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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살아있는 한 위기 극복은 불가능"

3년간 빚 감당 어려운 재벌 4곳…"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경기가 회복 시점으로 들어설 것"이라며 "내년엔 꽃피는 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통화량 공급을 확대한 결과 부동산, 주식시장 등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윤 장관이 '꽃 피는 내년 봄'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811조 원에 달하는 급증한 단기 부동자금이 야기한 자산시장의 '봄기운'이 시간이 지나면 경제 전체로 퍼질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힘들다. 지금도 넘치는 돈은 '투기'가 아닌 '투자'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 고용,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는 아직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구조조정이 단행되지 않는 한 경제위기 탈출은 요원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실 기업과 건전한 기업이 섞여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자칫 잘못했다가는 부실기업에 물릴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800조 원이 넘는 단기 부동자금이 주는 '환각효과'에 취해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뒤로 미룰수록 경기회복은 늦어진다. 98년 외환위기를 포함한 과거의 경제위기가 남긴 교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실채권비율은 후행지표…향후 6-12개월 뒤 정점 찍을 것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21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심포지엄 발표문('한국 은행산업의 건전성')에서 "국내외 경제위기 사례를 볼 때 부실채권비율은 경기저점 이후 6-12개월 후에 최고점을 기록하고 부실채권비율이 안정화되는 데는 3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성장률은 98년(-6.0%) 저점을 찍은 후 V자 형태의 가파른 회복 양상을 보였지만, 부실채권 비율은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후 1년 뒤인 99년이 가장 높았다. 부실채권비율이 안정적 수준까지 하락하기 까지는 경제성장률 저점 이후 3-4년이 소요됐다.

<외환위기 당시 경제성장률과 부실채권비율 변화 추이>

19971998 1999 200020012002
경제성장률2.8%-6.0%10.9%4.3%4.6%8.1%
부실채권비율6.0%7.4%13.6%8.9%3.3%2.4%

이 교수는 "이런 경향은 89년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사태 이후에도 나타난다"며 "부실채권비율은 후행지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의 부실채권비율이 이번 위기에서 '최고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정부 경제전망에 따르면 국내경기는 올해 1-2분기에 저점 통과 후 2010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런 전망에 기반해 부실채권비율은 현 시점부터 최소 6개월 이상 1년 후에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점'의 부실채권비율은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비율 상승률 3.32배를 적용한다면 3.85% 정도로 추정된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부실채권비율이 낮지만 이 교수는 이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98년 외환위기는 동아시아에 국한된 국지적 경기침체였지만 이번 위기는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이라는 것. 이 교수는 "부실채권비율 안정화에 소요되는 기간은 과거보다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좀비기업 때문"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좀비(극심한 부실) 기업에 대한 구제(bailout)가 지속될 경우 생산성 저하게 따른 성장 부진으로 장기불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90년대 일본, 80년대 멕시코의 장기불황은 은행의 좀비기업에 대한 관용적 처리에 주로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배 미만의 상태를 기업부도를 잘 예측하는 변수로 제시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커 내부 유보나 다른 영업외 이익이 없으면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3년 동안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그 기업은 부도가 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8년말 현재 이같은 부실극심(좀비) 기업은 2662개사로 전체의 14.8%에 달한다. 차입금 기준으로 101조 원(전체 차입금의 17.3%)에 이른다.

김 교수는 또 "70대 대기업 그룹의 부채상환 능력을 점검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곳이 2007년에는 8개였으나 지난해엔 15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그룹전체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재벌은 4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97년과 98년 외환위기 당시 70대 재벌 중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재벌수는 각각 43개 및 41개에 달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2008년 현재 이자보상배율 20배를 상회하는 재무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재벌도 9개에 달해 재벌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위기 극복의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면서 ""최근 수년간 차입을 통해 자산확대를 시도했던 국내은행, 가계, 기업도 일정부분 부채감축이 불가피하다. 위기극복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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