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장관이 노동계 간부를 만났다."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노동부 간의 갈등 양상이 현 정부 이래 최악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한국노총 핵심 간부를 만났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노-정 간의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양측이 만나야 하고 대화를 통해 앙금을 해소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지만, 이번 회동은 '밀실회담'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이미 한국노총 내부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한국노총 핵심간부 회동 확인**
문제의 회동은 지난 21일에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시점이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 무산이 임박했던 때라는 점에 비춰보면, 노동부가 지역총회 불참을 선언한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21일 경 김대환 장관이 복수의 노동계 고위 간부와 만난 것으로 안다"며 "ILO 지역총회 개최를 위해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부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만남에 참석한 한국노총측 명단과 회동 내용에 관련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좋은 취지에서 고위급 주선으로 회동이 성사됐다"며 "회동 참석자와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담 당사자와 회동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좋은 날이 오면 모두 밝힐테니 문제 삼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조직적 결정 없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하지만 문제는 이번 만남이 한국노총 내부의 최소한의 범위에서나마 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한국노총은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간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간부들이 30일 현재, 노동부 장관과의 회동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번 회동과 관련해 조직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없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노총 정길오 홍보본부장은 "노동부장관과 한국노총 고위인사가 만났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관련 사실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노동부는 공작정치 하나"**
한편 이번 '비밀 회동'은 노동계 안팎에서 적잖은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회동은 '밀실회동'적 성격이 강할 뿐 아니라 양대 노총이 공식적으로 '노동부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노동계 핵심간부가 조직적 결정 없이 장관과 만났다는 사실은 조직 내부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한 핵심 간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동부가 악화된 노·정 관계를 풀기 위해 대화를 하려고 한다면, 공개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존재했던 공작정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의 한 핵심 간부도 "노동부가 밀실 정치를 통해 노-정 관계 회복을 꾀하려 한다면 오산"이라며 "특히 이번 회동은 노동계 조직 내부의 입장차를 이용한 조직 흔들기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이어 "(회동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직적 차원에서 (해당 간부에 대한) 문책도 검토할만한 사안"이라며 "양대 노총 위원장이 모두 노동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간부가 내부 소통 없이 장관을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동부가 막힌 노·정 관계를 풀려고 한다면 밀실정치가 아닌 투명하고 공개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양대 노총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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