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이 본격적인 입법화 논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노·정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연내 입법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노동계에 제의하는 등 공세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노동계는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퇴진 없이는 어떠한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로드맵 처리를 위한 노·정간 논의가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노동부가 지속적으로 대화 제의를 할 경우 노동계도 무조건 거부만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만큼 앞으로 노·정의 움직임이 한층 주목된다.
***김대환 장관 "로드맵 위해 노사정 대표자회의 열자"**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7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로드맵 처리를 위해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열자고 전격 제안했다. 김 장관은 대화 제의를 하면서 '조건 없이'라는 전제를 달아 이번 대화 제의에 나름대로 진정성을 더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노사정위원회로부터 이송된 안은 체계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존의 노사정 논의가 파행으로 흐른 점을 인정하면서 "노사정 간에 솔직하고 긴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제안했다.
김 장관은 이어 "가급적 추석 연휴 이전에 어떤 방향으로 처리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되기 바란다"며 "다음 주 중이라도 아무 조건없이 노·사 당사자가 회의에 참여해주기 바란다"며 로드맵의 연내 입법화를 위한 정부의 다급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특히 "11월까지 법안을 제출할 것을 예상했으나 이것에 연연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화'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노사 선진화를 위한 로드맵 입법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정기국회 내 제출 방침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양대 노총 "김대환 장관과는 대화 없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번 김 장관의 대화 제의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김 장관 퇴진을 천명한 상황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
정길오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비정규법안 협상을 거치면서 김대환 장관이 사회적 대화(노사정 대화)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따라서 지금 와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로드맵 처리를 위한 사전 명분을 쌓겠다는 의미 이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한국노총은 (누가 제의를 하든) 김대환 장관이 참석하는 노사정 대화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며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퇴진 없는 노·정 관계 정상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한국노총과 공조를 과시하고 있는 민주노총 역시 한국노총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노·정 파탄의 책임자인 김대환 장관이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더구나 어떤 조율이나 의견 타진 없이 대화를 제의하는 형식에서 진실성조차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노동계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나 총리가 노-정 관계 회복을 위해 대화를 제의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