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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3년 만에 8% 감소…사회 갈등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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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3년 만에 8% 감소…사회 갈등 심화 우려

현대경제硏 "아직 외환위기 그늘 못 벗어나"

중산층이 불과 3년 만에 8%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에서 이탈한 계층 상당수는 저소득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 안전판 역할을 해 계급 갈등을 완화해줄 계층이 줄어듦에 따라 경제 활력 감소는 물론, 사회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산층 감소…소득분포 산(山)에서 평지 변화

22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산층 붕괴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소득계층을 고소득층-중산층-저소득층의 3계층으로 구분할 경우 표본가구수 대비 중산층 가구수 비중은 2005년 57.5%에서 2008년 49.9%로 7.6%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타서비스시스템(Korea Micro Data Service System)에서 제공하는 '가계동향조사' 중 2005년 8만7705가구, 지난해 8만4908가구를 표본으로 이뤄졌다. 조사에서 중산층은 표본 중 중위수(중앙값, 전체 표본 한 가운데 수) 소득 가구 소득을 100%로 보았을 때 50~150% 소득을 가진 가구로 정의했다. 2005년 중위수 소득, 즉 표본 전체의 한 가운데에 있는 가계의 월소득은 2005년 253만 원이었으며 지난해는 256만 원이었다.

중산층이 줄어든 반면 저소득층은 2005년 18.1%에서 지난해 23.0%로 4.9%포인트 증가했다. 고소득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저소득계층에서 고소득계층으로의 이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중산층에서 고소득계층으로 계급이 상승한 사례는 2.7%포인트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한편 중산층 가구 중에서도 소득 구간 50~75%의 가구를 중저소득계층, 즉 중산층 중에서도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가정했을 때 이들 가구 비중은 2005년 14.8%에서 지난해 13.0%로 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원 연구위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득이 단기간 내 급증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 상당수는 저소득층으로 하향 이동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산층이 줄어들고 갈수록 저소득층은 늘어남에 따라 한국의 소득분포는 3년 사이에 중산층 비중이 높은 '산'형에서 '고원'형으로 변화했다.

▲3년 만에 소득분포도가 중산층이 두꺼운 산형에서 고원형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현대경제연구원 제공). ⓒ프레시안

경제충격 자주 맞는 탓…외환위기 그늘 못 벗어나

중산층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제조업의 고용창출력이 줄어들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경제 전체의 연평균 취업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1990~97년) 2.3%에서 외환위기 이후(2000~08년) 1.7%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의 취업자수 증감률은 외환위기 이후 연평균 -0.6%에 그쳐 갈수록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다. 주 연구위원은 "중산층은 단기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 많지 않아 절대적인 소득 원천은 근로소득"이라며 "실직은 곧 중산층의 저소득층화를 초래한다"고 했다.

서비스업이 외환위기 이후 늘어났지만 소득은 낮아지고 고용의 질은 나빠져 중산층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 한국사회가 외환위기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주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고용 문제가 완전히 단절됐고 아직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제충격이 너무 자주 온다는 점이 큰 문제다. 4~5년 주기로 외환위기와 소비버블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가 연달아 오면서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고용 악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잦은 경제충격이 가계 건전성을 하락시켰다는 점도 중산층 붕괴의 원인이자 결과로 지목됐다. 가계신용이 개인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73.3%에서 지난해에는 120.1%로 크게 늘어났다. 가계 빚이 소득의 1.2배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가계의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소득, 곧 자본 유입이 단절된다면 곧바로 가계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 신청자수는 2002년 505명에 불과했으나 소비버블 붕괴가 본격화된 2004년에는 28만7352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30~49세 사이의 주력 경제활동 연령층의 신용회복 신청비율은 70.6%에 달했다.

한국 사회 특유의 학벌 구조도 중산층 붕괴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의 학력중시 사회 시스템 하에서는 자녀에 대한 교육투자가 계층간 상향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계층간 교육투자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가난의 대물림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통계청 사회통계국 조사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 소득 700만 원 이상 계층에서 50만 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구수 비중은 39.7%에 달했으나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계층의 경우 0.5%에 그쳤다. 학벌 중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갈수록 더 많은 가계가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소수 엘리트가 부를 독점하는 사회체제가 강화될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프레시안

사회 문제 심화 우려

이처럼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당장 경제의 안전성이 훼손되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산층 붕괴는 곧 소비자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계 소비가 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수 붕괴는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더욱 높여 외부 경제충격에 더 민감한 경제구조를 만든다.

무엇보다 중산층 붕괴가 계층간 갈등의 완충지역 약화로 이어져 사회 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문제다. 또 장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사회 조정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곧 필요재원 증가를 불러오게 되지만 중산층이 얇아지는 현실에서는 이마저도 어려워진다. 정부 가계부마저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주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하고 효율적인 복지정책이 마련돼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육 기회의 확대가 이뤄져 교육을 통한 계층 상향 이동 가능성이 증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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