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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안 들어오는' 경상수지 흑자에 환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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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안 들어오는' 경상수지 흑자에 환호하라?

2월 경상수지 36.8억$ 흑자…그러나 선박 수출액은 '허수'

2월 경상수지가 36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2월 누적 경상수지는 20억5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원-달러 환율이 3월말 들어 1300원 대로 하락하면서 3월초 1600원 대 턱밑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조만간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의 강력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3월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최소 45얼 달러에 이를 것"이라면서 "우리경제의 긍정적인 펀더멘털이 국제수지로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에 비해 흑자는 반가운 소식임에는 분명하지만, 정작 그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즐거워할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분명한데 정작 달러는 그만큼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윤증현 "한국경제 펀더멘털이 국제수지로 입증"

▲ 윤증현 장관은 30일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 "엄청난 성과"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뉴시스
한국은행은 30일 '2009년 2월 중 국제수지 동향'을 발표해, 2월 경상수지가 36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는 작년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47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11월 19억1000만 달러, 12월 8억6000만 달러로 흑자 규모를 줄여오다 1월에는 16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었다가 다시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

이는 수출이 2월중 254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3% 감소해 지난 1월(34.2%)보다 감소세가 둔화된 반면, 수입은 225억3000만 달러로 30.9% 감소해 1월(-31.5%)과 비슷한 정도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전환된 것에 대해 윤증현 장관은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대단히 반갑고 긍정적인 뉴스가 많다"고 반색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서도 달러는 '부족'

문제는 경상수지가 통계상으로는 흑자이지만 실제 외환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는 그만큼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업 때문이다. 선박은 수주 후 인도될 때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선박이 인도될 때 전액이 수출액으로 잡힌다.

하지만 조선업체들은 계약과 동시에 수주액의 대부분을 이미 선물환으로 팔아버렸다. 이를 받아준 은행은 해외에서 단기 차입을 했다. 이 경우 조선업체들은 인도시 들어오는 달러로 은행들에게 갚으면 되니까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없다. 반면 은행들은 환 리스크를 대신 떠안고 외화를 단기차입해 조선업체에 넘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과 국민은행이 1200원의 환율에 6개월짜리 선물환 계약을 100만 달러 맺었다면, 국민은행은 이 100만 달러를 런던 금융시장에서 단기 차입해 온다. 6개월 뒤 현대중공업은 선박을 수주한 업체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를 국민은행에 주면, 국민은행은 환율을 1200원으로 계산해 원화를 내주고,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로 단기 차입금을 갚게 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100만 달러는 경상수지에 수출액으로 잡히지만, 실제 우리 외환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아니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선물환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규모만큼 달러가 실제 우리 외환시장에 들어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선물환 구조가 급등한 환율이 하락하는 것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선물환 매도로 달러가 미리 빠져나갔다고 해도 선박 수주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이 같은 '시차'가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선박 수주가 뚝 끊겼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STX조선 등 조선업계 '빅4'는 올들어 2월까지 선박 수주 실적이 '제로(0)'였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12월 이후 단 두 척만 수주했는데, 그나마도 한 척은 국방부로부터 따낸 구축함이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 시장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4월은 물론 상반기 내내 수주 실적이 전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따라서 현재 경상수지 흑자로 잡히는 선박 수주액은 허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를 자꾸 강조하는 것이 외환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자 하는 것 같지만 과연 그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외국계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대통령과 국민들만 속이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수출 뿐 아니라 수입 감소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수입이 줄었다는 것은 국내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이고 우리 잠재성장률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면서 "마냥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선사 선물환 매도 물량은 시한폭탄?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업체는 올들어 선박수주 실적이 하나도 없다. 큰 업체가 이 정도이니 중소업체의 사정을 더 열악하다. 지난 주 YS중공업 등 5개 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무차입 경영을 해오던 조선업체들이 최근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사실도 조선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반영한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월 7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한 데 이어 3월 7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내달 1일 5000억 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현금자산이 4조 원에서 1조 원대로 급감하면서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체들의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자칫 달러 부족을 부를 수도 있는 '뇌관'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은 최대 1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돈은 사실 예정된 선박 대금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상환되는 채무다. 그러나 세계 경제위기로 선주들이 발주한 선박을 취소하거나 선박 대금 지급이 연기되거나 선주들의 부도 등의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현재 발주가 취소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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