성 비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주사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나타났다. 김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현재 은행지주사의 Tier 1 비율의 경우 8% 이상을 확보한 지주사는 KB지주가 유일했다. 우리은행지주는 단순자기자본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창용 "관치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김 교수의 날선 발제에 토론자로 나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이 부위원장은 먼저 대기업 부채가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대기업 부실이 숨겨져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주채무계열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명성이 다소 부족하지 않느냐는 말씀인 것 같다"며 "과감하게 정부가 나서라는 주문으로 들리는데 언론에서는 관치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느냐.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나아가 김 교수의 '대기업 정보의 투명성 확보' 주장에 대해 "김 교수님이 이렇게 쉽게 어느 정도 투명한 재무정보를 계산했다는 사실이 그만큼 한국의 재무제표가 투명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김 교수님께서 계산을 하실 정도이니 금융시장 참가자 대부분도 따로 계산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보다 정확한 기업정보는 시장 참가자들이 알아서 구해 쓰라는 식이다.

이 부위원장은 지주사 규제강화에 대해서도 "지주사를 통한 감독기능 강화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지주사의 차입으로 은행 건전성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김 교수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부위원장은 "한국의 시중 은행에는 외국인투자자가 많다는 점을 말씀드려야겠다"며 "정책당국에서 '증자해서 자본을 확충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해줘야 한다'고 말해도 외국인 주주가 자신의 주주가치가 희석된다는 이유로 싫어하니 어쩔 수 없이 지주회사가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해서 은행을 개선하는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금융과 기업이 과거 외환위기 당시처럼 또 다시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외환위기 이후 한 동안 금융을 키우자고 했다가 이제와서 갑자기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말자는 식으로 가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경환 "금산분리 완화해야 관치 사라져"


최경환 의원은 이 부위원장을 주장을 지지하면서 금산분리 완화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에 다른 나라가 다 감독 강화하는데 왜 한국만 완화하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한국도 상품이나 시장 쪽은 다 강화한다"면서도 "그러나 소유규제는 다른 문제다. 소유규제를 강화하는 나라는 없다"며 금산분리 완화 입장을 고수했다.

최 의원은 "또 일각에서는 몇 년간 은행산업이 엄청난 호황 누리다가 이제와서 정부보고 공적자금 달라고 하니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들이 계시다. 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그런데 이게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물으면 그게 바로 관치다. 관치를 막기 위해서도 은행에 의미있는 주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


김 교수가 이 부위원장을 반박을 재반박하면서 토론회가 끝났다. 김 교수는 "기관투자자들이야 제가 한 분석과 대처 정도는 다 하겠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이런 숫자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국민 사이에 콘센서스로 이뤄지기 위해 기업의 진짜 미시적 데이터를 일반 국민도 접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시장에는 기관투자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주주가 있어 은행 규제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지금 은행이 이처럼 어려워 진 이유가 지난 2005~2007년 사이 무분별하게 늘어난 은행의 대출을 감독당국이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감독당국이 과거의 실패에 대해 책임도 안 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모럴 해저드"라고 비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