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정동영 공천배제 결정은 당연하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는 애초부터 대의와 거리가 멀었고 민심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결정은 옳다.
정세균 대표는 전주덕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결정하는 순간 화살을 날렸다. 이 화살을 되돌리면 자신의 가슴이 과녁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정세균 대표의 결정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다음이다. 공천배제 결정 이후 전개될 두 가지 양상이 주목거리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정동영 전 의장이 민주당의 결정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치자. 어떨까? 그가 무소속 출마해 금배지를 단다고 해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할까? 대선 이전, 지난해 총선 이전의 정치적 위상과 세력을 재건할 수 있을까? 잠시 제쳐두자. 또 하나의 관전거리부터 살펴야 이에 대한 답이 나온다.
어떨까? 정세균 대표는 개혁인사를 공천할 수 있을까? 정동영 공천배제 결정의 당위성을 웅변할 개혁인사를 공천할 수 있을까?
이게 관건이다. 정동영 전 의장의 무소속 출마 여부, 그리고 당선 여부는 종속돼 있다. 민주당의 개혁공천 여부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는 종속항목에 불과하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민주당이 개혁성과 지명도를 갖춘 인사를 전주덕진에 전략공천하고, 비록 당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소속 정동영'의 표를 상당부분 잠식한다고 가정해보자. 정동영 전 의장은 어떻게 될까? 물어볼 필요가 없다. 정동영 전 의장이 금배지를 가슴에 단다 해도 그 금색은 색 바랜 것이 된다. 지지영역을 충남 논산에서 더 넓히지 못하는 이인제 의원의 경우와 비슷한 처지에 빠진다.
혈맥은 뻔히 보인다. 하지만 쉽지 않다. 대침을 꽂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 안에는 없다. 정동영 전 의장에 대적해 그의 표를 잠식할 대항마가 없다. 결국 외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 작업은 더 어렵다. 가세가 기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 자체가 도박인데 여기에 '총알받이' 역할까지 떠맡는 건 '정치적 논개'가 되고자 작심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가늘고 길게 살고자 염원하는 사람은 많아도 짧고 굵게 살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을 찾기는 힘든 우리 정치판을 볼 때 결코 쉬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우회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주덕진이 어렵다면 인천부평을에서라도 개혁공천을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인천부평을에서 한숨 돌리과 화력을 전주덕진에 집중해 '무소속 정동영'의 득표율을 최대한 깎아내는 방법이다. 이러면 '본전치기'는 한다. 재보선 전패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정동영 배제 책임론에서 탈피할 수 있다.
전적으로 정세균 대표의 '밑천'에 달린 문제다. 정세균 대표가 주판알 튕기며 동업의 성공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외부인사에 확실하게 종잣돈과 사업전망을 내보일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문제다.
그리 풍부해보이지 않는다. 정동영 공천배제를 확정하면서도 대안인사를 제시하지 않은 걸 봐도 그렇고, 몇몇 인사가 출마 제의에 손사래를 쳤다는 보도도 그렇고, 전주덕진 뿐 아니라 인천부평을에서조차 인물난에 허덕인다는 전언도 그렇다. 전해지는 소식은 한결같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의 회계장부 같은 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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