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전주 지역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한명숙 전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무소속이 당선돼 민주당으로 복당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동영, 신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의 '텃밭'이 위협받으며 당 내 분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의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향 방문에 나선 김 전 대통령 일행과 전주 지원유세에 나선 한 전 총리 일행은 이날 호남선 KTX 안에서 우연히 만났고 김 전 대통령 내외와 한 전 총리, 박지원 의원 4명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전주에 먼저 내린 한 전 총리는 이광철 후보 지원 유세에서 "전주 지원 유세를 간다는 말을 들은 김 전 대통령께서 '반드시 민주당 승리를 일궈내라'고 말했다"며 앞서의 대화를 소개했고, "전주 시민들이 함께 손을 잡고 똘똘 뭉쳐서 민주당을 밀어줄 때 'MB악법'을 막고 잘못 가는 민주주의와 남북관계가 바로 잘 될 수 있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가 전한 말대로라면 김 전 대통령은 정동영, 신건 후보 등 무소속 출마자들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낸 것. 호남지역에서의 김 전 대통령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 측에서는 한 전 총리의 유세 내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동석한 박지원 의원은 "한 전 총리의 유세 내용에 대해 확인해주고 코멘트 하기 어렵다"며 '노 코멘트' 했고,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하는 최경환 비서관도 "그 자리에 같이 있지 않아 대화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김 전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유세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다소 과장돼 소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전 총리의 전언으로 인해 전주 지역 선거 판도에 '김심(金心)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영 후보에 맞선 민주당 김근식 후보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0여년 넘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받침하며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살아왔다. 'DJ의 적통손자'로 커왔다"고 '김심'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정동영 후보 측은 태연한 분위기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지극히 원론적 말씀을 하신 것으로 본다"며 "선거 판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주는 상대적으로 호남에서도 '김심'의 영향력이 덜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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