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은 여전히 막혀 있다. ⓒ뉴시스 |
官 "서울광장 분향소 허가 못해"
관(官)의 생각은 이랬다.
"경찰 버스가 (도로를) 막아주니 분향하는데 아늑하다는 사람도 있다"(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
"경찰이 있으니 시민의 분향 질서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경찰청 관계자)
"시민 편의를 위해 시에서 공식 분향소 일곱 곳을 만들었다. 이곳에 와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시면 된다."(서울시 총무과 관계자, 이상 25일)
특히 이날 강희락 경찰청장과 주 서울청장이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서울광장 개방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터라 시민사회의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총 79개 중대(약 5500여 명)를 광화문 인근에 배치했다.
강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집회로 변질되고 폭력화도 우려돼 서울시에서도 사용허가를 하지 않고 있고, 우리도 그런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분향소 설치를 금지하고 ) 있다"고 언급했다.
주 청장도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뜻을 밝혔다. 그는 또 "(대한문 앞 분향소를) 전면 통제한 것이 아니고 세군데서 접근이 가능하게 했다"며 "어제까지 이중으로 돼 있던 차벽도 한 줄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역시 경찰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시는 이날 오전,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 추모를 위해 제출한 '서울광장 사용허가 신청서'에 대해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추모행사는 광장 사용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다.
"시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
시민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당연히 서울광장을 개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시민의 자발적인 추모행사 마저 관에서 마음대로 막나"(아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유모 씨, 58)
"정부와 경찰이 추모에 나선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증거다. 추모행위를 불법 시위로 매도했다."(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추모행사를 통제하는 정부를 비롯한 관의 태도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시민들과 정부의 갈등의 골이 앞으로 더 깊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시민들. ⓒ뉴시스 |
정진후 전교조위원장도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해놓고 유모차 엄마들까지 소환조사한 것과 지금 노 전 대통령에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하고서 경찰차벽을 분향소에 친 것이 뭐가 다르냐"며 "시민의 분노를 억누르려 하면 더 강한 폭발력이 된다"고 경고했다.
조문에 나선 시민들 역시 서울광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며 정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점심 시간에 짬을 내 조문에 참석했다는 직장인 권현아 씨(25)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차리는 게 맞다"며 "경찰이 강경하게 출입을 막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낸 직장인들이 특히 많았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분향소를 찾았다는 김범석 씨(38)는 "현직 정치인 중 사망한 후 이 정도의 추모 분위기를 낼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국민의 이처럼 자발적인 추모 분위기를 막고 서울광장 입장을 통제하는 것은 기본을 넘어선 행위다. 사람들이 긴 줄과 경찰의 통제로 인해 불편해지면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시민들이 이처럼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데다 정식 근무일에 접어들고 분향소도 곳곳에 설치돼 분향인파가 분산되자 서울시 역시 오전과 달리 한발 물러서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서울시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해 "민주당의 광장사용 요청을 (불허한 까닭은) 정당 차원의 추모행사였기 때문"이라며 "시는 이후의 장례절차 및 장소사용은 물론 현재 설치된 곳 이외의 추가 분향소 설치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국민장 장의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언론을 통한 잡음 확산을 경계한 듯 "서울시의 모든 입장은 대변인을 통해서만 공식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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