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7일 처음으로 입을 열어 '책임론'을 거론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원래 영결식을 마칠 때까지는 말을 자제하려 했지만 지난 며칠간 많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왜 거기에 대해 말 한 마디 없느냐'는 질책의 말씀이 있었다"며 기자간담회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책임질 사람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정 대표는 "책임질 사람들이 전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도 분명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지만 책임 지지 않는다.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다만 책임져야 할 대상과 방법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법무장관, 검찰총장의 해임 및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고, 국민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며 "그 분들이 책임져야 한다"고만 말했다.
이날 고위당정회의에서 '소요사태가 예상된다'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도 민주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오늘 특정정치집단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면 겉은 국민장을 얘기했지만 속은 딴 생각을 하지 않나 의구심이 드는 처신을 하고 있다"며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서울광장 개방해야…70.3%
정 대표는 남북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참 많지만 오늘은 모두 다 아껴놓겠다"면서도 서울광장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 대표는 "시청광장은 차벽에 의해 꽉 막혀 있는데, 시민사회도 그 곳에서 평화적 문화제를 하고 싶어하고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도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국민장을 의결했으면 거기에 걸맞는 준비와 절차가 보장되고 조문을 원하는 국민께서 힘들지 않게 애도를 표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주체적으로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서울광장 추모행사 허용여부에 대해 26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70.3%가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대 의견은 25.5%에 그쳤다.(휴대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 응답률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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