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올린 글을 통해 "언론에 호소합니다.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부탁합니다. 그것은 제게 남은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입니다"라며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습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저의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라며 "신문에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사진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상한 해설도 함께 붙겠지요"라고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불평할 처지는 아니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생활은 또한 소중한 것"이라고 기자들의 '철수'를 촉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언론의 '봉하마을 상주 취재'가 장기화 되면서 취재진과 봉하마을 주민들 간의 감정싸움이 벌어지자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호소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지난 주말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정문을 볼 수 있는 지점에 트랙터를 세워둬 기자들에게 '시위'를 벌였고, 경찰에 '왜곡언론 반대 궐기대회'라는 제목의 집회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방송사가 마을에 컨테이너를 이용해 방송 부스를 설치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마을 이장이 마을회관 방송을 통해 주민들의 집과 경작지 등 사유지에 무단 출입하지 말 것과 오후 9시 이후 취재하는 것을 삼가줄 것을 요구하며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 전면전을 불사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취재중인 한 언론사에서 사용할 컨테이너하우스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이 올린 글 전문.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 언론에 호소합니다.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부탁합니다. 그것은 제게 남은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입니다.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의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친척들도, 친구들도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신문에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사진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상한 해설도 함께 붙겠지요. 오래 되었습니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지요. 이런 상황을 불평할 처지는 아닙니다. 저의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생활은 또한 소중한 것입니다.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자유, 마당을 걸을 수 있는 자유, 이런 정도의 자유는 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지금 이만한 자유가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집 뒤쪽 화단에 나갔다가 사진에 찍혔습니다. 잠시 나갔다가 찍힌 것입니다. 24시간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비가 오는데 아내가 우산을 쓰고 마당에 나갔다고 또 찍혔습니다. 비오는 날도 지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방 안에 있는 모습이 나온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커튼을 내려놓고 살고 있습니다. 먼 산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보고 싶은 사자바위 위에서 카메라가 지키고 있으니 그 산봉우리를 바라볼 수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언론에 부탁합니다. 제가 방안에서 비서들과 대화하는 모습, 안 뜰에서 나무를 보고 있는 모습, 마당을 서성거리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다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는 것일까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의 안마당을 돌려주세요.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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