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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교복 입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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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교복 입는 나라?

[한국에서 살아보니] '남들처럼' 살아야 편한 사회

한국에 와서 살면서 나는 기어코 등산복장을 사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한국의 등산객들이 입는 바지와 셔츠, 그리고 점퍼 그런 복장 말이다.

그동안 킬리만자로 산도 올라가보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해봤지만 나는 그런 차림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있는 옷 중에서 나한테 편한 옷, 따뜻한 옷 혹은 기후에 따라 시원한 옷을 입었을 뿐이다. 그런 옷을 입고도 너무 더웠다거나 너무 추웠다거나 한 기억은 없다. 옷 모양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사람도 없었다. 나 혼자였거나 우리 가족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산에서 지나치는 누구도 내 차림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아니 도무지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드디어 산에 가는 일행에 끼게 되었다. 오래전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정이 각별했다. 그런데 나의 차림을 보고 경악하는 눈치였다. 외계인, 혹은 촌사람, 혹은... 하여간 나의 옷차림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이 산행 팀을 그토록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비싼 돈을 주고 여느 등산객들과 같은, 아니면 적어도 그들과 비슷하게 보이는 등산복장을 산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한국에서 산에 갈 때는 이러이러한 복장 코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무궁무진한 상표가 난무하는 등산복의 세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외국에서 그런 것도 안사고 뭐했느냐는 핀잔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는데 나중에야 그 뜻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모양이 세련되고 기능도 좋은 것을 찾다보면 결국 외국 유명상표를 달고 있는 비싼 제품으로 귀착되기 일쑤였다. 값비싼 외국상표가 좋은 품질을 보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상표의 옷들이 내 눈에는 결국 비슷하게, 거의 똑같이 그저 교복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제 내가 등산복을 입으면 누구나 취미 삼아 운동 삼아 친목삼아 여가로 산에 가는 사람인 줄 안다. 등산복을 입는 순간 산에 가는 사람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다. 교복을 입으면 학생으로 분류가 되는 것처럼.

등산복 이야기를 했지만 비단 등산복 뿐 아니라 다른 옷차림을 보면서도 한국은 교복의 나라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전철에서 '발랄하고 개성 있는' 차림의 젊은 여성을 보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젊은 여성 대부분이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발랄하고 개성 있게 보이는 차림'이 유행인 모양이었다.

결혼식이 있어서 갔다. 비슷한 '수준'의 비슷한 옷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격식을 차리게 되는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번은 여자들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최신 유행 옷을 너도나도 입고 오는 바람에 그 상표의 신작 발표회장처럼 보인 적도 있다.

▲ 백화점에서 정장양복을 고르는 남성들. 한국 남성들에게는 양복에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 차림이 '교복'이다. ⓒ뉴시스
남자들은 양복에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 차림이 이른바 정장이다. 이 정장이라는 '교복'을 입으면 어디서나 만사형통이니 편하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할 때는 불편한 것이 양복바지다. 매일 와이셔츠를 빨아대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다. 목을 졸라매는 넥타이를 풀면 시원하다고 하면서도 남자들은 교복을 입듯 정장 차림을 한다.

예전 한국에서 멀리 떠나있을 때는 태국 공항 정도만 와도 벌써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똑같은 모양의 옷을 입은 한국 사람이 몇 번 반복해서 눈에 띄다가 한국에 도착하면 길거리에서 같은 모양의 옷을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다. 유행을 너무나 잘 따르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개인이 선택을 한다기보다는 백화점이나 가게에 나와 있는 옷을 사다보니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덴마크에서 현대무용 공연장에 간 적이 있다. 관객이 초등학생정도의 아이에서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층도 다양했을 뿐더러 입고 있는 옷이 한 사람 한 사람 너무나 달라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우리말에 '남들처럼' 이라는 관용어가 있다. 튀어 보이면 불편하고 불이익이 돌아오는 사회에서는 남들처럼 입는 것이 무난하다. 비슷해야만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남들만큼'이라는 말도 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곳에서는 적어도 남들만큼은 입어야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의 옷에서도 곧잘 교복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 "한국에서 살아보니"

<1> 고생도 훈장
<2> 피곤한 사람들
<3> 불우 이웃을 도웁시다?
<4> 청계산이여, 안녕
<5> "석유 안 나는 나라에서 기차를 홀대해서야…"
<6> "기억 속 푸른 하늘, 다시 볼 날은 언제쯤?"
<7> "침 뱉을 일 많아도, 길에서는 참읍시다"
<8> "아빠, 빨리 들어오세요"
<9> 메뉴판을 하나만 주는 식당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 "덜 소비하는 풍요"

"에너지 덜 쓰니, 삶의 질은 더 높아져"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덴마크의 1979년'에 도달하려나"

- "낡고 초라한 아름다움"

"수도 한 복판에 있는 300년 전 해군 병영"
인기 높은 헌 집
"코펜하겐에 가면, 감자줄 주택에 들르세요"
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 덴마크 사회, 이모저모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
"크리스마스' 대신 '율'이라고 불러요"
아이와 노인이 함께 즐기는 놀이공원, 티볼리
"저 아름다운 건물을 보세요"
구름과 바람과 비의 왕국
"체면 안 따져서 행복해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이 만나면
잘난 체하지 마라, "옌틀로운"
"긴 겨울 밤, '휘계'로 버텨요"

- 덴마크 사회의 그늘

"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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