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닥이 최근 강력한 조정압력을 받고 있다. 급락세가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가 하면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도 드세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해석은 정반대인 셈이다.
코스닥 하락해도…개미들 "믿을 것 주식 뿐"
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닥이 지난 15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7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3.72포인트(2.76%) 하락한 483.80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4일 349.69로 상승 랠리를 시작한 코스닥은 지난 14일 508.68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수익률은 무려 45.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31.8%), 나스닥(23.01%), 홍콩H(32.6%) 등은 물론 멕시코(28.1%), 브라질(24.5%), 대만(29.8%) 지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 상승률이다.
그간 코스닥 상승세는 개인이 주도했다. 친환경산업을 대표로 한 다양한 테마가 개인투자자를 자극하면서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이 코스닥으로 유입된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5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16조472억 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은 증권사가 보유한 투자자의 투자자금 혹은 투자차액을 뜻한다.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대기자금이 활황장세를 능가할 정도로 많다는 뜻이다.
14일을 정점으로 장이 조정에 들어간 모양새이지만 오히려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더 늘어나고 있다. 15일부터 사흘간 개인은 2659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 한 달 동안의 순매수 규모(1170억 원)를 두 배 이상 넘는다. 반면 최근 하락을 주도하는 기관은 이 기간 1006억 원 순매도했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기관이 실현하는 차익매물을 개인이 받아주는 모양새다.
종목별로는 그간 가파른 오름장세를 견인했던 바이오, 태양광, 풍력 등 테마주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못했다. 용현BM은 10%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동국산업(4.4%), 오성엘에스티(3.8%), 이노셀(14.5%) 등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특히 알앤엘바이오, 제넥셀 등 일부 테마주는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시장에 쏟아진 데다 그간 급등한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거래소가 조사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식에 투자심리까지 약화돼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전날(16일) 급등세를 보인 일부 테마주에 대해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사유가 있었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구 말이 맞나
이번 하락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그간 이어진 이상급등을 뒤로하고 다시 코스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평가와 일시적 조정일 뿐이라는 긍정론이 맞선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코스닥의 상승세를 두고 "최근 기업공개(IPO) 실적을 보면 코스닥이 나스닥보다도 낫다. 코스닥 상장사의 기술력이 입증됐기 때문에 상승세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그간 코스닥 급등은 비정상적인 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장기업, 특히 상승을 이끌어온 테마주들의 수익모델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경기불황까지 겹친 현실에서 코스닥이 이처럼 질주하는 것을 과연 정상으로 볼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 증시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4일 메릴린치는 "한국 증시의 현재 추정 주가수익배율(PER)은 13배로 지난 10년 평균인 10.5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더 이상 비중을 늘리는 것은 부담"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국내 증시가 너무 비싸졌다는 뜻이다.
코스닥의 상승 질주를 믿는 사람이든, 경고장을 보내는 사람이든 최근의 활황세가 비정상적이었다는 데서는 같은 의견을 보인다. 따라서 추가 투자를 고려하는 이라도 일단 시장이 안정되는 모양새를 확인한 후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지기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코스닥 상승세가 종목의 밸류에이션만으로 이뤄진 것은 확실히 아니다. 덜어낼 수 있는 부분은 덜어내서 심리를 안정시키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이번 조정이 얼마나 갈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조정이 끝나면 어느 정도 옥석이 가려지면서 거품도 조금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