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盧-檢 전쟁' 6개월…'침묵'에서 '서거'까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盧-檢 전쟁' 6개월…'침묵'에서 '서거'까지

비난여론, 검찰 넘어 청와대 향하면 메가톤급 후폭풍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리자 이목이 검찰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전 남긴 유서에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면서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비애감을 드러내면서 비난의 타깃은 일차적으로 검찰로 맞춰졌다.

일부 누리꾼들이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저주에 가까운 글을 쏟아내면서 접속조차 힘들 정도다. 검찰 관계자도 "어떤 입장을 내놔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건평 씨에서 시작된 소용돌이

소용돌이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초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가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 등 각종 이권 청탁 의혹에 연루돼 구속되면서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검찰의 칼 끝이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측도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던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충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12일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이 구속수감 되고 29일에는 검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15억 원을 빌린 차용증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검찰의 칼 끝이 본격 노 전 대통령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수사는 주춤한 듯 보였고, 노 전 대통령도 올해 2월 귀향 1주년에 즈음해 '홈페이지 정치'를 재개하며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라나는 사람들과 삶의 경험을 나누려고 한다"고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3월 들어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고, 서갑원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등이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 때부터 '박연차 수사 몸통은 노 전 대통령'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급기야 4월에는 검찰발로 '노 전 대통령 10억 수수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됐다. 침묵을 지키던 노 전 대통령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4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 "저의 집(아내)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과문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 ⓒ프레시안

자신의 글이 지지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자 8일에도 글을 올려 "멀리서 실망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좋겠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었다.

이후 검찰은 권양숙 여사를 부산지검으로 불러 조사하고 아들 노건호 씨까지 귀국해 조사를 받게 되자 다시 홈페이지에 '해명과 방어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며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라고 적극적 대응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도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 글을 통해 "강 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었다.

계속되는 검찰 수사는 정상문 전 비서관 구속으로 이어졌고, '2억 원 짜리 명품 시계 선물' 얘기까지 나돌았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서면질의가 이뤄졌다.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언론은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24시간 대기에 들어가자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에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지난 4월 30일 검찰 소환 당시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프레시안

"저를 버려야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통함이 절정에 달했음은 4월 22일 올린 홈페이지 글에 잘 나타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도, 신뢰도 바닥이 났다"며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나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나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된다. 여러분은 저를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소환 길은 방송사에 생중계 됐고, 대검청사 앞에는 지지자들이 흔드는 노란 풍선 물결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를 향해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 지난 4월 검찰 조사 후 새벽 귀가하며 환한 표정을 짓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의 소환 조사도 팽팽한 신경전 속에 이뤄졌다. 검찰은 박연차 회장과의 대진실문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당시만 해도 12시간이 넘는 조사 끝에 새벽 2시께 귀가하는 노 전 대통령의 표정과 몸짓에는 제법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멈추지 않았다. '구속영장 청구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고, 그 사이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에게 박연차 회장의 돈 수십만 달러가 더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새로이 제기했다. 권양숙 여사도 다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었다. 친형인 노건평 씨는 구속됐고, 아내, 아들, 딸 등 일가족이 모두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몸이 됐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23일 투신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대검찰청은 공식성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여론의 무게추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원인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정부 때리기'가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비난으로까지 넘어갈 태세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현 정부가 심각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