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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청, '꿀꿀이죽' 관련 공무원3인 중징계 요청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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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청, '꿀꿀이죽' 관련 공무원3인 중징계 요청 파문

공무원노조 "구청장 괘씸죄인가"...구청 "정치활동 했기 때문"

김상호씨(39, 전국공무원노조 강북구지부 사무처장) 등 서울 강북구청 공무원 3명은 지난 21일 구청이 자신들을 서울시에 중징계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징계 사유는 민주노동당 가입 및 정치활동을 했다는 것.

하지만 김씨 등은 이번 징계가 구청측이 밝힌 사유와 달리 지난 6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꿀꿀이죽'사건에 개입한 데 대한 김현풍 구청장(한나라당)이 괘씸죄를 적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강북구청, '꿀꿀이죽' 공론화 나선 공무원 3인 중징계 요청**

'꿀꿀이죽' 사건이란 강북구 내 한 어린이집이 원아들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영양죽'으로 둔갑시켜 수차례 제공하던 중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양심선언으로 공론화된 사건. 당시 강북구청은 문제의 어린이 집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론의 거센 지탄을 받았었다.

김씨가 이번 징계에 대해 '괘씸죄'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징계를 위한 구청의 내사가 7월초 시작됐다는 점이다. 7월은 '꿀꿀이죽' 문제로 강북구청이 심각한 곤경에 빠져 있을 때다. 김씨는 "구청은 구청 공무원이 '꿀꿀이죽' 문제를 제기한 보육교사와 학부모들을 지원한다는 사실에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었다"며 "7월초부터 내사를 진행해 오다 '꿀꿀이죽' 파문이 어느 정도 가라 앉자 중징계를 내린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꿀꿀이죽' 문제를 공론화시킨 어린이집 학부모들도 김씨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구나 이들은 강북구청이 '뒷통수를 친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꿀꿀이죽 학부모 대책위' 회원인 염정아 씨는 "김현풍 구청장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임시어린이집을 만들어 주는 등 개선의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언론의 관심이 떨어지자 관련자에 대한 보복 수순을 밟는 것 같다"며 "'꿀꿀이죽' 먹이지 말라며 주민편에 서서 우리를 도와준 공무원들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꿀꿀이죽 학부모 대책위'는 29일 서울시에 김씨 등에 대해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징계 대상에 오른 김상호씨는 "이번 일로 중징계를 당한다면 공무원 중 누구도 주민들 입장에서서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윗사람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문화는 결국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북구청, "'꿀꿀이죽'과 무관...정치활동 했기 때문"

한편 강북구청은 이번 중징계와 '꿀꿀이죽' 사건은 어떤 관련도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김씨를 비롯한 민주노동당이 이번 문제에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북구청은 먼저 김씨 등이 왜 지난해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일을 이제야 문제를 삼느냐는 질문에 대해 7월경 내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됐고, 입당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중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중근 강북구청 감사담당관은 "6월말경 김상호씨가 '북부지역 활동가 모임'이라는 '정치성이 짙은 단체'에게 구청 내 직장협의회 사무실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총무과와 극심한 마찰이 있었다"며 "'북부지역 활동가 모임'이 표방하는 주장이 민주노동당과 유사한 듯해서 7월부터 민주노동당과 김씨 등의 관계를 집중 내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관에 따르면, 강북구청 감사실은 7월초부터 민주노동당 중앙당 홈페이지와 민주노동당 강북구 위원회 홈페이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면서 김씨 등과 민주노동당과의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들을 찾았다.

조병훈 강북구청 조사계 주임은 "김상호씨는 올해 2월 민노당 서울시당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등 민노당 일에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또한 나머지 2명도 민노당 강북구 위원회 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중근 감사담당관은 "김씨 등 3인은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 총회에 참석해 구호도 외치고, 민노당 당가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보했다"며 "명백히 정치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 정당법과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당가입은 물론 정치활동도 금지돼 있다. 또한 행정자치부가 일선 구청에 내려보낸 공무원 양정규정은 정치활동 사실이 확인될 경우, '파면' 등 중징계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 정당성 논란**

따라서 이번 사건은 '꿀꿀이죽' 괘씸죄를 넘어 공무원 정치활동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유 보장 문제는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폭발적 논쟁이 된 사례가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과 공무원노조 등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국가공무원법 등에 비춰서는 위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모든 국민에게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비춰 합헌적 활동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정부와 보수언론 등이 '시기상조론'을 집중 제기하면서 이 사안에 대한 논쟁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유야무야 됐다.

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가에서는 공무원들의 정당가입 등 정치활동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빠른 시일 내에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률과 규정을 개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성과도 있었다.

현재 공무원노조는 지난해 5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향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공무원의 정치활동 허용 여부는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이번 강북구청 사례에서도 보듯 일선 공무원들이 공익적 차원에서 활동을 했더라도, 상관의 눈 밖에 날 경우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고위 공무원들이 음성적 방법으로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는 것은 어떤 제지도 못하면서, 하위직 공무원들이 공익적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의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며 "김상호씨 등 3명이 민노당에 가입해서 도대체 공익에 반하는 활동을 한 것이 무엇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박스>

공무원 정치활동 보장, 외국은 어떻게 하나

1. 미국
미국은 주-지방 공무원이냐 연방공무원이냐에 따라 차등 보장하고 있다. 연방공무원의 경우 후보 및 정치적 주체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는 행위, 무소속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행위, 정치조직에 돈을 기부하는 행위, 국민투표, 헌법개정 등 사안에 대해 찬-반 운동을 하는 행위가 허용된다. 반면 공직선거의 정당추천 후보가 되거나 정당 추천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 등은 금지된다. 주-지방공무원은 정치활동에 대해 특별한 제한이 없다.

2. 독일
모든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제한이 없다. 정당 가입, 정치적 의사표시가 가능하다. 공직을 보유한 채 선거출마도 가능하다. 단 연방 하원의원의 경우 당선 시 사직해야 하고, 낙선한 경우에는 복직할 수 있다.

3. 프랑스
독일과 마찬가지로 정치활동에 대한 특별한 제약이 없다. 공무원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입후보가 가능하고, 입후보 기간 동안 유급 휴가도 받을 수 있다.

4. 일본
우리와 유사하다. 정당가입, 정치자금 기부 금지 등 포괄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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