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처럼 주택청약종합저축(종합통장) 가입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기존 주택저축통장에 비해 높은 금리 매력을 제외하면 주택 실수요자에게 오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가입자 제한이 없어 주택청약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종합통장 가입 열풍, 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종합통장 가입자는 판매개시 단 이틀 만에 22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3월 현재 기존 청약통장 가입좌수(604만 좌)의 37% 수준이다. 6일 하루 동안에만 35만 명이 기존 주택저축통장(주택 예·부금, 청약저축)을 깨고 이 통장에 계좌를 틀었다. 폭발적 인기다.
종합통장이 이처럼 인기를 모으는 가장 큰 까닭은 '만능통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처럼 주택청약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통장은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청약 목적에 따라 통장을 가려 가입해야 했다. 전용면적 85㎡이하 공공주택 청약을 위해서는 청약저축에, 민영주택 청약 목적을 가진 사람은 주택 예·부금에 가입해야만 청약자격을 얻었다.
반면 종합통장은 한 통장으로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청약 가능하다. 내 집 마련 꿈을 가진 사회 초년생이나 전·월세 거주자 상당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주택유형 청약통장을 모두 가졌던 것을 감안할 때, 이 통장 하나로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기존 주택통장에 비해 높은 금리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재 주택청약예금의 경우 1년 만기에 3.05%(국민은행, 만기지급식) 정도의 금리만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종합통장 가입자는 가입 2년이 지나면 CMA 수준인 연이율 4.5% 정도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청약자격을 얻기 위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울며 겨자먹기로 감수해야 했던 주택 수요자에게 이 정도 금리는 확실히 큰 혜택이다.
가입 혜택 얻을 수나 있을까
문제는 종합통장 가입자의 근본 목적인 주택청약 경쟁률이 앞으로 더 치열해진다는 점이다.
무주택 세대주(청약저축)나 20세 이상 성인(예·부금)으로 가입자격을 제한했던 기존 통장과 달리 이 통장은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다.
따라서 고급아파트 여러 채를 이미 가진 사람도 이 통장에 가입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무주택자와 신축 아파트 청약 경쟁이 가능해진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통장에 가입하더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 통장이 나오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이루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이 통장에 가입한 청약대기자가 1순위 청약자격을 얻는 2년 뒤 '주택청약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통장 개설과 동시에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실수요자가 많은 민간 중소형 아파트 당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기존 청약 예·부금 가입자만 청약이 가능하지만 2년 후에는 공공 중소형 아파트 희망자까지 민간 중소형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같은 목적을 가진 서민들은 물론, 주택투기'꾼'들과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 셈이다. 정부는 유주택자와 미성년자의 청약 기회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우기가 마땅찮아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약 경쟁률이 높아진다면 당장은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이 또 생겨날 수도 있다. 수요자 급증에 따라 건설사가 '다양한 수요에 맞춘다'는 구실로 주택 공급가를 더 높일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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