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14일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를 두 번째로 소환해 조사를 벌인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박 회장으로부터 '투자' 받았다는 500만 달러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100만 달러'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6월말 과테말라 출장길에 들른 시애틀 행적에 대해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의 이번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검찰, 연철호-노건호 연일 소환
13일 소환돼 14시간여의 조사를 마치고 14일 새벽 귀가한 연철호 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대답만 남겼다. 그는 노건호 씨가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엘리쉬&파트너스'사에 대해서도 "검찰에 설명했다"고만 말했다. 박 회장이 송금한 500만 달러 중 일부가 이 회사에 투자됐고, 노건호 씨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한 2007년 6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100만 달러가 노건호 씨의 유학 자금 등으로 사용됐는지 알아내기 위해 당시 시애틀 총영사였던 권모 씨와 노건호 씨의 경호원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노건호 씨의 유학 자금으로 사용됐다면 당시 과테말라 출장길에 경유한 시애틀을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측에서는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노건호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검찰은 총영사 권모 씨 등 '제3의 인물'을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권 씨는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이며 총영사 부임 전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이 당시 '100만 달러'의 존재를 알았다는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장길'에 전달된 것이라면 노 전 대통령이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 시애틀 행적 추적
이와 같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인지' 여부에 수사 초점을 모으고 있는 것은 돈 거래 사실은 파악했지만 박연차 회장의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고,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뇌물죄를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에게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박 회장이 특정한 사업의 도움을 요구한 청탁에 관한 진술도 들리지 않는다.
또한 보통 뇌물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정치인에게 적용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대통령에게 적용하기는 무리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박연차 회장의 진술에 대해 반박하는 등 적극적 방어에 나선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비난은 감수해도 법적 책임에는 자신있다는 반응을 계속 보이고 있다.
따라서 관건은 2007년 6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100만 달러 인지 여부다. 검찰은 보다 확실한 물증이나 정황증거를 포착하기 위한 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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