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1시 박지원 의원의 수행을 받으며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울역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한 후 한명숙 전 총리,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상주'들과 인사를 나눈 뒤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용감하고 낙천적인 사람"
▲ 28일 오전 서울역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마친 김대중 전 대통령. ⓒ프레시안 |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용감하고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매일 같이 모여 추모하는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국민들이 왜 이렇게 슬퍼하고 모여드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국민들 각자의 슬픔과 노무현의 슬픔이 뭉쳐져 서러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을 막고, 내가 내일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려 했는데 정부가 반대해 하지 못하게 됐다"며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서민 경제가 전례없이 빈부의 격차가 악화되고 있고, 눈 앞에 닥친 남북관계는 초긴장 상태인데도 속수무책"이라며 "국민이 슬퍼하는 것은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우리가 반드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세워 나가고 고통 받는 서민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남북 간 화해 협력을 되살려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욕, 좌절감, 슬픔 생각하며 나라도 그런 결심"
▲ 장의워원회 및 민주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프레시안 |
이어진 장의위원회, 민주당 지도부 간담회에서는 더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졌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일가친척까지 싹쓸이 조사를 했다"며 "돌아가신 그 날 까지 검찰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소환 후 20여 일이 지나도록 증거를 대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검찰을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조금 더 견뎌보지'라는 심경도 있었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겪었을 치욕, 좌절감,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내가 37억 달러이던 외환보유고를 1400억 달러로 만들어 노 전 대통령에게 넘겨줬고, 노 전 대통령은 여기에 1200억 달러를 더해 2600억 달러를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겨줬다"며 "이번 금융위기에 이 외환이 없었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그런 시원한 남자는 처음이었다' 그게 국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생전에 그와 정치를 같이 했고, 그와 나라 일을 같이 걱정 했고, 따로따로였지만 그와 같이 남북정상회담을 했다"면서 "나도 상주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조문에는 한명숙 공동 장의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 문희상 국회 부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영화배우 문성근 씨. 강금실 전 장관, 이창동 전 장관, 유시민 전 장관, 박주선 최고위원, 이강래 원내대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 등이 함께했다.
▲ 유시민 전 장관을 위로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프레시안 |
김 전 대통령은 당초 봉하마을을 조문하려 했으나 먼 거리와 건강상의 이유로 서울역 광장 분향소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장의위원회 측에 미리 마이크와 음향시설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작정한 분노의 표출임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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