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뇌물과 국고 손실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박연차 회장 수사로 촉발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겨냥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단순 '심부름꾼' 수준으로 여겨졌던 정 전 비서관이 로비의 핵심 인물로 부상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상문 전 비서관 뇌물 혐의 구속
대검 중수부는 21일 밤 정 전 비서관을 구속수감한데 이어 22일 정 전 비서관을 소환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적용하고 있는 혐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 전 비서관은 2005년 1월 서울 모 호텔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1억 원 어치를 수수했고, 2006년 8월에는 현금 3억 원을 받았으며,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며 6차례에 걸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을 빼돌려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과 채권, CMA 등의 형태로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억 원'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측은 "권양숙 여사가 빌린 돈"이라고 해명했으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받아서 보관하고 있던 점에 비춰 권 여사가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특히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이 개입한 사업의 이권에 광범위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에게 적용된 혐의도 알선수재 등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이다.
검찰은 구체적 청탁의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지만 박 회장의 경남은행 인수 시도, 베트남 화력발전사업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입증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12억5000만 원에 달하는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빼돌리는 과정에서도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상문 "盧 모르는 것"…퇴임 후 선물?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은 모르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특히 영장실질심사에서 차명계좌의 돈에 대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주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진술의 진위 및 취지도 주목된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일일이 특수활동비를 들여다봤겠느냐"며 정 전 비서관의 혐의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 및 노건호 씨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 뒤 4.29 재보선 이후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홈페이지' 방어에 주춤하다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하며 다시 주도권을 쥔 검찰이 정 전 비서관 '개인 비리' 이상의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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