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부겸 "유능한 포수는 상대 타자를 알아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부겸 "유능한 포수는 상대 타자를 알아야"

[인터뷰] 원내대표 '재수'…"의원들 소통 부족했다"

"수세에서 공세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사표를 던지며 슬로건으로 내건 문구다. 이 문장 안에는 민주당이 지난 연말 입법 전쟁 등을 통해 '잘 싸워왔다'는 자평속에서도 '수세적'이었다는 자성이 들어가 있고, 앞으로 '더 잘 싸워야 한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소통 부족 아쉬움…계보 가리지 않겠다"

김 의원을 13일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1년 전 이맘 때에도 출사표를 던졌으나 원혜영 원내대표에게 양보하며 중도사퇴했었다. 그러기에 지난 1년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달랐을 것이다.
▲ 김부겸 의원. ⓒ프레시안

우선 김 의원은 의원들 사이의 '소통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1년간 어렵게 해쳐왔지만 당의 중심이 돼야 할 의원들이 소통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분명히 이 계기를 통해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일부 주류 중심으로만 당이 운영되고 있다'는 비주류와 중립성향 의원들의 불만이기도 하고, 변화를 바라는 기류를 감안하면 '주류' 후보로 분류되는 김 의원의 불리한 점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출마의 변에 우리 조직 역량의 극대화를 위해 계보를 가려 사람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10%대를 맴도는 지지율, '반MB정서' 조차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자괴감, 지난한 입법 투쟁 동안 쌓여 온 피로 등등.

"몸부림 쳤지만 '민주당 성과'가 없다"

김 의원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왜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나. 우리가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몸부림을 안 친 것도 아니다. 열심히 싸웠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내놓을 수 있는 대안과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해결책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많은 의원들이 요즘 답답해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지난 1년 열심히 했지만 야당의 성과라든가 야당 몫이라고 할 만한 것을 쌓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성과가 뭐냐'고 물으면 이른바 'MB악법'을 막고 있다는 것 외에 딱히 '이것이요'하고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에 '공세적 아젠다 선점'을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기간 연장안을 내놓으면 정규직 전환 기업 보조금을 맞서고, 10시 이후 학원 금지를 들고 나오면 '사교육비 절반 줄이기' 대안 등 한나라당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안을 만들어 공격적으로 내놓자는 것이다. 역량이 쌓이면 사회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대응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이슈화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민주당에는 집권 10년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아젠다 선점을 통해 우리 몫은 우리가 벌어 놓아야 한다"며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왜 반대하는지 국민이 모두 알만큼 아주 처절하게 몰고 몰아서 처절히 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섀도우 캐비닛 통한 공세적 아젠다 선점"

이와 같은 맥락에서 김 의원이 밀어붙이고 있는 공약이 '섀도우 캐비닛'(shadow cabinet)이다. '예비 교육부 장관 OOO'과 같은 식으로 원내 해당 분야 책임 전문가를 만들어 일상적으로 정부 부처의 정책을 감시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련의 과정을 부지런히 한다. 그러면 민주당의 역량이 쌓이고 언젠가는 성과를 내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의 진정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약점'에 대해서는 "유능한 포수는 우리 편 투수의 구질은 물론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투수를 리드한다"며 "한나라당의 각종 모순 구조와 균열선이 잘 알고 있다"고 오히려 자신의 강점이라고 맞받아쳤다.

"정당 생활 처음으로 주류로 분류됐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김 의원. "재수를 해서 실패해 본 적이 없다"는 그가 이번 경선에서 원내사령탑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 ⓒ프레시안

다음은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박지원의 변수에 대한 관심 높은 듯한데 여러 해석들 많다.

김부겸: 정치 역학에 대한 문제나 표계산에 대한 문제보다 이 분이 출마하며 던진 진정성과 호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당 의원들에게 부지런함과 강고함을 주문했고, 야당으로서의 역사적 책무의식이 부족하다 질타했다. 사실 부끄러운 부분이다. 여러 역사 현장에서 온몸을 던져 자기 업적을 이룬 분이 오랜 만에 국회에 들어와 오히려 우리보고 안일하다고 질타하는 것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지 자꾸 정략으로만 보면 뜻이 훼손될 것 같다.

프레시안: 박 의원은 주류 대 비주류 계파 갈등을 비판하며 무계파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부겸은 주류 당권파 후보로 분류되는데.

김부겸: 내가 정당 생활 처음으로 주류로 분류됐다.(웃음) 많은 의원들이 현재 당 운영 과정에서 소통 부족에 대한 불만이 있고 또 비판을 제기한다. 이것은 주류 비주류 문제를 떠나서 정당 운영에 있어서 바꿔야 할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역량이 적은 소수야당이 내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우리 힘을 극대화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주류 대 비주류라는 시각은 박지원 의원의 출마 등으로 조금 희석 된 것 같고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의원들이 각 후보의 공약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실제로 본인이 주류라 생각하나? '386 당권파'라는 측면에서는 거리감이 있다.

김부겸: (그러게,) 내가 왜 주류로 분류되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정세균 대표와 인간적으로 가까운 것 아니냐는 것 같고, 당의 전면에서 싸우고 있는 386 정치인들이 운동권이고 내가 운동권 출신이니까 그 쪽 대변자 아니냐는 오해 있을 수 있다. 나는 원내대표 되더라도 계파 따지고 할 만한 여유가 없다. 모두 총력으로 대응해야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유능한 포수는 우리 투수 뿐 아니라 상대 타자를 잘 알아야"

프레시안: 한 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은근히 부각되기도 한다.

김부겸: 정통 야당에 있던 내가 한나라당 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야당 분열의 슬픈 전사가 있었다. 오히려 지금 그런 경력을 당의 역량을 최대한 키우는데 거름으로 써줬으면 한다. 원래 야구에서 유능한 포수는 우리편 투수의 구질은 물론 상대 타자의 장단점, 좋아하고 싫어하는 구질을 다 파악하고 투수를 거기에 맞춰 리드한다. 마찬가지다. 나는 한나라당의 각종 모순 구조가 어디 있는지 균열선이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원내대표 되면 한나라당을 잘 요리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한다. 170석 넘는 여당을 한 덩치로만 보고 미세한 결들의 차이를 무시한 채 물리력 대 물리력, 숫자 대 숫자로 보면 우리가 불리하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결을 읽고 미세한 틈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프레시안: 작년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사퇴했다. 1년 동안 원혜영 원내대표를 보는 시선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평가를 한다면?

김부겸: 원 원내대표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장기를 갖고 투쟁을 끌어 오지 못한 게 아쉽다. '국민에 대한 설득력', '도덕적 우위' 등이 강점이었는데 그것 없이 MB 악법에 속도전이다 하면서 다짜고짜 싸움판으로 몰렸다. 그래서 그 분이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할 여지가 없었다는 게 좀 아쉽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필드로 한나라당을 끌어당겼으면 좋은데 바로 숫자 싸움으로 붙어버리니까, 170대 84가 숫자로 붙으면 도리가 없는데….

프레시안: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각종 법안 처리를 일일이 지휘하고 지도부간 협상을 하면서 오히려 상임위 활동이나 의원들의 자율성을 간섭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김부겸: 그런 것도 아쉽다. 우리가 꼭 저지해야 할 악법 등을 명확히 구분해서, 상대편에 내줄 건 내주는 대신 민생 부분에서 상당 부분 얻어내는 식으로 전술 운용을 유연하게 해야 했다. 찬스를 못 잡고, 구체적 성과를 못 낸 게 아쉽다. 왜 보따리를 크게 해서 한꺼번에 다 담느냐. 작은 보따리로 잘게 쪼개 주제별로 따로 싸면 그 보따리의 내용에 대해 상임위에서 제일 잘 알 수 있다. 상대의 의도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설득과 토론을 통해 제어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부 한 뭉텅이로 들어가면서 얻을 것을 놓치고 지켜야 할 것 빠져나가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프레시안: 원 원내대표에 대해 칭찬할 만한 것은?

김부겸: 모진 고충 속에서도 잘 참았다. 의원들 많이 지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품으로 의원들이 뒤처지지 않게 여기까지 인도해 왔다. 그건 뭐라 해도 원 원내대표의 역량이라 봐야 한다.

프레시안: 지도부가 당 대표 중심의 원톱 체제다. 원내대표의 권한과 역량이 왜소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부겸: 원래 열린우리당 시절 투톱 체제 도입한 것은 원내를 활성화해 원내라는 장을 통해 국민에게 정치를 보이고 정책적 타협도 하고 사회적 합의도 만드는 것을 잘 활용하라는 취지였다. 그게 원내정당론인데, 개성이 강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부딪히다 보니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도입 초기에 그렇게 투톱 체제 자체가 가진 역사적 의의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래서 그에 대한 반성으로 민주당으로 넘어오면서 당 대표 우위 체제를 도입했다. 어떤 정당도 국회에서의 원내 활동을 통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밟고 국민을 설득하며 함께 결과물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원내대표 권한과 재량이 지금보다는 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원들 고민 토로 문제 해결 분위기 안 됐다"

프레시안: 원톱체제에서는 당 대표에 대한 견제 장치가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기도 하다.

김부겸: 제도는 전당대회에서 그렇게 만들어서 어쩔 수 없지만 원내대표도 최고위원 겸임하니까 원내를 운영하면서 제기된 문제들, 특히 의원들의 소외감이나 당에 느끼는 불만감이 잘 전달되고 피드백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상의 전기가 마련 돼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사람 갈아치우는 것은 과거 열린우리당 실패를 반성해 볼 때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4년 사이에 지도부 8번 갈았다. 국민들에게 정치 불신 가중시킨 것 뿐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뭔가를 남기지 않았다. 그 부분도 반성을 해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84석이면 소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눈에 띄는 의원이 20명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개별 의원들의 활동이 미비한 것일 수 있지만 소외 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류 중심으로 가다보니 소외된다는 게 비주류 불만이기도 하다.

김부겸: 나도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원들이 가진 잠재된 역량을 최대한 뽑아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활력도 생기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의원들이 야당의 역할에 대해 무지하거나 게으르지 않느냐는 비판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의원들 간에 고민들을 털어놓고 그것을 수렴해서 문제 해결을 해주고 하는 그런 분위기가 못된 것이 사실이다. 일부는 지도부의 소통 부재라는 지적이 있기도 하고, 또 하나는 야당으로 바뀌고 난 뒤에 야당 의원으로 요구되는 몇 가지 책무가 있다. 끊임없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서 반드시 결과를 남겨야 한다. 그런 것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인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도 원내지도부가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데, 그래서 출마의 변에 우리 조직 역량의 극대화를 위해 계보를 가려 사람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프레시안: '섀도우 캐비닛'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정치학적으로는 잘 알려져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하다.

김부겸: 이런 것이다. 각 상임위에서는 자기 다루는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국민에 설득하거나 혹은 자신의 브랜드로 만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상임위와 별도로 정조위원장이라는 또 하나의 상위 기구가 있다. 옥상옥이다. 섀도우 케비닛을 만들어 민주당 예비 장관을 정해두는 것이다. 그 분들은 정부여당의 정책을 늘 눈여겨보고 있다가 쟁점이 생기면 토론과 논박을 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나아가 해당 분야 정부기관들과의 일상적 간담회, 시민사회로부터의 여론 수렴, 토론 등을 통해 주요한 이슈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의 헤게모니를 갖고 주도권을 쥐자는 것이다. 또 그런 부분이 각 분야에 쌓이면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의 정책역량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설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명칭은 뭐라고 부르나?

김부겸: 우선 떠오르는 것은 '민주당 예비내각 OOO 장관' 이렇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정부여당도 무시하고 언론도 냉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 두 번 계속 그 이름을 갖고 토론하고 정부정책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그러면서 국민 이익, 여론 수렴 기능을 계속 하면서 성과가 쌓이면 국민들이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상임위별로 자신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제일 유능한 사람을 예비 장관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분이 상임위 간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생소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거에 보면 이회창 총재가 도입하려다 결실 못 봤고, 심상정 전 의원이 하려다 당이 분당되는 바람에 못했다. 섀도우 캐비닛을 통해 원내 인사 뿐 아니라 원외 인사들도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원들이 실질적으로 일상적인 자신의 행위가 정책 생산이고 당을 위한 활동이고 또 국민을 설득하는 행동도 되고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될 것이다. 섀도우 캐비닛 활동을 통해 의원들이 소외감을 극복하고 야당의원으로서의 눈에 띄는 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혹시 예비내각 '입각'을 약속한 의원이 있나?

김부겸: 아직 공약이지 실행 단계가 아니다. 당선되면 초안을 만들어 최고위원들부터 논의할 것이다. 입각을 하실만한 분은 충분히 많다고 본다. 장차관 관료 출신만 해도 20여분이 넘는다.

"국민 소통도 부족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최근 외통위 한미 FTA 처리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 등 한미 FTA 졸속비준 반대 모임 의원들이 물리적 저지를 시도했는데, 다른 의원들은 동참하지 않았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미 한미 FTA를 외통위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을 합의한 상태였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생각 드는데. 민감한 사안의 경우 사분오열한다는 비판도 있다.

김부겸: 한미 FTA 문제는 우리 정부가 추진했다는 원초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새 정부 들어서면서 미국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입장을 정리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작년 쇠고기 파동이나 촛불의 경험이 있는 한국의 정치인으로서는 이 문제 신중히 다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당시 당론은 여야가 대략적 합의로 일단 상임위 통과 시킨 후 미국 행정부가 의회 제출하는 것 보고 본회의 처리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또 그 과정에서 자동차 재협상 등 미국이 불리한 부분을 재협상 하자고 하면 우리가 불리하다 생각한 부분도 다시 주장해야 한다는 게 야당 입장이었다. 그 부분은 물론 한미 FTA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가, 순기능을 하고 실질적으로 경제에 활력을 주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가 회생하는데 획기적인 전기가 되겠는가의 문제도 곰곰이 따져야 한다. 당 내에서 거기까지는 합의 된 것 같고, 그래서 졸속 비준 반대 모임 의원을 빼고는 뛰어들지 않았다. 물론 이런 목소리가 계속 건강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인식의 차이일 뿐 사분오열됐다는 것은 확대해석인 것 같다.

프레시안: 한미 FTA와 같이 민주당이 자신 없는 문제는 국민에게 알리거나 설득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부겸: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 이런 문제 있으면 저희가 비판받을 각오를 하고 시민단체가 됐든 국민들이 됐든 이해당사자가 됐든 접촉과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

프레시안: 주류 대 비주류 구도 속에서 중립 성향의 의원들의 불만도 많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쇄신과 변화에 대한 욕구들이 있는 것 같다.

김부겸: 지난 1년간 어렵게 해쳐왔지만 당의 중심이 돼야 할 의원들이 여러 부족함을 느끼고 소통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분명히 이 계기를 통해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당락에 관계없이 당 지도부에 전달될 것이다. 지금 후보자 네 명 모두 그런 역할 할 것이다.

"공격적으로 아젠다 선점해야"

프레시안: 다른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 가운데 괜찮은 것 있나?

김부겸: 이강래, 이종걸 후보가 지지율을 내세웠다. 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달성이 될지 여부를 떠나서 절박한 당면 목표를 정하고 당과 원내를 거기에 맞게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는 것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 같다. 이분들이 25%, 30% 등 눈에 보이는 고지를 선정해서 당의 사기 앙양하려는 목적의 접근은 조금 돋보인다. 다만 나는 많은 의원들이 요즘 답답해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년 열심히 했지만 야당의 성과라든가 야당 몫이라고 할 만한 것을 열심히 못 쌓아놓은 것 아쉽다. 내부의 부족한 점들을 우선 치유하고 아젠다 선점을 통해 우리 몫은 우리가 벌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왜 반대하는지 국민이 모두 알만큼 아주 처절하게 몰고 몰아서 처절히 싸워야한다. 그래야 우리가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여당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프레시안: 선명야당론과 대안야당론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한나라당이 검정색 법안을 들고 나왔을 때 민주당이 희게 만들지는 못하고 적당히 회색으로 톤다운 시키는 결과에 합의하는 바람에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부겸: 왜 정치를 하느냐 근본 질문과 맞닿아있다. 근본적으로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국민과 사회에 대해 책임지는 게 국회의원이다. 사회적 쟁점과 현안을 개별 정치인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지난 10년간 좋든 싫든 잘했든 못했든 우리는 집권의 경험이 있다.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에 대해서 우리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너무 주눅들 필요 없다"

프레시안: '반MB 정서'의 수혜자는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라는 분석이 있다. 또 한편으로 '반대' 이미지만 갖고서 한계가 있을텐데.

김부겸: 제 출마의 변 중 하나가 그것이다. 왜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나. 우리가 노력 안한 것 아니고 몸부림을 안친 것이 아니다. 우리 열심히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국민들에게는 우리가 믿음직스러운 집단 안됐을까?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가 야당 노릇을 하는 듯한 것은 잘못된 정치 구조다. 박 전 대표가 내 놓을 수 있는 대안과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은 근본적 차이 있다. 정치적 입장에서는 보수니 정치개혁이니, 중도니, 진보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왜 우리를 국민이 외면하나. 왜 우리에 대해서 국민들이 아무런 기대가 없나. 그 절박한 자문자답에 출발점이 있다. 그리고 몇 가지 면에서는 경제정책은 물론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 등 한나라당이 흉내도 못낼 우리의 해결책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믿음이 쌓이면 다음에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걸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 크다고 해서 너무 주눅들 필요 없다.

프레시안: "수세에서 공세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어떤 전략인가?

김부겸: 비정규직법을 예로 들면 한나라당은 기간연장 하자는 것 외에는 별 안이 없다. 우리는 기간 연장 하지 말고 그대로 시행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정부가 보조해서라도 정상적 고용과 성장을 이루는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어차피 그 분들이 길거리로 나앉으면 실업보조금 등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행정구역 개편은 우리 정부 때 꺼냈던 주요 아젠다이다. 일자리 창출, 교육에 투자돼야 할 많은 재원이 쓸데없는 중층 구조의 행정 비용으로 낭비되고 있다. 그런 비용이 있다면 사회 안전망 구축이나 우리 아이들에 대한 미래 투자에 얼마든지 돌릴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사회적 대안을 제시해 한나라당이 입장발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교육 정책에 대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밤 10시 학원 교습을 금지하자고 했는데, 센세이션 한 이야기인데 어찌 보면 사교육 때문에 더 이상 대한민국 가계가 유지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사회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나름대로 사교육비 반 이하로 줄이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못 내놓고 있다. 이런 분야에 대해 '그래 공교육 정상화는 우리 안을 하자'고 먼저 치고 나가자는 것이다. 사회적 부정부패에 있어서 이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죽은 권력만 공격하지 말고 살아 있는 권력도 감시하자고 우리가 특검법 등 던져놓은 게 있다. 한나라당을 우리 페이스로 끌고 올 수 있는 아젠다가 많이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보기에 '아, 우리가 정말 현재 답답해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구나, 고민하고 있구나, 대안이 있구나, 여당의 변화와 정부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가장 혁혁하고 자랑스러운 성과가 아니겠나.

프레시안: 민주당 내에서도 충청·호남 등이 홀대 받는다는 불만 정서가 있는 것 같다.

김부겸: 이 정부 들어와서 과거 정부가 주요한 모토로 내놓았던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철학 자체를 내팽개쳤다. 그런데 국회가 그에 대해 적절한 제동을 못한다는 비판인 것 같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그 운명이 뚜렷하지 않고, 각 지역의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할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이 정부가 냉담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도권 규제완화, 이제는 정도를 넘어서 그린벨트 푼다 하는데 이렇게 되면 수도권의 집중적 환경파괴가 눈에 뻔하게 보인다. 그러면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는 것 까지도 이미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데 대해서 국회가 특히 야당이 각을 세워서라도 제대로 못 싸운다는 불만이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여지가 없다. 수도권에서 표를 조금 더 따려고 그런 철학을 포기하면서 하지는 않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