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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였다 풀었다 양도세, 임대소득세로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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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였다 풀었다 양도세, 임대소득세로 '이제 그만'

[건망증 한국경제⑥] 냉온탕 부동산 정책…'동네북' 양도세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양도소득에 대한 물가상승률 공제는 가격상승에 따른 소득을 공제하여 투기소득 과세의 실효성이 반감됐다. 특히 양도가격을 거래가격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시가표준액을 기초로 과세할 때는 과세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기본적으로 건설부가 소극적이었고 내무부의 반대가 강했다. 투기꾼들과의 전쟁보다 내부 반대자들과의 전쟁이 더 힘들었다."

1978년 강만수, 2008년 강만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지난 1978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양도세를 강화하는 '8.8조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충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당시 강 전 장관이 마련한 '8.8조치'는 보유 2년 미만의 토지나 주택 양도시 양도 차익의 70%, 보유 2년 이상일 때는 50%를 과세하게 돼 있다.

강 전 장관은 더 나아가 거래당사자와 거래금액이 기재된 부동산거래용 인감증명제도를 실시하고, 양도세 회피 목적의 미등기전매를 막기 위해 인감증명의 유효기간을 1주일로 대폭 줄이는 안이 들어있었다. 실거래가를 과표로 삼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동시에 등기 전에 수차례 사고팔면서도 세금 없이 매매차익을 올리는 투기 관행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다.(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대한민국 부동산 40년>)

강 전 장관이 내놨던 이 같은 획기적인 구상은 안타깝게도 내부 반발로 대폭 축소됐다. 인감증명제도도 흐지부지 됐고, 실거래가가 아니라 정부가 정한 시가표준액을 기초로 과세하게 됐다. 강 전 장관은 "밤낮 없는 수고가 허탈할 뿐이었다"고 당시의 좌절감을 곱씹었다.

'8.8조치' 원안을 마련했던 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고 나서는 확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줄곧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30년전 '8.8조치'를 준비하면서 양도세 강화에 반대하는 정부 내부의 움직임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었다는 강만수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 초대 재정부 장관으로서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그는 2008년 7월 국회에 나와 "조세제도를 부동산 정책에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조세정책을 투기 억제로 활용하면 그 고유의 기능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그는 양도세에 대해 "다른 국가들은 이사하면 재산은 늘어나지만 소득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사 다니는 것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보니 그런 걸 과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 현실에 타협하다보니 그런 제도가 생겼다. 1세대 1주택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부분과 국제적인 것들을 고려해 봐야할 것"이라며 완화 의지를 밝혔다.

양도세,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의 대표 메뉴

부동산을 사고 팔아 생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양도세는 처음부터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세금이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인구의 도시집중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땅값이 급등했다. 1965-69년 사이 12개 주요 도시 땅값은 연평균 50%씩 뛰어 7배로 올랐다.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그래서 67년 박정희 정부는 일부 지역 토지의 양도차익의 50%를 과세하는 '부동산투기억제세'를 도입했다.

'투기억제세'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난 양도세는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면 강화되고,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 풀어주는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의 대표 메뉴였다.

강 전 장관이 30년전 심혈을 기울여 만든 '8.8조치'로 강화됐던 양도세는 79년 2차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졌던 1980년 다시 완화됐다. 전두환 정권은 80년 9월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해 양도세를 최대 20% 인하하고, 물가상승률까지 양도가격에서 공제하는 양도세 특별공제제도를 부활시켰다. 미등기전매의 양도세율도 80%에서 75%로 낮췄다. 이어 그해 12월 탄력세율을 적용해 이미 낮춘 양도세를 절반까지 추가 감면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2년도 안 돼 198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경기가 다시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두환 정권은 1983년 2월 '부동산투기억제대책'으로 부동산 투기지역 고시제를 다시 시작했고, 4월에 '4.18 토지 및 주택문제 종합대책'을 발표해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시한을 당초 계획보다 9개월 앞당기고,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을 거주기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양도세가 강화됐다 풀렸다를 반복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일어났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양도세 감면대상을 전용면적 25.7평 이하 신축주택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98년 한해 동안에만 모두 4번에 걸쳐 양도세를 풀어줬다. 그러나 임기 마지막해인 2002년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단축하는 등 다시 양도세를 강화했다.

노무현 정권 말인 2007년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50%, 3주택 이상에 대해 60%의 양도세를 중과하던 것을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 풀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12월 2년 동안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주택자는 기본세율(6~35%), 3주택 이상자는 45%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3개월 만인 지난 3월 15일 1가구 다주택자(3가구 이상)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여당인 한나라당과 당정협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3월 16일부터 소급적용 한다'며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강남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이자 여당인 한나라당이 돌연 입장을 바꿨다. 4.29 재보선이라는 선거 국면에 '부자 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고 싶기 때문.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당정간 조율이 끝난 뒤에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직접 정리에 나섰다. 재정부도 연일 양도세 중과 폐지법안에 대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길 바란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밀려 한나라당이 꺼내든 나름의 중재안은 투기지역에 한해 탄력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22일 비투기지역에 대해서는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투기지역에는 기본세율에 최대 15%포인트의 탄력세율을 자동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규제완화, 당장 경기부양에 효과적인 듯 하지만…

▲ 이명박 정부는 지난 15년간 '안전성' 문제로 해결되지 않았던 롯데의 '숙원'인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112층의 초고층 빌딩이 서울공항 코 앞에 세워질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와 롯데 측은 이 빌딩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서울 용산과 상암에도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지어질 계획이다. ⓒ뉴시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양도세가 춤추는 것은 과거 정권들이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 이래로 계속된 '건설업 사랑'의 결과는 GDP의 18%를 건설업에 의존하는 '토건국가'다. 건설업은 일시적 고용창출효과 등 '반짝 경기부양' 효과가 크다.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규제를 계속 풀어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건설업을 통한 경기부양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2001년)이 1970-94년까지 25년 동안 투자유형별로 1조 원을 투자했을 때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건설업의 경우 첫해에는 0.42%의 경제성장 효과가 나타나지만, 5년 후에는 첫해 대비 -0.01%, 20년 후에는 -0.16%, 30년 후에는 -0.31% 성장하는 것을 분석됐다.

부동산 규제 완화의 끝은 '부동산 투기의 부활'임은 여러차례 입증된 사실이다. 전두환 정부는 80년 부동산 규제를 풀다가 2년 만에 다시 투기 바람이 불어 83년부터 투기억제책을 쓰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도 외환위기 극복책으로 부동산 경기부양을 택해 집권 초 무려 17개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풀었다. 하지만 결국 임기 마지막해인 2002년 다시 부동산 억제책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임기 첫해인 2008년에만 9번의 부동산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한 이명박 정부도 김대중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계속 돈을 풀어 시중에는 이미 800조 원의 부동자금이 있고, 금리도 사상 최저(한국은행의 기준금리 2.00%) 수준이다.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라는 부동산 투기의 기본 조건이 갖춰져 있다. 이미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푼 상태에서 '양도세 중과 폐지'마저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나온다.

"양도세 정상화? 임대소득세 도입이 정답이다"

정부와 여당은 일단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접근해 있는 상태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양도세의 정상화'와 '거래 활성화'다. 양도세 중과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이며, 일종의 '징벌적 과세'라는 주장이다.

양도세 중과가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인 것은 맞다. 그 이유는 임대소득세가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전 환경부 차관)은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려면 임대소득세 도입이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보유를 통해 생기는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집을 팔아 생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임대를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집을 매매할 때 한꺼번에 과세하느냐, 소득이 생길 때마다 그때그때 과세하느냐의 차이다. 다른 나라에서 다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 이유는 임대소득세를 과세하기 때문이다.

조세 저항을 따지면 임대소득세가 훨씬 크다. 그래서 과거 어느 정부도 도입하지 못 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정말 양도세를 정상화하고 싶다면 임대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지금처럼 한번에 과세하는 양도세를 건드려서는 안된다."


김 교수는 이어 한나라당이 내놓은 투기지역에만 최대 15%의 가산세를 붙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성립될 수 없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집을 살 때 세금을 얼마나 낼지 알아야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지역 지정은 구입 시점과는 상관이 없다. 구입했을 때는 투기지역이 아니다가 팔 때는 투기지역이면 가산세를 내야 한다.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다.

또 정부와 여당이 양도세 중과 폐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탄력세율이 적용될 경우 투기지역의 경우 거래가 동결될 수 있다.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세율이 확 떨어지니까 그때 팔려고 기다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대안은 현재 다주택자 중과제의 문제로 지적되는 '형평성' 문제도 해소할 수 없다."


[건망증 한국경제] 연재 바로 보기

①이명박 "stupid" 모하메드 "crazy"…노무현 "기죽어"

② '7%의 추억'…대박 쫓다 쪽박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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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동시다발 FTA 추진, OECD 조기가입…닮았네!

⑤ 노무현 보면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 고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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